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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졸업을 하는 부곡초 6학년 어린이들이 미리 답사를 써서 발표하고 있다.
▲ 미리 써 보는 졸업식 답사 발표 2월 18일 졸업을 하는 부곡초 6학년 어린이들이 미리 답사를 써서 발표하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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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 1]

추웠던 날씨가 마법처럼 따뜻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쉬운 게 많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식장에 섰기 때문입니다.

신혜진 어린이가 직접 쓴 졸업식 답사를 발표하고 있다.
▲ 답사를 읽고 있는 신혜진 어린이 신혜진 어린이가 직접 쓴 졸업식 답사를 발표하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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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여러 선생님들께서 우리들을 이렇게 행복한 자리에 설 수 있게 가르쳐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있어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졸업을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부곡초등학교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집니다. 그래도 졸업은 해야 되겠지요? 비록 오늘 우리가 졸업을 하지만 부곡초등학교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은 마음속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언제나 저희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신 성낙진 교장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 믿음직한 후배들을 믿고 졸업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도 오늘의 영광스런 자리가 있기까지 보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아들딸이 될게요.

마지막으로 지난 1년 동안 저희들 땜에 힘들었던 박종국 담임선생님 흰머리 많이 늘었습니다. 선생님,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고 말씀하셨죠? 잊지 않을게요. 선생님 은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2월 3일
부곡초등학교 제82회 졸업생 신혜진         

반 아이들과 졸업을 앞두고 미리 ‘졸업식 답사’를 써 보았습니다. 특히 반장 혜진이가 쓴 답사가 가슴에 크게 와 닿네요. 2월 18일이면 좋은 향기를 가졌던 아이들과 헤어집니다. 1년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졸업식을 앞두면 그저 마음이 애틋해집니다. 다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몸집도 커졌고, 생각도 넓어졌습니다. 얼굴이 한결 부드럽고 환해졌습니다.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푸근해집니다.

아이들 이제 몸집도 생각도 넓어졌습니다

미리 써 보는 졸업식 답사를 읽고 있는 하준우 어린이
▲ 답사를 발표하고 있는 하준우 어린이 미리 써 보는 졸업식 답사를 읽고 있는 하준우 어린이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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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은 해맑습니다. 그렇기에 시새워 커는 아이들 따뜻한 향기를 담지 않고서는 다가서지 못합니다. 아이들, 얼굴 생김 몸집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 다릅니다. 손재주도 취미도 놀이도 유다릅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수학을 즐겨하고, 노래 부르고, 꾸미고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집니다. 망아지처럼 뛰고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개중에는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두는 아이도 있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공차는 것을 즐겨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듭니다. 그 함성이 운동장을 찌릅니다. 아이들 그렇게 자랍니다.

[답사 · 2]

부곡초 6학년 김현정 어린이가 직접 쓴 졸업식 답사를 발표하고 있다.
▲ 답사를 발표하는 김현정 어린이 부곡초 6학년 김현정 어린이가 직접 쓴 졸업식 답사를 발표하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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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6년 전에 입학했던 꼬맹이들이 이렇게 커서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6년이 비록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아름다운 추억과 경험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로만 이렇게 하지만 저희들은 부곡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일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합창과 사물놀이경연대회, 학예회와 운동회, 수련회 등 큰 행사를 통해서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또 수학여행 때의 참 좋았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매년 언니들의 졸업식 노래를 불렸습니다. 그런데 1절, 2절, 3절까지만 불렸지 4절을 부르지 못했습니다. 저는 4절도 부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6학년으로서 졸업하는 오늘 드디어 부르고 싶었던 4절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도 따라 바뀌었습니다. 이제 6학년 2학기가 다 끝났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들은 6년 동안 배워야 할 것을 다 배웠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학교를 떠납니다. 그렇지만 새롭게 입학하는 1학년 동생들과 정들었던 후배들들 모두 다시 함께 생활할 수 없어 섭섭합니다.

후배 여러분들은 우리가 이 학교를 떠나도 부국의 영광을 계속 빛내 주시 바랍니다.
6년 동안 우리를 가르쳐 주고 담임했던 선생님 감사합니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09년 2월 3일
부곡초등학교 제 82회 졸업생 김현정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스물아홉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항시 좋은 일만 엮어졌던 것은 아닙니다. 때론 먹구름이었다가 소나기로 내리고, 천둥번개로 야단을 떨기도 하고, 함박눈으로 교실을 뒤덮기도 했습니다. 일순간 사나운 강풍으로 몰려왔다가는 잔가지를 꺾어 놓기도 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가마솥 같은 불볕더위로 땀바가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언제나 우리 교실에는 함박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반에서는 오늘 미리 써 보는 답사 발표가 있었다.
▲ 답사를 읽고 있는 박동혁 어린이 우리 반에서는 오늘 미리 써 보는 답사 발표가 있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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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서너 살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교실은 즐거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매 수업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교실을 예쁘게 꾸미려는 데는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무엇 하나 제가 더 잘했다고 칭찬 받으려고 고집하는 모습이 참 앙증맞았습니다. 잘 토라지고 곧잘 삐졌습니다. 그렇지만 공부를 잘 하는 아이나 좀 못 미치는 아이라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방 헤헤거립니다. 아이들은 감정의 골을 쌓아두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교실은 언제나 함박꽃이 피었습니다.

[답사 ·3]

김대업 어린이가 미리 쓴 졸업식 답사를 읽고 있다.
▲ 답사를 읽고 잇는 김대업 어린이 김대업 어린이가 미리 쓴 졸업식 답사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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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듯이 오늘 졸업하는 우리들은 조그만 것 하나하나를 열심히 챙겨 영광스런 졸업을 합니다. 입학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벌써 6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아쉬운 게 많지만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첫 시작을 마쳤으니까 뒤돌아보며 남길 후회는 없습니다.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성공한 나를 뒤돌아 볼 때 만족감과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비로소 로마가 완성된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선 졸업생 모두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확신을 가져도 좋습니다. 그러니 떠나는 우리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사주시길 바랍니다. 이때까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시고 애써 주신 모든 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2월 3일
부곡초등학교 제82회 졸업생 김대업

그런데도 해마다 아이들을 떠나보려면 좀더 잘 해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들 좋은 뜻을 마음에 새겼기에 새로운 자리 넉넉하게 맞을 겁니다. 특히, 책을 야무지게 읽었고, 자기 생각을 알토란 같이 챙겨보았으니 앞가림도 잘 할 겁니다.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게 이어갈 겁니다. 아이들의 너른 마음가짐을 믿어봅니다. 스물아홉 제자들, 그들의 야무진 성장을 지켜보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아이들 날마다 좋은 뜻 곱게 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졸업식, #답사, #추억, #부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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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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