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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월 2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택시기사 일일체험에 나섰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월 2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택시기사 일일체험에 나섰다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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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나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수입이 예전의 절반도 안 돼서 밥은커녕 죽도 못 먹게 생겼어요. 아무리 경기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불경기는 정말 처음이에요. 어제도 입금액도 채우질 못해 3만원이나 생돈을 꼴아 박았어요."

지난 1월 31일 같은 파주시 문산 터미널 근처에서 만난 동네 후배(49)인 동료 택시기사가 한 말이었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단체에서 함께 활동을 하는 회원인 후배는 올해 개인택시 면허를 받게 되는 사람인데 개인택시 면허를 받더라도 썩 기분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지난해 개인택시 면허를 받았더라면 개인택시 면허가 8500만원이어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었는데 그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예정에 있어 허탈하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2009년도부터는 개인택시 면허를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정책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개인택시 면허를 받아 운전을 하다가 몸이 다치거나 병이 들어 운전을 할 수 없을 경우, 또는 사망을 했을 경우에는 개인택시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말하면 전국 각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현재 경기도 파주 개인택시 면허의 경우, 매매 가격이 8500만원입니다. 차량가격은 새 차이거나 헌 차의 경우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택시 매매는 면허 따로, 차량 따로 매매가 되기도 합니다. 법인택시운전 기사들의 희망이었던 개인택시 면허가 1억에 가까운 재산 가치가 있던 것이 그 권리 행사를 못하게 되어서 무척이나 서운한가 봅니다.

택시운전 , 세상에 이런 불황은 없었다

저는 택시 운전을 합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별별 손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택시 운전을 합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별별 손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 오마이뉴스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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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요즘 같이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면서 지금 택시업계는 처참한 상황이라고까지 말들을 합니다. 저 또한 택시운전대를 잡고 예비기사로서 일을 한 지 1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한 달에 70만원 이상 벌어본 기억이 없는 걸로 보아 정말이지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날의 연속입니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일이지만 24시간이나 운전대를 잡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루 일하는 시간이 보통 18~20시간 정도는 됩니다. 며칠 전 길거리 현수막에 이런 게 걸려 있었습니다.

"'노동부' 09년 최저 임금 시간당 4,000원. 행복한 일터, 최소한의 약속"

노동부에서 걸어둔 현수막입니다. 우리나라 노동부 고시 2008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3770원에서 2009년도에는 4000원입니다. 이 최저 임금도 되지 않은 게 요즘 택시기사들의 수입입니다.

김문수 도지사가 택시자격증을 취득을 하여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월 27일 일일 택시기사를 하면서 서민경제의 깊은 불황을 체험했다고 합니다. 김 지사의 택시기사 체험은 서민의 어려운 형편을 현장에서 듣기 위해 마련됐다고 했습니다.

김 지사는 하루 동안 "총 9만1500원을 벌어 사납금 6만9천원과 가스값 제외하고 2만 4천원을 손에 쥐었다'면서 "하루 12시간 꼬박 일하고 2만 4천원을 벌었으니 한숨이 날 만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김 지사의 택시기사 첫 날 치고는 괜찮은 것이었습니다.

나는 택시기사 첫 날 20시간을 일을 했었지만 입금액도 모자라 내 돈으로 물어냈던 기억이 납니다.

택시비도 없이 택시 타는 손님 늘어

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택시 손님들이 가끔 속을 많이 썩일 때가 더러 있어 그 수입마저도 줄어 들게 만들곤 합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장거리를 가나 보다 하면 목적지에 도착을 하여 도망을 가버리거나, 돈(택시요금)이 없으니 '니 마음대로 하쇼'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이 상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 연말 12월 25일에 있었던 일 입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파주시 문산터미널 앞에서 손님 한 사람이 인천시 가좌를 간다고 했습니다. 밤 늦은 시간이라 차량 통행이 별로 없어 1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손님은 40대 초반의 남자로 지금 현재 택시비가 없으니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택시비를 가지고 나올 거라는 말을 했습니다.

손님은 실제로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에 전화를 몇 번 했습니다. "택시를 탔다" "몇 분쯤 후면 도착을 할 것이니 택시비를 가지고 나와 있어라"하는 통화를 했습니다. 인천 가좌 어느 아파트 단지 앞에서 차량을 세우게 한 손님은 혼자말로 "이놈의 마누라가 아직 안 나왔네..."하면서 담배나 한 대 피우겠다고 차 문을 열더니 냅다 튀어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 손님은 계획적으로 전화를 건 척을 했던 것입니다. 평상시 다른 택시 기사들에게도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었습니다. 욕이 나왔습니다. 그저 허공에다 대고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택시요금은 5만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런 일뿐만 아닙니다. 낮 시간대에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늦은 밤 시간에 택시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술을 조금 마셨거나 술에 만취가 된 손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취객인 손님들이라도 두 사람 이상이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두 사람 이상일 경우 반드시 한 사람 정도는 그 일행들을 챙기기 때문입니다.

타자마자 잠드는 취객... 버스기사는 무섭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잠에 떨어져 일어나지를 않아 택시기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손님.
▲ 택시승객 가까운 거리인데도 잠에 떨어져 일어나지를 않아 택시기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손님.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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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은 가까운 거리라도 금방 잠이 듭니다.

며칠 전에 파주 금촌 로타리에서 20대 중반의 젊은 손님이 택시에 올랐습니다. 문산에 있는 H 아파트를 간다고 했습니다. 그 아파트는 2008년도 7월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잠이 든 손님은 바로 5분도 되지 않아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을 하여 손님에게 다 왔다고 깨우는데 도저히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입니다. 흔들어도, 악을 써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차량의 창문을 모두 열어 제치고 찬바람을 쐬게 하면 추워서라도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겨우 깨워 놓으니 이 아파트가 아니라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라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200m도 되지 않은 문산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이번에는 택시비가 없다고 집에 들어가서 돈을 가지고 내려오겠다고 했습니다.

가끔 택시비 가지고 오겠다며 한 후 나타나지 않은 손님들이 있어 당해 본 터라 함께 따라 가려고 같이가자고 말하는 순간, 뒤에서 다른 차량이 빵빵거렸습니다. 안으로 들어갈 테니 내 차량을 빼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타이밍도 그리 잘 맞는지요... 그 사이 택시 손님은 차에서 내렸고 곧 돈을 가지고 오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함흥차사였습니다.

다행히 좀 전에 먼저 도착했던 아파트에서 하도 안 일어나기에 디카로 잠든 모습의 사진을 한 장 찍어 둔 게 있었기에 그 사진을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에게 혹시 아는 얼굴이냐고 물어 보았지만 처음 본 얼굴이라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언제까지 택시 운전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 손님 저런 손님을 만나게 되지만 질 나쁜 손님만 만나는 게 아닙니다. 가끔은 편의점에서 산 듯한 따끈한 캔커피 한 개를 주는 고마운 손님도 있고, 불경기에 고생하신다며 덤으로 몇 천원씩 거스름돈을 거저 주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술취한 택시 손님들은 두 부류로 간주를 할 수 있습니다. 거지 손님이 아니면 VIP손님이라는 것입니다. 돈도 없이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가서는 배째라형 거지손님과 고생한다며 택시요금보다도 훨씬 후한 팁까지 주는 VIP손님이 있습니다.


태그:#김문수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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