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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두 번은 양계장을 찾는다. 신선한 계란을 사기 위해서다. 가까운데 마트가 있지만 매장에 쌓여있는 계란은 영 미덥지 않다. 그래서 조금은 발품을 팔아도 인근 양계장에 간다. 필자가 찾는 양계장은 제법 규모가 크다. 1만5000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으며, 날마다 3백판 정도의 신선한 계란이 나온다. 낱개로 헤아리자면 9천개 정도다.

 

양계장이나 양돈축사 주변에 가면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한 느낌이 단지 고정관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워낙에 최신식 위생시설을 갖춰놓고 대량으로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사람이 직접 오물을 치우고 허드렛일을 하지 않는다. 마침 낳은 계란을 다 들어내고 바닥을 청소하는 중이라 잠시 기웃해봤더니 모든 게 스위치 하나로 말끔해졌다.

 

양계장 시설 생각했던 것보다 말끔해

 

양계장 주인은 자기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다. 그러면서 필자 더러 “더 이상 접근을 하지 말란다. 양계장이나 오리농장에 들어갈 때는 ‘차단방역’을 하고 들어가야지 그냥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꼬꼬꼬’대는 수많은 닭들을 지켜보았다.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는 먹이를 쪼아대기에 바빴다.

 

 

 

하루 동안 모아 둔 알들을 선별하는 곳으로 갔다. 예전 같이 양이 많았을 때는 자동으로 알을 모으고 분류하는 자동화 시설을 이용했지만, 요즘은 과일의 증량(무게, 부피 등)을 측정하는 기계를 사용하여 수작업으로 계란의 크기를 선별(특대, 대, 중, 소)하고 있었다. 수많은 계란 들 한데 섞여 있으니까 어느 게 크고 작은 계란인지 쉽게 식별이 안 됐지만, 막상 분류를 해놓고 보니 많은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사천 타조농장에 갔을 때 타조 알 하나에 크게 놀란 적이 있었는데, 정작 계란을 하나를 보고도 놀랐다. 계란이 크면 얼마나 클까? 그러나 무려 1만개 중에 딱히 골라낸 몇몇 계란은 가히 컸다. 그에 비하면 보통계란(슈퍼나 마트 납품용)은 메추리 알 정도였다.

 

“사람도 몸집이 치 크는 사람이 있듯이 고만고만한 닭들이라 해도 알을 낳아보면 유난히 큰 계란을 낳는 닭이 있어요. 그렇다고 그런 닭들이 특별한 먹이를 먹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신기하다 싶었는데 계속해서 굵은 알만 낳는 거예요. ‘슈퍼 에그’라고 할까요? 아무튼 우리 농장에서 괴물 닭입니다.”

 

농장 주인에 따르면 무조건 큰 알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란다. 적당한 크기에 표면의 색깔이 노랗고 까칠까칠한 게 최고의 상품. 또 계란을 딱 깨트렸을 때 노른자가 황토색으로 탱글탱글하게 엉겨있어야 신선하다. 그리고 껍데기가 흰 것보다는 노릿한 게 영양가가 더 있단다. 계란 두 판을 사러 가서 양계장 주인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집에서 금붕어 서너 마리를 키우는 것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닭들을 돌보려면 많이 힘이 들지요. 근데 닭들이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도록 양계장 환경은 어떻게 해주고 있나요?”

“간단하게 말해서 닭들이 부지런하게 먹으면 알을 많이 낳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 못가죠. 무엇보다 닭들이 건강해야합니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풍부한 먹이와 물을 공급해줍니다. 닭똥을 비롯한 뒤처리를 잘해서 양계장 전체 환경을 깨끗이 해야죠.

 

또한 빛은 생물의 생식에 영향을 미치듯이 조류의 경우 빛이 생식에 관계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생식 활동을 활발하게 합니다. 이것을 ‘조류의 일장 효과’라고 합니다. 참새, 꾀꼬리, 닭 등은 봄이 되어 낮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산란이 촉진되고, 송어, 연어 등은 밤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산란이 촉진됩니다. 따라서 닭이 알을 많이 낳게 하려면 양계장의 환경을 계속해서 밝게 유지시켜 낮과 같이 느끼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슈퍼나 마트에서 사온 계란은 다 이와 같은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되었기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선별하는 과정을 조그맣게 묻어 있는 오물하나 흠집하나 생긴 것은 다 유통과정에서 제외되었다. 한때 이 농장도 조류독감 여파로 지독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계장 규모도 조금 줄이고, 보다 위생적인 경영방식을 접목한 결과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된다고 한다.

 

“양계장의 닭들은 닭장 안에서 먹이만 먹고 알만 낳지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양계장 닭들도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닭이나 물고기 등은 교미(수정)없이도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걸 ‘무정란’이라고 합니다. 교미해서 낳은 알은 ‘유정란’이라고 하고 새끼로 부화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예로 들면 결혼하지 않은 여성도 난자가 생성되고, 교접하지 않으면 생리라는 절차로 배출되지요. 여성의 배속에 난자가 생성된 상태에서 교미가 이루어지면 정자와 결합하게 되어 아기로 자라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양계장에서 나온 알들은 이미 암컷만 분류해서 알을 낳은 다 ‘무정란’이다. 그 알에서는 병아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알을 낳는 것하고 수놈과의 교미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수컷이 있어서 수정된 알들은 병아리가 나오는 알이 됩니다.”

 

그래서 그럴까. 봄철 학교 앞에서 팔리는 노란 병아리는 모두 수놈이다! 갓 태어난 병아리 때 감별사에 의해 수놈으로 분류된 수평아리들은 산 채로 폐기되는데, 그 일부가 학교 앞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다.

 

봄철 학교 앞에서 팔리는 노란 병아리는 모두 수놈

 

암컷들만 낳은 무정란은 마트에서 싸게 판매가 된다. 하지만 양보다는 질이 우선시 되는 요즘, 마트에서도 암수를 같이 풀어 키워서 알을 낳은 유정란도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이 일반 무정란보다 2-3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 양계장의 닭들이 모두 알을 낳는 것은 아니다. 한창 자라는 닭도 있고, 알을 낳기 시작한 닭도 있고, 이미 어느 정도 알을 낳은 노계도 있으며, 이제는 알을 낳지 않는 폐계도 있다. 폐계는 대구의 닭 장수들이 일괄적으로 사간다. 양계장에 들어온 지 얼추 5개월 정도 지난 닭이다.

 

 

또한 계란을 분류하는 정도를 보니까 무게가 60g 이상이면 ‘특란’, 54g 이상은 ‘대란’, 47g 이상은 ‘중란’, 42g 이상은 ‘소란’으로 각각 품질을 구분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중 특란을 두 판 사왔다. 집에 도착해서 냉장고 안에 든 마트 계란과 비교해보니 그 크기 차이가 확연하다. 새참삼아 계란 프라이를 해 보았더니 신선도 또한 유달랐다. 신선한 달걀을 직접 맛보려면 근처 양계장으로 가 보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보냅니다. 


태그:#양계장, #특란, #무정란, #유정란,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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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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