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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이 지나고 나면, 우리 집은 각종 생활용품에서부터 김, 참치 등이 풍년이다. 설날 선물 받아온 것들이다. 우리 집에서는 이번 설엔 생활용품세트를 준비했는데, 큰집에서도 생활용품세트를 준비했다. 생활용품세트를 맞교환한 셈이다.

 

설날 선물의 유래, 설그림

 

설날 선물은 조선시대의 세화(歲畵)에서부터 유래되었다. ‘설그림’이라고도 불리는 세화는 신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간에 선물로 주고받았던 그림이다. 세화의 그림 형태는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고 다양한 형태의 소재들이 다루어졌다. 화초와 선녀, 장군 등 인물을 그리는 경우도 있었고 십장생이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이상한 설날 선물주고받기

 

 매년 설날이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는 설날 선물을 사는 사람들로 가득이다. 참치세트, 김 세트, 생활용품세트 등 중저가 상품부터 홍삼세트, 굴비세트, 갈비세트 등 고가 상품까지, 다양한 세트들이 설날 선물로 인기가 좋다.

 

설날 당일이면, 예쁘게 설빔을 차려입고 양 손 가득 설날 선물세트를 들고 고향으로 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고는 고향에서 나오는 길이면 또 다른 설날 선물세트가 양 손 가득 들어져서 나온다. 설날 선물세트를 서로 교환해온 셈이다.

 

이런 의미 없는 선물교환에는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농촌에 사시는 노부부네 댁에 조카가 설날선물로 햄 세트를 사서 간 것. 보통 햄 세트에는 10여개의 햄이 들어있는데, 노부부 두 분이서 햄 10여개를 다 먹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결국 햄 세트는 10살짜리 손자의 도시락 반찬으로 보내버렸다고 한다.

 

대통령들의 설날 선물

 

역대 대통령들도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의 의미를 담아 각 지역의 특산물을 섞어서 설날선물을 보낸다. 대통령들의 명절선물은 가급적 현지 직거래나 농협, 중소기업 제품을 위주로 4만~5만 원짜리 선에서 선정한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명절선물로 지역 특산 민속주를 빠짐없이 넣어 보냈고, 이명박 대통령은 올 설 대구 달성의 4색 가래떡과 전남 진흥·강진의 표고버섯을 보냈다고 한다.

 

정성 가득 담긴 수제 비누세트

 

 내가 아는 주부 강씨는 이번 설날선물로 직접 비누를 만들어 선물했다. 비누의 제작에서부터 포장까지 모두 강씨의 핸드메이드이다.

 

“똑같은 선물세트는 식상해서 이번 설날 선물로 특별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비누를 만들어봤어요.”

 

비누 만드는 시간은 꽤 걸렸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비누를 설날선물로 주면, 받는 사람도 즐겁고, 주는 사람도 즐겁다고 했다.

 

  설날 선물은 조선시대 때부터 유래된 우리민족 고유의 풍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설 선물의 의미는 사라져가고, 세트만 남았다. 설날에 나눌 덕담을 고민하기보다는 설날이면 어떤 세트를 살까 고민하기에 바쁘다.

 

다음 명절에는 선물세트로 가득하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정성이 담긴 선물과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덕담을 가지고 고향으로 가길 바라본다.


태그:#설날선물세트, #정성,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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