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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만 보고 투표했는데 귀여운 아이들까지 덤으로 얻게 되어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다."

 

"미셸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온통 그녀의 패션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명문 프린스턴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뛰어난 재원이다. 패션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주목 받을 수 있고 버락의 1급 참모로도 손색이 없는 인물인데 안타깝다. 미셸로서는 좀 억울할 것 같다."

 

"사샤의 부러진 이와 일회용 반창고가 사랑스럽다. 내가 오래 오래 살아서 귀여운 두 딸들이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댓글: 사샤는 이가 부러진 게 아닌데. 곧 새로운 이가 날 거야.)

 

"취임식부터 백악관 생활이 끝날 때까지 말리아는 개인 사진을 찍어뒀다가 나중에 책으로 펴내면 대학 등록금 정도는 스스로 벌 수 있을 것이다."

 

퍼스트 패밀리에 대한 사람들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역사적인 취임식'의 주인공인 오바마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열기다. 인터넷에서도 퍼스트 패밀리에 대한 기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기사에 대한 댓글도 수십 개, 수백 개씩 올라와 있다.

 

워싱턴 순례관광까지... 오바마 열기 어디까지

 

 

오바마가 대통령 선서를 한 지 닷새째 되던 지난 24일, 기자는 워싱턴 DC를 차로 둘러보았다. 거리에는 오바마의 선거 구호였던 "Yes We Can!"이 아직도 그대로 붙어 있었고 군데군데 오바마 사진도 눈에 많이 띄었다. 오바마 상품을 파는 노점상 역시 내셔널몰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 그대로 있었다.

 

취임식이 열렸던 국회의사당 광장에는 취임식 당일에 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보려는 듯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처럼 관광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의 유람이었다. 이들은 '미시건'이라는 팻말을 앞 유리에 붙인 관광버스에서 내려 국회의사당을 향해 걸어갔다. 삼삼오오 걸어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읽을 수 있었다.  

 

 

퍼스트 패밀리에 대한 사람들의 열기는 책을 파는 서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사는 해리슨버그의 반스앤노블 서점. 이 서점 출입문 바로 앞에는 <오바마 코너>가 설치되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오바마와 관련된 책과 잡지를 팔고 있다.

 

그런데 팔고 있는 건 책과 잡지뿐만이 아니다. '오바마'라는 낯선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리게 된 2004년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2008년 1월의 아이오와 주 민주당 코커스 연설, 작년 11월 4일의 감동적인 대통령 수락 연설 등을 담은 CD와 DVD도 팔리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당선을 특집으로 다룬 <뉴욕타임스> 11월 5일자 신문도 '보관용'으로 팔리고 있다. 표지모델로 화려하게 등장한 버락, 미셸 오바마 부부의 잡지도 보인다. 

 

 

 

오바마 딸들 인형까지 등장... "얄팍한 상술"

 

방송에서도 퍼스트 패밀리에 대한 이야기는 뜨겁기만 하다. 오바마 취임식이 끝난 뒤, 주부들이 즐겨 보는 아침 방송에서는 이들 퍼스트 패밀리에 대한 시시콜콜한 파헤치기가 계속되고 있다.

 

즉, 퍼스트 패밀리들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가, 즐겨 먹는 디저트는 무엇인가, 두 딸이 좋아하는 간식은 무엇인가, 이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따위가 연일 TV 화면에 비치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타이 주식회사(Ty Inc.)의 '귀여운 사샤(Sweet Sasha)'와 '놀라운 말리아(Marvelous Malia)' 인형 역시 이들 퍼스트 패밀리에 대한 지나친 관심, 열기의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퍼스트 패밀리의 안방 주인인 미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미셸은 자신의 아이들 이름이 붙은 인형 판매에 대해 얄팍한 상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호사가들의 시선은 이미 퍼스트 패밀리의 일거수일투족에 깊이 꽂혀 있는 걸 말이다. 어쩌면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이러한 불편한 관심에 대해 미셸은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최근에 나온 <뉴요커(The New Yorker)> 1월 19일자 잡지. 여기에는 사진작가 마리아나 쿡이 지난 1996년 5월 26일에 시카고 하이드 파크에 있는 오바마 부부를 방문해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다.

 

이 기사에서 미셸은 버락이 정계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대해 우려되는 자신의 사생활 부분을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일단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그 인생은 열린 책(오픈북)이 되고 만다. 그래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사생활에 들어올 수가 있다.
 
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내 주변에 내가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 있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정치를 하게 되면 우리 자신을 다른 많은 사람들 앞에 노출시켜야 한다.
 
나는 아이도 갖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고 가족, 친구들과 시간도 함께 보내고 싶지만 우리의 미래가 그쪽(정치)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 남편이 정계로 나가는 것을 반대했던 미셸. 하지만 버락의 강력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던 그녀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 버렸다.

 

'최초의' '역사적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그 가족들. 이들 퍼스트 패밀리들은 이미 오래 전에 미셸이 예측했던 대로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투명 유리 안에 갇힌 퍼스트 패밀리들이 감당해야 할 불편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인다.


태그:#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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