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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사막이다

7년간을 사막에서 구르다 보니 사막을 가는 데 있어 너무나 많은 의미 부여와 이유가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는 걸 알았다. 사실 복잡하고 멋있는 이유를 찾는 사람치고 사막의 유쾌, 달콤, 상콤한 추억 거리를 만들기가 힘들다.

현란한 어휘 구사력과 기묘한 표현들은 본인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똑똑하고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이 되지만 사막 가는데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가? 제대로 된 사막의 원초적 짜릿함을 만나고 싶으면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기보다는 그냥 가는 게 최고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땡겨서 가는 것이 진정한 해탈의 자유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최상의 지름길이다.

사하라사막의 노을
▲ 사하라 레이스 사하라사막의 노을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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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오로지 사하라 사막 대회만을 최고의 극한 대회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각지의 오지에서는 별의별 희한하고 황당한 대회들이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최근의 국제적 레이스 추세를 보면 한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 만족하지 않고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사하라사막, 남극 등 여러 곳에서 시리즈로 이어지는 대회가 인기다. 대회 진행 중에 언제 죽을지 몰라 무서워 포기하게 만드는 따끈따끈한 대회들이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위험과 위기가 공존하는 대회들을 약간 소개하겠다.

'아마존 정글 마라톤'은 브라질 아마존 강에서 200km 를 달리는 대회로, 식인 물고기 '피라니아'가 날뛰는 강을 헤엄쳐 건너고 밀림을 지나며 온갖 곤충과 맹수들의 위협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밤에는 해먹을 치고 자며 어디서 달려들지 모르는 재규어의 눈빛에 오금이 저리는 짜릿함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회 주최측의 무성의한 진행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진짜 '리얼 서바이벌' 레이스다. 그래도 해마다 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니 요지경 세상이다.

대회사진
▲ 아마존정글마라톤 대회사진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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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소개하면, 캐나다 북부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 울트라 레이스'가 있는데 최저 영하 -42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설원에서 225km를 달려야 한다. 개인의 짐과 식량은 '스키펄크'라 하는 썰매에 싣고 말 그대로 '인간썰매'가 되어 눈 폭풍을 뚫고 가는 무식한 대회다. 그런데 그런 무식한 대회에 나도 덜컥 신청을 했으니 겁이 없는 건지 정말 무식한 건지 판단이 안 선다. 대회는 2009년 3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대회사진
▲ 다이아몬드레이스 대회사진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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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레이스

이제 사하라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예전에 아프리카에서도 살아보고 여러 번에 걸쳐서 사하라 사막을 달려보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움이 덜할 수도 있지만 사하라의 밤하늘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고의 신비감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리고 잊지 못할 사막의 로맨스를 꿈꾸는 소박한 바람은 나의 영혼과 마음을 계속해서 사막을 찾게 만드는 것 같다. 사막은 'NG'없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곳이다. 자기만의 영화 한 편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나도 믿지 못하겠는데,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 사하라 사막이라고 한다. 사실 실제로 사하라 사막을 가보면 온도 높은 한증막에 있는 것 같이 뜨겁게 느껴진다. 2005년 대회 때 낮 온도가 지열 포함 영상 58도를 찍어 여기저기서 탈수와 일사병으로 나가떨어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그때는 대회 진행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더웠고 한국 참가자들이 제일 많이 탈락한 사건도 있었다.

그 당시 대회가 9월 말에 열렸는데 이번에는 한 달 후인 10월말에 대회가 열렸다. 2005년 대회 때와 같은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막에서 영상 52도까지는 견딜만 하다. 그런데 53, 54도를 넘어가면 머리가 타는 것 같이 뜨겁고 자칫 잘못하면 순간적으로 일사병으로 쓰러진다. 지금껏 한국에서 오지 레이스 경험이 제일 많은 내가 더워서 태양이 무서울 정도였으면 처음 가는 사람들의 상태가 어땠는지 상상이 갈 것이다.

사하라 사막
▲ 사하라 레이스 사하라 사막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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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형태의 암석들
▲ 사하라 레이스 기묘한 형태의 암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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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하라 사막이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을 먹는 게 보통이다. 사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더위, 모래 언덕, 전갈, 오아시스, 여우, 어린 왕자 등이 있는데, 대부분 만나봤지만 아직 어린 왕자는 못 만났다. 현실이건 아니건 그래도 언젠가는 만날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사하라 사막 레이스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서 일주일간 먹을 식량과 장비들을 집어 넣은 약 10kg의 배낭을 메고 하루에 정해진 거리를 달리든 걷든 제한시간 안에 통과하면 끝이다. 그렇게 일주일간 사막을 헤매고 밥 먹다 보면 마지막 카이로 시내가 나타난다.

복잡한 카이로 시내에서 서커스 운전하는 자동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세계 7대 불가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나 골인을 하면, 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자신감과 뿌듯함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묵직한 완주 메달을 목에 걸 때 지나온 시간의 고통은 한번에 날아가버리고 이어지는 굵은 눈물 한 방울,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사막은 우리 인생에 있어 단지 일주일간의 일상 탈출이었지만 그 잔상과 추억은 후유증 같이 평생을 두고 우리를 따라 다닌다.

다음편에 계속….

백사막
▲ 사하라 레이스 백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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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의 모래
▲ 사하라 레이스 사하라의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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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코스에서
▲ 사하라 레이스 첫번째 코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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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사막의아들 유지성 / www.runxrun.com

사막, 트레일 레이스 및 오지 레이스 전문가. 칼럼니스트,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사막, 남극 레이스, 히말라야, 아마존 정글 마라톤, Rock and Ice 울트라 등의 한국 에이전트이며, 국내 유일의 어드벤처 레이스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태그:#사하라사막마라톤, #사하라, #유지성, #마라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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