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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명 가까운 회원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생활자전거 모임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올 초 정부가 1조 2천억원이 넘는 전국 자전거길 계획을 발표한 뒤 찬반 토론이 뜨겁다.
 24만명 가까운 회원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생활자전거 모임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올 초 정부가 1조 2천억원이 넘는 전국 자전거길 계획을 발표한 뒤 찬반 토론이 뜨겁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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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정부가 '녹색 뉴딜'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국 자전거길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나온 어느 자전거 계획보다 큰 규모였다. 게다가 금액은 1조가 넘었다. 정부는 내심 자전거인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으리라 기대한 듯하다. 이런 기대는 오해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생활자전거 모임에서 대표격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하 자출사)은 회원이 23만6000명이 넘는다. 자전거에 관심 있는 누리꾼들은 거의 다 모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전국 자전거길' 계획을 밝힌 이후 초반 반응은 '놀랍다'였다. '과연 될까'라는 의심 섞인 시선도 있었다. 얼마 뒤 좀 더 구체화된 계획이 나오고 방송에 소개되자 찬반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15일까지 달린 댓글 중 찬성과 반대를 드러낸 것은 모두 193개. 이 중 정부안을 비판한 댓글이 133개, 찬성한 댓글이 60개다. 68.9%가 정부안을 비판한 셈이다.

'전국 자전거길' 구상에서 첫번째 수혜자가 될 것이 분명한 자출인들은 왜 '반대'로 나섰을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반대] 인식과 제도 개선, 도심 정비부터 먼저

국내 웬만한 도심엔 모두 자전거길이 놓여 있다. 하지만 군데군데 끊어진데다, 장애물이 많아 교통로로서 기능을 의심받고 있다.
 국내 웬만한 도심엔 모두 자전거길이 놓여 있다. 하지만 군데군데 끊어진데다, 장애물이 많아 교통로로서 기능을 의심받고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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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출인들은 일 순서가 잘못 됐다고 꼬집었다. 도로를 놓기 전에 법과 제도, 생각을 바꾸는 작업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순서가 어긋나면 해도 무용지물이라는 게 많은 자출인들 생각이다.

보행자-자전거-대중교통-승용차 순서로 우선 순위를 놓고 이에 따른 제도와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심 자전거도로처럼 자전거도로 승용차 무단 주차, 오토바이 폭주, 보행자와 자전거 운행자 충돌 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도 도로 폭과 표지판 표시가 제각각인 데다, 운행이 도저히 힘든 턱 높이, 숱하게 끊어져 이동로로써 제 역할을 못하는 현실, 장애물과 같은 가로수와 전봇대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처럼 자전거길에 대한 생각이 확실히 세워져 있지 않은데, 어떻게 전국 사업이 가능하겠느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일단 자전거는 보행자 다음 이동수단으로서 정당하게 취급받아야 됩니다. 인도 안쪽에 설치하는 무지부터 개선되어야 됩니다. 궁극적으론 도로가에 선을 그어 차량과 같은 이동수단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해야 됩니다. 무턱대고 인도에서 주행한다고 자전거가 다녀야 될 곳은 없으면서 법은 불리한 이 상황부터 바뀌어야 될 거 같습니다. 자전거길은 이 정도 바탕만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 나머진 관리만 해주면 할 게 없을 거 같습니다. 하나 더 추가하면 국민의식 정도?" - 아이디 '캐샨'

'허접심장'이란 아이디를 쓰는 회원은 "자전거는 빨리 가는 목적이 아니"라면서 "그런 목적이면 비행기 자동차 철도가 있다. 정 만들고 싶다면 고속도로 옆에 길 트는 게 낫다"며 정부의 조급성을 질타했다.

회원 '아싸야로'는 "자전거도로보다 자전거 교통망 측정 자전거 이용 인구 추산부터 통계청과 협조해서 먼저 해야 한다고 본다"며 기본 통계부터 만들라고 촉구했다.

길을 닦는다면 도심 도로부터 먼저

자출인들은 길을 닦게 되더라도 전국도로가 아닌 도심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자전거 혁명을 일으킨 파리 도심 교통수단 '벨리브'를 잘 보라는 말이다. 자출인들은 자전거는 레저와 녹색교통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지만, 우선 순위는 녹색교통이라고 말한다. 즉 레저에 해당하는 전국 자전거길보다 도심 교통망 구축에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에도 맞지 않다고 꼬집는다. 자전거길 조성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만들자는 것. 그렇다면 대다수 자전거인들이 모여 있는 도심에서 편리하게 타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 년에 한두 번도 이용하기 어려운 전국 자전거길은 이용 빈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실용주의' 잣대를 들이댔다.

"1조 2천억으로 해야 할 일. 1. 도심권 도로를 정비하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한다. 2.  도심과 도심 간의 도로를 정비해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한다.(네트워크 가능) 3.자전거 산업을 육성시킨다.(부품산업 등)→ 세계최고수준 자전거를 국산화한다. 4. 자전거 문화에 대한 교육 등 인프라에 투자하라. 전 자전거를 레저보다는 교통분담 쪽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아이디 '기쁨짱'

전국 자전거길을 놓을 때는 기존 길 활용을

전국엔 고속도로 외에도 길이 많다. 새 길이 놓이면서 한갓진 길이 된 국도, 지방도, 해안도로 등을 자전거길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자출인들은 말한다.
 전국엔 고속도로 외에도 길이 많다. 새 길이 놓이면서 한갓진 길이 된 국도, 지방도, 해안도로 등을 자전거길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자출인들은 말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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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건을 갖춰서 전국 자전거길을 만들 때는 기존 길을 활용하는 쪽에 무게 비중을 뒀다. 고속화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이미 남는 도로가 많다는 것. 자전거 고수들은 자신들이 전국을 누빈 경험을 꺼내며 어느 구간이 활용 가능한지 제시했다.

"1, 3, 38번, 구 영동고속도로, 6번 국도만 연결해도 훌륭한 자전거도로가 된다. 지금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도로다." - 아이디 '로간'

"기존 남는 도로 활용 가능하다. 인덕원-분당 57번 도로를 추천한다." - 아이디 '제이슨'

"기존길 활용하는 게 좋다. 고속화도로가 생기면서 노는 도로들이 많다. 그런 도로들 휴게소가 문 닫는 것 많이 봤다. 도시 자전거길이 우선이다. 전국 자전거길을 위해서도 도심 자전거망 우선 확충을 통해 자전거인구를 크게 늘려야 한다." - 아이디 '팔추'

한 회원은 도시와 도시를 잇는 방법으론 대중교통 연계도 있다면서 기차, 버스 등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몇몇 회원들은 '대도시 빼곤 자전거 전용도로가 필요없다'고까지 말했다. 정 만들고 싶으면 도로 가장자리 1m 정도만 내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자전거야 국도로 달리면 된다. 별도 도로 필요없다. 도시 내 자전거전용도로 먼저 확보하고 전국 도로망은 기존 도로 갓길 정비 정도만 해도 된다." - 아이디 '복룡 드디어 날다'

비판 의견 중엔 보수 관리에 대한 계획이 빠졌다는 점도 있었다. 유지 보수가 안돼 흉물이 된 도심 도로를 경험한 이들의 말이다. 이들은 유지 보수에 대한 계획과 예산이 없을 경우 전국 자전거길은 더한 흉물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코미디다. 유지 보수가 안돼 고추 말리고, 벼 말리고, 비 오면 끊어질 것이다. 자전거를 레저용으로 다운시키는 짓이다." - 아이디 '해피맨'

그 외 "주변 땅값만 올릴 것이다", "거대한 헬스장이 될 것이다", "효율성 없는 일자리 창출 목적", "실제 환경과 기후변화에는 아무 도움 안될 것", "그 돈으로 중소기업 육성하길" 등 의견을 내놨다.

[찬성] 지금이 기회, 전국과 도심길 병행 추진 가능

찬성쪽 의견도 다양하다.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전국 자전거 붐 조성에 도움이 된다",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 등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한 회원은 어떤 단서를 달아도 좋은 정책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기도 했다. 찬성하되 단서를 다는 이들도 많았다. "담당자들은 꼭 자전거를 두 달 동안 타보고 시작하라", "겸용도로만 아니면 된다" 등과 같은 의견들이었다.

지방정부는 돈이 없다. 전국자전거길을 놓는 게 지방정부로선 어렵다. 전국자전거길 사업을 지지하는 자출인들은 지방정부는 도심자전거길을, 중앙정부는 전국자전거길을 놓으면서 병행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정부는 돈이 없다. 전국자전거길을 놓는 게 지방정부로선 어렵다. 전국자전거길 사업을 지지하는 자출인들은 지방정부는 도심자전거길을, 중앙정부는 전국자전거길을 놓으면서 병행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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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일, 지금이 기회다

여러 회원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할 일이 다르고 정부와 민간이 할 일이 다르다고 구분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의지를 갖고 전국도로망 건설에 나서면 지방정부도 좀 더 의욕을 갖고 지방자전거도로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큰 줄기는 정부가 추진하고, 자출인들이 진출입로 등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길을 보완하면 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전국적인 일은 역시 중앙정부에서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이번 발표는 일단은 환영하며 추진시켜 나아가고, 지금 당장 자출인들의 희망인 시내자전거도로 확보도 지자체에서 더욱 박차를 가해서 두 가지 일이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암튼 시내 외 전국, 모두 병행하여 거미줄처럼 연결되었으면 합니다." - 아이디 '지구잔차'

회원 '라레이'는 "지금이 기회"라며 "뒷순위로 밀리면 이 예산은 사라진다"고 우려를 했다.

후손에 물려줄 큰 재산, 관광수요 생길 것이다

몇몇 회원들은 정부에 대한 의심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 대한 반대와 세부 정책에 대한 찬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것. 기존 길을 활용한다는 점은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사비 절감은 건설업계에서 지상과제입니다. 기존도로의 관리주체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기존도로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면 그 구간은 당연히 기존도로 활용하면 되는 겁니다." - 아이디 '가야'

전국자전거길을 만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이라고 희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후대에 물려줄 좋은 자산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더불어 자전거산업이 커지면서 자전거 관련 제조업, 서비스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노) 

"중국에 있는데, 자전거 갖고 여행하는 외국인들 많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아이디 '카프카'

회원 '대하나'는 "이 길이 완성되면 한국이 세계 속 자전거국가로 성장할 것"라고 전망했다. 그외 "삼천리주식을 사겠다", "속도전 해볼 수 있을 듯"과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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