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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의 독경 소리가 영혼에 울리네.”

  무슨 내용인지는 알아듣기는 힘이 든다. 천일기도를 드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장전 안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와 스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공명되고 있었다. 그 내용은 알 수가 없어도 소리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영혼이 얼마나 순수한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스님의 독경 소리는 분명 오묘한 의미를 가진 경전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경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스님의 소리는 그냥 소리가 아니었다. 허공에 사라져버리는 무의미한 소리가 아니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이지만 영혼을 정화시키고 있었다. 이는 마음을 맑게 해주고 있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하고 있는 송광사.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이름은 같은 절이지만 다른 절이다. 종남산에 위치하고 있는 산사에는 보물 1244호인 종루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역사가 깊은 사찰이다. 더군다나 전주시의 인근에 위치함으로서 도시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중한 사찰이기도 하다.

 

  샘솟고 있는 약수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한 겨울에 얼음이 얼어 있는 상태에서도 콸콸 쏟아지고 있는 약수가 생명수처럼 보인다. 저 물을 마시게 된다면 몸 안의 世塵이 말끔하게 씻어내질 것만 같다. 지장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스님의 독경 소리와 어우러져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대웅전 앞에서 서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우주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드니, 세상의 중심이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두발을 땅 위에 딛고 서 있는 자세가 그렇게 안정적일 수가 있었다. 가슴에 든든하게 쌓이고 있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살면서 느꼈던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

 

  한 겨울의 삭풍이 산사의 마당을 휩쓸고 다녀도 조금도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 옷 안으로 스며드는 한기가 싫기는커녕 오히려 즐겁다. 신체적으로는 춥다는 생각이 들어도 조금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정신을 쇄락하게 해주고 있었다. 겨울도 얼마든지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은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겨울이 추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겨울이 춥지 않다면 겨울이라 할 수 없다. 산사의 마당에서 삭풍을 맞으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겨울이 겨울다워야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만약에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다면 그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이 추운 것에 감사해야 한다.

 

 

  겨울 산사에서 나를 보고 세상을 본다. 불경기라고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어렵다고 불만만 하고 있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갖고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름다운 내일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님의 낭랑한 독경 소리의 리듬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군 송광사에서 직접 촬영.


태그:#산사, #종루,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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