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땅과 가장 많은 사람 수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 일극체제와 유럽 다극체제가 세계의 모든 정치, 경제, 외교, 문화를 지배하고 있으며 떠오르는 중국과 선진자본주의에 편입된(G7) 일본이 세계사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세계사 주류에 완전히 편입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류가 된다 할지라도 양극화가 아시아를 암울하게 한다. 경제적 양극화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지역과 지역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아시아에서는 몇몇 나라만 서구 자본주의에 편입된다면 몇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주류에서 더욱 멀어질 것이다.

 

'아시아' 지역 공동체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서구'를 향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일본 진보학자들이 '아시아'란 무엇인가를 두고 질문과 고민, 답을 제시한 책이 이번에 나왔다. '아시아 신세기'로 8권이다.1권은 '공간' 2권은 '역사' 3권은 '정체성' 4권은 '행복' 5권은 '시장' 6권은'미디어' 7권은 '파워' 8권은 '구상'이다. 

  

시리즈 2권 <역사>는 서구제국주의가 군사적·경제적·문화적 욕망에 사로잡혀 침략·침입· 식민지화·피식민지화의 연쇄와 개발주의 근대화를 겪으면서 많은 상처를 낸 가시를 돌아본다. 그 '가시'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본'도 자리하고 있다.

 

"분명히 일본은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흐름 중 일부를 끌어당겼으나, 결국에는 아시인들에게 비판받는 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덧붙여 영국과 프랑스가 제국주의 국가로 군림하면서도, 자국을 편입된 식민지민에게 자립의 무기인 민주주의라는 사상을 전한 데 비해, 일본는 이에 해당되는 것이 없었다."(<제국 내 인간의 이동과 독립운동>- 36쪽)

 

<역사>는 1부 '제국과 해방의 유산'과 2부 '전쟁과 혁명', 3부 '역사의 주체에 관한 물음'과 마지막 종합토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탈식민주의적 역사공간의 중층성 -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일본, 동티모르' '팔레스타인 땅에서 태어나서'는 서구 중심 역사관에 잡혀 있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고토 겐이치(와세다대학 아시아 ․ 태평양연구과 교수)는 <탈식민주의적 역사공간의 중층성 - 인도네시아·네덜란드·일본·동티모르> 논문을 통하여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면서 내세운 지배이념은 '대동아공영권'이었고,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지배하면서 내세운 지배이념은 '형제의 대동단결', 일본의 인도네시아 지배구실은 '민족해방'이었고,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지배구성은 '주민으로터 요청'이었다고 지적했다.

 

고토 겐이치 교수 논문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과거의 '적'에 대한 최고 지도자들의 발언 부분이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시책을 선진국 중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지지해온 전시 지배국 일본에 대해서도 동티모르 최고지도자층의 발언은 지극히 유연하다. '전시 보상을 요구할 의도는 없다,' '역사는 역사로,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탈식민주의적 역사공간의 중층성>-66쪽)

 

자신들 영혼을 지배한 이들에게 동티모르 지도자들은 '역사는 역사로, 우리는 현재와 미래와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발언은 요즘 우리와 일본 관계를 정립하는 어떤 세력과 비슷한 점이 많다. 과거는 묻어버리고 미래로 가잔다. 어떤 이는 일본제국주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요즘 팔레스타인을 맹폭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했기 때문에 폭격했다고 한다. 무자비한 폭격을 정당화시키는 그들 논리가 끔찍할 뿐이다. 2004년 3월 22일 이스라엘 로켓포 공격으로 살해당한 하마스 지도자 아흐메드 야신이 쓴 <팔레스타인 땅에서 태어나서>는 현재 팔레스타인 상황과 맞물려 깊은 의미가 있다.

 

"자신을 지키고 고향을 동경하며 방위하는 것이 테러리즘이라면, 전 세계가 저더러 최초의 테러리스트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인이야 말로 우리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는 테러리스트라는 것, 그리고 지금도 국가 차원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사실입니다."(200쪽)

 

어린이와 여성, 수많은 민간인들에게 폭격하는 이스라엘 모습을 보면서 베트남 작가 '바오 닌'(Bao Ninh)이 <전쟁의 슬픔>을 통해서 던지는 답은 이스라엘과 군사력으로 온갖 만행을 자행하는 국가들이 읽어야할 대목이다.

 

"전쟁을 전쟁으로 수습하는 것, 피로 피를 씻어내는 것, 원한으로 원한을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20세기 전쟁이 가져다 준 가장 위대한 교훈이지만 21세기 인류는 그것은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97쪽)

 

인류를 전쟁의 참화와 테러리즘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인류에 대한 깊은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뿐인 것이라는 바오 닌의 바람이 이루어질 날이 오도록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계속하여 중국 문화대혁명과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독립, 이란 혁명과 걸프 전쟁 등 우리가 살아가는 아시아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통하여 지워지지 않는 수난과 식민지배 역사를 성찰하는데, 여기서 아시아가 새로운 희망을 향하여 나아가고자 하는 일본 지식인들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아시아 '역사'를 다루면서 일본제국주의가 자행한 수많은 만행에 대한 반성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왕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의 식민지배를 다루었다면 일본제국주의의 한반도 지배도 다루어야 했다. 일본 진보지식인들까지도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부족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덧붙이는 글 | <역사> 아오키 다모쓰 등편/박진우 역 | 한울 | 2007년 09월


역사 - 아시아 만들기와 그 방식, 아시아 신세기 2

사카모토 히로코 외 엮음, 박진우 옮김, 한울(한울아카데미)(2007)


태그:#아시아, #역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