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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만날 매수 타이밍이라고 하네."

 

30일 한 경제신문 기사에 달린 누리꾼 댓글이다. 이는 올해 집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구입을 권유하는 일부 보수·경제신문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 2006년 하반기부터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2008년엔 낙폭이 더욱 커진 상황이었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과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지들은 아파트 구입을 부추겼다.

 

올해 이들 신문이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와 몇몇 부동산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전한 정보를 믿고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이라면, 큰 손해를 봤을 터다. 올 한 해 이들 신문의 부동산 기사를 살펴보면, 기사에 유난히 악플이 많은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2008년 초] 이명박 정부 기대감... "내 집 마련 꿈 이루세요"

 

 

보수·경제 신문들은 작년 이맘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며 "내 집 마련을 준비하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1월 2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심리가 상승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저가·재건축 아파트와 재개발·뉴타운 지역에 눈길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신문은 3월 13일 '치솟는 물가…대출로 내 집 마련 괜찮을까'라는 기사에서 은행 관계자의 입을 통해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주택자라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전했다.

 

<동아>는 2월 21일 "2008년 내 집 마련 꿈 이루세요"라는 기사에서 아래와 같이 아파트 구입을 권유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점수가 높은 무주택자라면 올해는 특별한 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유망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청약에 참여하라고 충고했다. 또 서울 강남권의 중층 재건축 아파트의 급매물을 매수하는 것도 실거주와 투자를 위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08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 침체 가속화... "오히려 기회"

 

 

<조선>은 3월 6일 "하반기 규제완화와 금리 인하로 하반기 서울 수도권의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며 "규제완화 기대감이 반영돼 값이 오르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 내 집 마련 시기는 올해 상반기다"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조선> 보도를 믿고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급격히 오르는 대출 이자와 떨어지는 아파트값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을 터다. 2008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됐지만, 내 집 마련을 강조하는 <조선>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조선>은 7월 1일 "자금 여력 있는 실수요자라면 오히려 투자 적기"라며 "서울 강남권에 대한 주택 수요자라면 하반기가 오히려 투자의 기회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 역시 마찬가지다. 6월 26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 현재로선 내 집 마련 및 투자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집을 옮기거나 내 집 장만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대책 없는 관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2008년 하반기] 집값 폭락에도 "기회는 온다"던 부동산 언론

 

9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버블 세븐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약발은 없었고, 시장참여자들은 대부분 집값 폭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단, 일부 전문가들과 보수·경제 신문을 제외하면 말이다.

 

<매일경제>는 9월 19일 2004년 부동산 시장 단기 침체와 이듬해 집값 상승을 언급하면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순간이었고 상승속도는 놀라웠다. (중략) 시장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고 이는 결국 행동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아>는 '부동산 특집'면을 발행하면서 아파트 구입을 부추겼다. 10월 30일 "수도권과 지방의 교통 인프라가 계속 확충될 예정이어서 수요자라면 새로 개통되는 도로 인근의 분양단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아파트 분양 정보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조선>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주택은 투자 상품인 동시에 사람들의 거주용 수단이라는 필수품 성격이 있는 만큼 가격이 무한정 하락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현 시세가 바닥인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실수요자라면 자신의 자금 여력 등에 비춰 가장 근접한 구입 시점을 고민하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10월 10일)

 

'고가 명품 주택은 불황에 강하다?'는 제목의 11월 25일 <중앙> 기사는 그 내용의 비현실성 때문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광고요'하고 자랑하냐", "광고나 해주는 신문, 이건 아예 돈 받고 기사 쓰는구먼", "분양 안 될까봐 걱정되나 보군" 등의 댓글이 달렸다.

 

 

[2009년 전망]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매수 기회 준비하라"

 

2008년 세밑, 2009년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보수·경제 신문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기 시작했지만, 매수 기회를 준비하라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매일경제> 인터넷판은 12월 26일 '갈아탈 만한 강남 아파트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값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살 수 있는 타이밍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하락 폭이 둔화하는 시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싼값에 나온 급매물을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준비를 해 둬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12월 19일 직접적으로 집 구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40대 부부들이라면 자녀의 교육은 물론 재테크까지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며 "1가구 1주택자라면 신규 주택을 매입한 뒤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하다.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금 큰 아파트를 미리 사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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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동산 언론, #내집마련, #집값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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