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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정적으로 섭취하는 간식은 매일 믹스커피(55kcal) 3잔, 탄산음료(97kcal) 2캔, 쿠키(430kcal) 1봉지...간식으로만 평균 섭취열량을 거의 다 채우고 있다.
 내가 고정적으로 섭취하는 간식은 매일 믹스커피(55kcal) 3잔, 탄산음료(97kcal) 2캔, 쿠키(430kcal) 1봉지...간식으로만 평균 섭취열량을 거의 다 채우고 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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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경 <오마이뉴스> 편집국으로부터 아주 독특한 기사 청탁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 즉 한 달간 3끼 식사는 하되 그 외 간식은 일절 먹지 않고, 그에 따른 변화를 기사로 써달라는 것이었다.

<오마이뉴스>로서는 다이어트 관련 기획 기사일지 모르겠으나 평소 먹는 것을 삶의 큰 낙으로 여기는 나로서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생체실험(?)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사를 못 쓰겠다고 거절을 할까 하다가, 이참에 늘 실패만 하던 다이어트에 성공해 보고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잠시 고민을 한 나는 겁도 없이 '간식 끊기 1달 프로젝트'를 수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역시 실패였다. 처음 보름은 간식도 끊고, 하루 1시간씩 운동도 했다. 하지만 나머지 보름 동안은 음식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참았던 나의 왕성한 식욕이 대폭발해 버렸다. 결국 <오마이뉴스>에서 원했던 '다이어트 성공기'에 대한 기사는 쓸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실패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고, 또 보름이지만 다이어트를 하면서 약간의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기에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기사를 쓰게 되었다.

'폭발적'이고 '지구력' 있는 나의 식욕

하나 남은 쿠키. 먹을까 말까.
 하나 남은 쿠키. 먹을까 말까.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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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주변으로부터 폭식과 과식의 기술이 거의 '인간문화재급'이라는 찬사(?)를 종종 들어왔다. 그만큼 나의 식욕은 폭발력과 지구력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든지 간에 그 순간 먹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예를 들면 호프집에서 흔히 기본안주로 나오는 강냉이를 먹어도 그것을 배가 부를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습관을 좀 더 자세하게 분석을 하면 3끼 식사를 제외하고 내가 고정적으로 섭취하는 간식은 매일 믹스커피(55kcal) 3잔, 탄산음료(97kcal) 2캔, 쿠키(430kcal) 1봉지, 3일에 한 번 라면(520kcal) 1봉지와 공기밥(313kcal), 일주일에 한 번 치킨(1조각 222kcal) 10조각 등이다.

섭취하는 간식들의 열량을 1일로 환산해보면 1383kcal이다. 여기에다 수시로 벌어지는 회식이나 술자리 기타 군것질을 포함시키면 하루 섭취열량은 족히 2000kcal가 된다. 성인남성 1일 평균 섭취열량이 2500kcal라고 하는데 나는 간식으로만 평균 섭취열량을 거의 다 채우고 있는 셈이다.

나의 기초대사량(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의 양으로 통상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소비되는 열량을 의미함)이 1800kcal정도인 것과 식사량이 2500kcal가 훨씬 넘는다는 것을 덧붙여 감안을 하면 몸무게가 100kg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지경이다.

이렇다보니 키 173cm에 몸무게는 100kg을 육박하는 '초고도비만'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몸 상태가 이렇다 보니 건강검진 결과도 좋을 리가 없다. 고혈압, 지방간, 중성지방 등 거의 모든 항목이 좋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음에도 한 달 식비로 6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물론 식비 중 2/3는 내 입으로 들어간다. 다른 2인 가정에 비해 엥겔계수가 엄청나게 높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식습관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돈 들여서 몸 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보름간의 다이어트 그 변화는?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먹는 간식의 칼로리, 하루 열량보다 많을 수도 있습니다.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먹는 간식의 칼로리, 하루 열량보다 많을 수도 있습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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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록 보름이지만 간식을 끊어 버린 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보름 동안 식사량을 줄였고, 간식은 일절 먹지 않았다. 다만 믹스커피를 대신해 칼로리가 거의 없는 원두커피나 녹차를 마셨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루 섭취열량을 2000kcal 정도 줄였다. 거기에다 매일 아침 1시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걷기를 함으로써 300kcal 정도를 소비했다.

몸에 변화가 바로 나타났다. 처음 5일은 몸무게의 변화가 없다가 이틀 동안 3kg이 빠졌다. 그러다 다시 6일간 변화가 없다가 또 이틀 동안 3kg이 빠졌다. 103kg이던 몸무게가 97kg이 되었다. 몸무게가 계단형태로 빠지더니 실로 오래간만에 두 자리로 복귀한 것이다.

혈압도 고혈압에서 정상혈압 가까이로 내려왔다. 퇴근 후 저녁이 되면 축축 처지던 몸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생기가 있는 듯 했다. 건강상태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과 더불어 보름 동안 회식이나 술자리를 갖지 않고, 외식과 배달음식을 없애고 나니 보름간의 식비지출이 15만원으로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는 좋았지만 먹고 싶은 음식을 참아야 하는 고통은 참으로 힘들었다. 늘 욕구불만에 쌓여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사소한 것에도 쉽게 짜증이 났다. 또한 삶의 큰 즐거움을 거세당해 버렸으니 당연 즐겁지 않은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싶어졌다.

당시 심리상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육체의 건강을 찾아가는 대신에 정신이 황폐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비가 당겼을 뿐이고, 그래서 먹었을 뿐이고...

그러다 12월이 되니 사적, 공적으로 모임이 잦아졌다. 친구들 간의 모임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참석하지 않았지만 빠져서는 안 되는 직장의 회식 자리는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되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맞닥뜨린 가장 큰 고비였다. 보물과도 같은 한우 갈비살이 육즙을 뿜어내며 익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샤르륵' 피어오르는 고소한 향기를 맡고 있는 것은, 고기를 뒤집을 때 '지글지글' 하는 소리를 '듣고만' 있는 것은, '고문'이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비싼 갈비를 언제 또 먹을 수 있을까! 한 두 점 정도는 먹어도 될거야', '아니야! 한 점 먹으면 그동안 억눌렀던 식욕이 대폭발하게 될 거야'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마치 천사와 악마의 싸움처럼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참을 수 없었다. 급기야 고기를 한 점 집어 달달하면서도 알싸한 간장소스에 찍어 먹었다. 물론 그 한 점으로 나는 이성을 잃었고, 더불어 <오마이뉴스>와의 약속도 잊어버렸다. 그 날 이후부터 '다이어트 실패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나의 식탐은 탄력을 받아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참아왔던 음식들을 섭렵하고 다녔다.

그렇게 나의 다이어트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해서 현재 몸무게가 다시 세 자리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기합리화'

초등학교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돼지'라는 별명을 달고 살아오다 보니 다이어트 도전과 실패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늘 실패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다이어트는 자신과의 싸움 중에서도 가장 힘겨운 싸움인 것 같다.

다이어트는 금연보다 수백배 힘들고 어렵다(참고로 나는 10년 동안 하루 두 갑씩 피우는  헤비스모커로 살아오다 7년 전 금연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성공하고 있다). 담배는 그래도 기호품이지만 음식은 생존과 본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식욕을 잠재우는 것은 흡연욕구를 잠재우는 것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렇다 보니 '사는 게 별거야! 좋은 거 먹고 즐거우면 그만이지' 혹은 '오늘만 먹고 진짜 내일부터는 열심히 다이어트 하자'라는 일종의 자기합리화의 덫에 너무나 쉽게 빠져 버리게 된다. 이번에도 '고기 한 점쯤이야 괜찮겠지' 하다가 허물어져 버렸다.

흔히 다이어트 실패를 하면 '원래 살찌는 체질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 '안 먹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등의 구태의연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큰 실패원인은 나약한 정신상태에 의한 '자기합리화'일 것이다.

결국 수없이 많은 다이어트 실패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음식조절과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속적으로 자기합리화의 덫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이런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의식중에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번 다이어트 실패했으니 12월 말까지는 폭발적으로 먹고, 2009년 1월 1일부터는 진짜 열심히 다이어트 해 보자!'라고 말이다.

나는 <오마이뉴스>에 다이어트 도전에 대한 기사를 두 차례 쓴 적이 있다.("다행히 '암'이랑 '성병'은 없으시네요~"(2008.6.24), "제 몸은 제 혼자만의 몸이 아닙니다"(2007.9.7)) 이 번까지 하면 세 번이나 다이어트를 실패했으니 민망할 따름이다.

과연 언제쯤이면 내가 <오마이뉴스>에 '다이어트 성공기'를 쓸 수 있을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 어쩌면 평생 도전과 실패만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살짝 겁도 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하니 뻔뻔스럽지만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다이어트 도전 의사를 밝혀야겠다. 2009년에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 다이어트 성공 노하우를 <오마이뉴스> 기사로 쓰겠다고 말이다.


태그:#다이어트,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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