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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삶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목표들을 세우고는 합니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굳은 각오와 의지를 다지기도 합니다. 그런 목표 중에서 빠지지 않은 것이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저 역시 키는 173cm밖에 안 되지만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하는 소위 '뚱뚱한' 사람으로서 매년 1월이 되면 목표 몸무게를 설정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 섭취량도 줄여야겠다는 결기에 찬 다짐을 합니다. 물론 그러한 목표와 다짐은 며칠만에 귀차니즘에 무너지고, 폭발하는 식욕에 백기를 듭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려는 이유는 건강을 유지하고, 생활속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도 있지만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과 인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야 한다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돼지'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저에게도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생긴 웃픈(웃기고도 슬픈) 일화가 참 많습니다. 사소하게는 식당에서 여럿이 밥을 먹을 때 누군가 공기밥을 추가하면 일하는 분들이 꼭 제 앞에 공기밥을 놓는다든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인원초과로 경고음이 울릴 때 분명 제가 먼저 탔음에도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듯한 괜한 자격지심에 서둘러 내려야 한다든지, 옷을 사러 매장에 가면 굳이 날씬해 보이고 싶지 않은데도 판매하는 분들이 "진한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어야 날씬해 보인다"며 한사코 검정색, 진한 회색, 군청색의 옷을 추천해 준다든지 등등...

"너처럼 무식하고 겁나게 생긴 대학생은 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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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돼지'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저에게도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생긴 웃픈(울기고도 슬픈)일화가 참 많습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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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군대에 갔을 때 훈련소를 퇴소하여 자대배치를 받고 내무반에서 신고를 하는데 '짬밥'이 되는 고참들 대부분이 큰 덩치에 깍두기 헤어스타일을 한 '조폭'스러운 저의 외모를 두고 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다 왔다는 저의 말에 "너처럼 무식하고 겁나게 생긴 대학생은 본 적이 없다"며 "첫 휴가 복귀할 때 학생증을 갖고 오라"는 고참도 있었고, 100m를 13초대에 주파하는 저를 몰라보고 "몸이 저러니 뛰지는 못할 테고 골대에 데코레이션으로 세워두면 꽉 차보이기는 하겠다"고 빈정대는 고참도 있었습니다. 이미 훈련소에서 15kg이나 빠진 저에게 "살이 안 빠진 걸 보니 훈련소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특별히 아침 저녁으로 체력 훈련을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고참도 있었습니다.

저는 군생활 동안에도 85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고참들의 우려와는 달리 군생활을 게을리한다거나 일처리를 무식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단 웅변대회에서 사단장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글솜씨와 말솜씨가 있었으며, 각종 훈련에서도 공로사병으로 선정되어 포상휴가도 수차례 다녀왔습니다. 또한 타 부대와 축구시합을 할 때면 상대편이 저를 쉽사리 마크하지 못하는 폭발력 있는 공격수이기도 했습니다(85kg의 덩치가 13초대로 돌진해 오면 웬만해서는 막아내기 힘듭니다).

물론 뚱뚱하다는 이유로 손해만 보고 산 것은 아닙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고등학교 입시에 체력장 성적이 포함되던 시절이라 학년 중반쯤에 하루 날을 잡아 체력장을 실시했습니다. 100m 달리기 기록을 측정 할 때 감독관 선생님이 저를 비롯해 뚱뚱한 학생 몇 명을 호명하더니 10m 앞에 나와서 달리라고 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100m를 12초대에 끊을 수 있었습니다.

일생을 뚱뚱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성격이 긍정적이고 밝으며, 매사를 유쾌하게 대하다보니 주변의 놀림이나 편견에 상처받는 일은 거의 없었고, 제 몸이 부끄러운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딱 한 번 뚱뚱하다는 것에 절망하고 자괴감이 든 일이 있습니다.

때는 2002년 3월, 모대학교 교직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최종면접을 볼 때였습니다. 제가 지원한 대학교는 학생수가 1만5000명에 달하고, 규모가 큰 종합병원도 몇 개나 갖고 있는 지방에서는 꽤 큰 사학이었습니다.

대학 실무자 면접이 끝나고 재단이사장 면접을 보는데 의사 출신인 재단이사장은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특기나 각오, 이력에 대해 질문하면서 저에게는 대뜸 "자네는 몸무게가 몇 킬로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순간 당황하며 실제 몸무게에서 대충 10kg를 뺀 "87kg 정도 나갑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재단이사장은 제 면전에 대고 "20대에 벌써 몸이 저런데 40대가 되면 고혈압에 당뇨에 성인병을 달고 살 건데 일 제대로 못시키지..."라고 말했습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저는 다급해진 마음에 "몸은 뚱뚱해도 일은 열심히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변했지만 재단이사장은 "취직하고 싶으면 일단 살부터 빼게"라는 말로 확인사살을 했습니다. 순간 저는 화가 나 '사람의 진심과 내면보다는 외모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이런 편협한 조직에서는 저도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하고 싶었지만, 비굴하게도 "네, 살 빼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면접을 마쳤습니다.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을 이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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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많은 사람들이 뚱뚱하면 건강을 염려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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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 후 저는 날씬한 사람들만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을 저주하면서 한동안 우울하게 지내야 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외모에 대한 편견이 덜한 남자인 내게도 이런데 여자에게는 이 사회가 얼마나 가혹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화도 참 많이 냈습니다.

12년이 지나 마흔이 된 지금, 저는 여전히 뚱뚱하지만 건강에 큰 이상이 없고, 직장 생활도 잘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덩치만큼이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며 조직내 화합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뚱뚱하면 건강을 염려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다이어트의 배신>(아힘 페터스 저, 에코리브로 펴냄)이라는 책에는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를 훨씬 더 잘 견디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높아 오히려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뚱뚱함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며 미덕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뚱뚱한 사람에 대해 '자기관리가 안 될 것이다', '게으르다', '센스가 없다', '둔하다' 등의 뿌리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뚱뚱한 사람들 중에는 자기관리가 안 되고, 게으른 사람도 있겠지만 마른 사람이라고 해서 다 자기관리를 잘하고, 성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생김새와 품성이 각기 다르듯 뚱뚱한 외모 또한 하나의 차이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입견이나 편견에 매몰되어 뚱뚱한 사람을 차별적으로 대해서는 안 됩니다.

뚱뚱함이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뚱뚱해서 불편한 일도 있지만 괜찮은 일도 많습니다. 또 뚱뚱해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괜히 의기소침하거나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생긴 그대로를 사랑하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간다면 타인의 시선에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 사회의 편견도 조금씩 불식시켜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뚱뚱한 우리 자신에게 또 이 사회에게 이렇게 한 번 외쳐 봅시다.

"뚱뚱해도 정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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