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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꼬부랑길을 달려온 보람이 있네.”
눈 아래 펼쳐진 장군목 계곡의 멋진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평화로움이 내려앉아 있는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 지점에서는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고 어는 부분에서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흐르고 있었다. 정중동의 모습이란 바로 저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마음을 꽉 잡아버린다.

장군목 계곡은 섬진강 상류이다. 섬진감은 진안의 백운에서 시작되면 데미 샘이 근원이라고도 하고 장수군의 수분리가 그 시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작은 미미하였지만 남해에 이르게 되면 거대한 강을 이루고 있다. 장군목 계곡은 섬진강의 상류로서 특히 여름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장군목
▲ 계곡 장군목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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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출발하여 옥정호를 지나 강진면에 이르렀다. 넓은 길로 돌아가면 순창 동계로 해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빨리 도착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지름길을 택하였다.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는 도로여서 안심하고 들어섰다. 그러나 얼마 달리지 않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이 너무 좁았다. 맞은편에서 자동차라도 온다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길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위로 올라가게 되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도로에서 그 것도 자꾸만 위로 올라가게 되니, 난감하였다. 불안함을 떨쳐버릴 수 없으니,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 하나를 완전히 그렇게 좁은 도로로 넘게 되니, 시야가 확 트였다. 산 아래에는 인기척이라는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마을이 하나 있었다. 마을의 좁은 도로를 벗어나니, 바로 장군목 계곡이었다. 겨울 햇살이 내려앉고 있는 계곡의 풍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자연은 늘 언제나 저리도 맑고 향기롭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새로운 물
▲ 새롭게 흐르는 새로운 물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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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는 요감바위가 이름을 얻고 있다. 천년 아니 수 만 년 동안 흐르는 물이 만들어놓은 오묘한 바위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포기할 수 없어 맴돌고 있는 순수한 사람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바위다. 사랑은 영원히 포기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란 사실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간절하게 원하면 꼭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믿으면서.

여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겨울에는 인기척 하나 찾을 수가 없다. 조석으로 바꿔지는 사람의 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온기를 가지고 있는 겨울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한가로운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바쁠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그냥 햇볕에 몸을 맡겨버리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행복.
나른해지는 몸을 즐기면서 여유를 마음껏 누린다. 한가로움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확인할 수 있다.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하였던가? 따뜻한 겨울 햇살이 마음에 그대로 전해지면서 세포 하나하나에 포만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게으름을 부리면서 햇살에 몸을 맡겨버리는 즐거움이 이렇게 큰 줄은 처음 알게 된다.

겨울
▲ 햇살 겨울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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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목 계곡을 흐르고 있는 물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인생은 연습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늘 같은 모습처럼 보이는 계곡의 물이 같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단지 같을 것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였을 뿐, 실제로는 언제나 새로운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인생이 연습이 없는 것처럼 언제나 새로운 물이 흐르고 있다.

섬진강 상류인 장군목 계곡에서 인생을 생각하였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행복해지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 행복이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행복을 말하면 실제로 행복해지고 불행을 말하면 실제로 불행해진다는 말이 옳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장군목 계곡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순창군 장군목 계곡에서 직접 촬영



태그:#장군목, #섬진강, #햇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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