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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6학년 영어수업시수를 현재 1~2시간에서 2~3시간(2,2,3,3 또는 3,3,3,3)으로 늘리는 교육과정개정(안)이 공청회(11월 10일), 전자공청회(11월 10일~23일)를 마치고 12월 2일 초등심의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연구보고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어수업시수를 늘려 영어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막연한 주장만 있고 이를 뒷받침한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초등 영어수업 확대,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네

대표적인 것이 모국어교육의 폐해에 대한 것이다. 공청회 주제발제자인 이완기(서울교대)교수는 영어 교육의 또 다른 목적은 학습자의 사고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춘기가 넘을 때까지 모국어로만 교육을 받고 생활한다면, 사고방식과 문화가 자국어 방식으로 굳어져 버린다. 자신의 것과 다른 사고 방식과 표현 방식을 접하지 못하면 자신의 사고가 편협해지기 쉽고 집단적으로 비슷한 획일적 사고를 하게 되고, 유연한 사고력을 기르기 어렵게 된다."(발제문 2쪽)  

이 주장이 타당한 것이라면 외국어교육이 사춘기 전에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청회에서 김해경(공덕초) 교사가 이 주장을 뒷받침할 학문적 근거나 연구결과가 있느냐고 질문했더니 주관적이고 개인적 경험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주당 수업시수 증가 영향이나 영어교육의 효과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수업시수는 학생들의 심신발달과 학습수행력 정도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내용을 빨리 배우게 해서 학습강도가 매우 센 편이다. 게다가 학급당 학생수가 많고 여건이 좋지 않아 공기가 탁한 편이다. 변변한 휴식 시설도 없어 학생들이 매우 피곤해한다.

그런데 영어과목 때문에 수업시수를 1~2시간 늘리면 6교시도 어려운 3학년이 7교시를 해야 한다. 당연히 학생들의 발달에 미칠 영향이나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학부모와 교사들이 찬성하더라는 설문조사로 대체하고 있다.

대다수 교사들은 지금은 1시간이라 재미있어 하지만, 3시간으로 늘면 3학년부터 영어를 싫어하게 될 것이고 한다. 영어실력이 얼마나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다. 지역의 교사들은 앞으로 영어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직감하고 있다.

사교육비 감소? 예상과는 다른 결과 낳을 것

사교육비 감소에 대해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공청회에서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초등 영어교육 설문조사' 결과는 다르다.

응답자의 39.5%가 시수가 늘어도 사교육을 계속 시키거나(22.9%) 오히려 더 많이 시킬 것(16.6%)라고 하였다. 이런 결과는 영어관련 연구학교들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교과부와 교육과정평가원 설문 결과. 설문대상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천명
 교과부와 교육과정평가원 설문 결과. 설문대상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천명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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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학생 설문 조사가 없다.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안이나 요구조사 연구를 보면 대부분 교사, 학생, 학부모, 전문가 조사가 이루어져 왔다. 수요자중심 교육을 강조하면서 유독 이 연구에서는 학생 조사가 빠져 있다. 다른 과목 전문가들의 의견도 빠져있다. 초등교육이 교과중심 체제가 아니라 학급 담임 중심의 통합교육 체제인 특성이 전혀 무시된 것이다.

연구보고서의 기본은 객관적인 연구 결과와 타당한 결론 도출에 있다. 국가수준의 연구이고 초등학생에 대한 연구이니 더 과학적이고 수긍할 만한 연구결과를 가지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공청회는 이런 결과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정토론자들에게 2일 안에 토론문을 내라고 하였다. 심의회 개최도 불과 4일 앞두고 알려주었으니 연구부터 결정과정까지 부실딱지가 붙을 만하다.  

한편 교과부는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가 꼭 필요한지 판단할 연구결과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상 마지막 공개절차인 초등 교육과정 심의회를 12월 2일 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정책결정은 한 번 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잘못된 교육정책의 희생자는 아이들입니다. 영어로 고통받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많습니다. 정책결정 하기 전에 제대로 된 연구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신은희 기자는 전교조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연구원입니다.



태그:#초등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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