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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의 친구'였다고 자처하는 사람(필명 'readme')이 "미네르바는 오랜 외국생활의 경험이 있으며 현재 0.1%의 극상위층에 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사실 나는 미네르바 신드롬을 보면서 그의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함을 가졌다. 그의 예측대로 우리 경제가 파탄에 빠진다고 하자.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진정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현재의 나빠진 경제지표가 아니라 희망이 없음이다. 그 결과 우리의 아이들에게 지옥을 물려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한국의 진보에게 고민을 던진 '오바마 바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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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네르바의 광풍에 의해 사라진 미국 오바마의 바람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지난 30년간의 신자유주의, 8년간의 골통 정권에 의해 지칠대로 지친 미국민을 사로잡은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내가 아는 일부 사람들은 미국 오바마의 바람을 매우 냉소적으로 보기도 한다. 반미주의적 성향이 깊은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미제국주의인 것은 모두 같다'며 전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도 하고,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어차피 선거자금을 많이 낸 계층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적 정책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미국판 노무현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비록 기대보다 못한 결과가 되더라도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의 지난 5년의 경험처럼 실망으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오바마가 제시한 메시지에 대한 미국민들의 기대와 반응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암울한 현실에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생각으로 그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 보았다. 내 생각에 그가 미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키워드는 '통합·소통·희망'이었다. 그는 미국의 건국정신과 하나의 미국을 이야기하며 통합을 강조하였으며, 통합을 위해 공화당 지지자들과도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비판하되 비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통한 희망을 강조하였다.

그가 미국사회에 대하여 고민한 내용은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고민과 그리 많이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는 교육과 과학기술·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최우선적 과제로 꼽고 있었으며, FTA에 관해서는 이로 인해 피해를 볼 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기 까지는 반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실제 중남미와의 FTA(CAFTA)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하였다.

또한, 부시정권의 부자를 위한 감세에는 분명히 반대하고 있으며, 상위 5%에게는 오히려 증세를 하여 교육·과학기술·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투자 재원과 보건의료 등 복지지출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시행정부의 '각자 알아서' 살아야 하는 소유주 사회의 원칙에 반대하고, '우리 다 함께'라는 사회보장제 원칙을 지지하고 있었다.

나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사회적 문제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 오바마 당선은 우리에게 충분히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20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37.5%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14.2%에 불과했다. 온갖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 지지율 격차이면 사실상 야당의 존재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는 국민들은 현 정부의 실정에 실망하면서도 그 대안을 여당 내에서 찾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고 국민의 의식수준을 탓하기만 한다면 해결책은 없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찾아야 한다.

 '시멘트에 퍼부을 돈을 아이들에게' 구호로 뭉치자

저들은 탐욕을 매개로 똘똘 뭉쳐있다. 반면, 소위 진보진영은 자신들만의 색깔을 강조하며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런데, 뿔뿔이 흩어진 진보진영 각 세력의 차이점에 대하여 정작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다시 뭉치려고 해도 대단한 명분이 필요하다.

이러니 국민들의 눈에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통합 대 분열'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분열주의자에게 나라를 맡길 국민은 없다.

타협과 통합을 원칙포기나 배신 쯤으로 여기는 원리주의는 기회주의만큼이나 해롭다. 이러한 원리주의는 소분류에서나 구분되어야 할 기준들을 중분류와 대분류에까지 가져와 각 세력들을 갈기갈기 찢어놓기 때문이다. 이들은 '너와 나는 같다' 보다 '너와 나는 근본이 다르다'는 말에 더 익숙하다.

누군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소위 '반한나라당 연합'을 주장하는 것이냐고? 아니다. 반 한나라당 연합으로도 부족하다. MB 정부의 미친 듯한 질주를 멈추려면 MB의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람 빼놓고는 다 뭉쳐야 한다. 이대로 그냥 두었다가 4년 후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해 본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함께 뭉칠 이슈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시멘트에 퍼부을 돈을 아이들에게'를 구호로 하여 건설예산을 교육예산으로 돌리자는 주장을 할 경우 극소수의 건설족 외에는 그리 반대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감세안 중에서는 상위 2%와 0.7%에 혜택이 집중되는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를 매개로 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나는 00주의자, 너는 XX주의자' 하며 편가를 필요는 없다.

정치권이 지금의 정치구도에 연연해하지 않고 마음을 열고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우리나라에도 통합과 소통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진정한 오바마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공산당과 색깔이 전혀 다른 국민당과 국공합작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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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네르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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