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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한 것 자체를 비밀로 해달라고 하더라."

 

21일 국회의 한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A의원은 '여당 의원들의 부처장관 평가 설문조사'와 관련 아주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부에서) 공개되면 일하는 데 차질을 빚는다며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설문조사에 응했던 의원들은 장관들의 개별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절대 얘기할 수 없다"며 말문을 닫았다.

 

'MB 국정철학 이해도' 등도 설문조사에 포함

 

정부는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각 부처 장관들의 직무역량 평가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왓슨 와이어트'라는 컨설팅회사에 '기관장 직무역량 향상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용역을 준 것이다. 조사는 '프리토킹(free talking)' 방식으로 진행됐다.

 

A의원은 "컨설팅회사 사장, 직원, 그리고 속기사 세 명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봤다"며 "제 경우 시간이 없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20분 정도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대상은 한나라당 소속 각 상임위 간사들(16명)이 주축이다. 다만 해당 부처가 없는 일부 상임위 간사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21일 "국회의원 10명만 인터뷰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한 언론에 의해 관련내용이 공개되자 설문조사를 중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초선의원 몫으로 설문조사 대상에 선정된 B의원은 "오늘(21일) 하기로 했는데 논란이 돼서 그런지 연락도 없고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C의원은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부평가 혹은 평판을 좀 듣자는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라며 "그런데 국무위원과 접촉이 많은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각 부처 장관들의) 평판 등을 들어보지 않은 정부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여당 의원들의 장관 평가 설문조사를 처음 보도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평가항목은 ▲리더십 ▲국정 이해도 ▲조직 장악력 ▲대(對)국회 소통 능력 등 4가지로 알려졌다.

 

C의원은 "국무위원으로서의 지도력, 업무수행능력, 자질, 조직관리뿐만 아니라 국회에 와서 의원들하고 잘 소통하고 있는지 즉 정치권과의 소통관계도 물었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도 설문조사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A 의원의 설명이다.

 

"관련 부처 장관과 위원장에 한해 질문을 던졌다. 주로 '업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으냐' '언론과의 관계는 어떠냐' '국회에서 답변하는 태도는 어떠냐' '의원들 사이에서 평판은 어떠냐' '정치력은 있는 것 같냐' ' '책임지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등을 주로 물었다"

 

다만 취재에 응한 의원들은 모두 장관들의 개별평가를 묻는 질문에 "내가 그걸 어떻게 얘기하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A의원은 "능력있는 분은 좋게, 능력없는 분은 나쁘게 얘기했다"며 "저의 경우 한 사람만 빼고 다 좋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정적으로 평가한 한 사람이 누구인지 끝내 밝히지 않았다.

 

C의원은 "K장관의 경우 야권에서 보면 좀 강경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여당에서 보기에는 큰 문제는 없다"며 "특별히 나쁘게 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선생님도 평가받는데..." VS. "여론조사로 장관 바꾸나?"

 

하지만 이러한 평가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좀더 객관적이고 진전된 평가방식"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여론조사 방식으로 장관을 평가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있었다. 

 

C 의원은 "인사관리정책의 측면에서 아주 적절한 시도"라며 "보통 옛날에는 내부평가를 많이 들었는데 외부조직·영역의 얘기를 듣는 것은 진보된 평가방식"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D 의원은 "선생님들도 평가받으라고 하는데 장관들이라고 (외부)평가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냐"며 "오히려 객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 의원은 '설문결과가 장관 교체 여부를 가리는 근거가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것은 여론조사로 대통령을 뽑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사실이라면 황당하다"며 "친소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런 여론조사 방식으로 장관의 퇴출을 결정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동안 국정파악도 했을 것이고 현재의 위기상황이나 국민여론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기 때문에 전문성·능력 위주 인사를 검토해 발표하는 것이 옳다"며 "정말 이런 의원들의 설문 결과가 장관 교체 여부의 잣대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F 의원도 "한 기자가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전화가 와서 제가 '장관 평가를 어떻게 계량적으로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얘기했다"며 "나는 (여전히) 그런 평가방법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평가는 임명권자나 청와대에서 그 분들이 수행한 일을 여러 가지 잣대로 자체평가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감정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평가를 어떻게 의원이 할 수 있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청와대 "개각과 관련된 장관 평가 안 하고 있어"

 

한편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참여정부 때에서부터 수행해오던 연구과제의 일환"이라며 "개각과 관련된 장관 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장이 해당 직위에서 원활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원체계 구축에 목적이 있다"며 "기관장 업무수행 과정을 잘 알 수 있는 주변 인물로부터 사례를 수집하고 그 축적된 사례에서 대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태그:#여당 의원들의 장관 평가, #개각설, #장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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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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