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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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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초등영어수업시수확대 공청회를 시작으로 인수위에서 발표한 '어륀지' 영어정책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초등영어 수업 시수확대는 23일까지 전자공청회(국민신문고 http://www.epeople.go.kr나 교과부 국민참여와 민원)를 진행하고 12월까지 확정하여 교육과정을 개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국민들이나 교육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연구 보고서도 기본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교과부는 초등학교 3-6학년의 영어수업시수를 2-3시간으로 늘려서 초등학생들이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한다. 그런데 올 초 2012년까지 주5일제를 실시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왜 굳이 초등학교 수업시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일까? 1997년에 초등에 영어가 처음 들어올 때도 학교재량시간을 이용하고 수업시수는 손대지 않았다.

영어가 3시간씩이 되면 초등학교에서도 7교시가 생겨나고 다른 교과에 비해 어려워서 학생들에게 부담이 커진다. 초등교육의 성격도 이전과는 질적으로 달라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게다가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이 과중한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어려운 교육내용 때문에 수업 흥미도가 바닥이라는 결과도 나온 마당에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수업시수를 1-2시간 늘려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진단하고 교사와 학부모 설문 결과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정작 수업을 받아야 할 학생들에 대해서는 연구는커녕 설문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연구과정에서도 문제되는 것이 많다. 영어교육이나 정책은 영어교육강화추진팀 중심으로 추진되고, 초등교육, 중등교육 관계자들과 공동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과부의 초등교육 담당자들에게 영어관련 계획을 물어보면 영어교육팀에서 할 뿐 자신들은 모른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런데 11월에 반짝 터뜨리고 12월에 결정한다니 이야말로 밀실행정에 졸속행정의 전형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영어! 좋다, 중요한 거 다 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 해야 하나? 초등학생부터 영어에 시달려야 하나? 또 교육과정 개정은 해당 교과 뿐 아니라 여러 교과와의 관련 속에서 다뤄져야 하고, 특히 초등교육은 통합교육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대상이 초등학생 아닌가?

멜라민 파동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그 동안 놀이중심으로 그나마 영어를 재미있어하던 3학년 학생들에게 주3시간에 읽고 쓰기까지 하는 영어교육은 큰 부담이자 짐이 될 것이다. 영유아대상 조기영어교육도 더 판을 칠게 뻔하다.

미래를 위한다며 아이들을 벌써 영어조로증에 걸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과부는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무리한 일정에 얽매이지 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토하고 전국민의 의논과 합의를 거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초등영어시수확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귀기울려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태그:#초등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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