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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앞에서 '이랜드 파업 500일 문화제'중 구호를 외치고 있는 조합원들.
 1일 오후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앞에서 '이랜드 파업 500일 문화제'중 구호를 외치고 있는 조합원들.
ⓒ 장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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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2일 오후 2시 50분]

파업종결 잠정합의안, 노조총회서 통과

이랜드일반노조와 삼성테스코(홈플러스) 간의 파업 종결 잠정합의안이 11, 12일 열린 노조 총회에서 87%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다.

이로써, 지난해 6월 노조가 외주화 철회와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시작된 '이랜드 사태'는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라는 숙제를 남긴 채, 내일(13일) 노사 간의 합의안 조인식을 끝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노조는 11일 오후 2시부터 만 하루 동안 실시된 노사 간의 파업 종결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87% 찬성률로 최종 가결됐다고 12일 오후 2시 발표했다. 이날 통과된 합의안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독산동 노보텔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리는 노사 간의 합의안 조인식에서 최종 확정된다.

마지막까지 파업에 참여했던 180여명의 조합원들은 노조 지도부 10여명으로 알려진 해고자를 제외하고는 조인식 다음날인 14일부터 모두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욱 노조 위원장 등은 13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1신: 11일 오후 5시 20분]

지난해 6월 시작돼 510일 동안 이어져온 '이랜드 사태'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이랜드 일반노동조합(위원장 김경욱)은 11일 오전 마지막 교섭에서 노조 지도부 해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얻어내는 조건으로 파업 종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동계 내부에선 엇갈린 시각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 일부에선 "노조가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안을 받아낸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사 간의 잠정 합의안은 11일 노조 총회에서 통과되면 최종 확정된다. 이랜드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투쟁을 이끈 노조 지도부의 해고는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긴 투쟁이 끝나서 기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조 지도부는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보장

이랜드 노동조합원들이 10월 22일 오후 신도림역 광장 육교에 이랜드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있는 모습.
 이랜드 노동조합원들이 10월 22일 오후 신도림역 광장 육교에 이랜드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있는 모습.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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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일반노조와 이랜드그룹으로부터 홈에버를 인수한 삼성테스코(홈플러스)는 지난 10월 7일 서울지방노동청 관악지청에서 상견례를 했다. 노사는 이후 교섭에서 노조 지도부 해고 범위 등의 몇 가지 쟁점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에서 모두 의견 접근을 이뤘다.

결국 이번 마지막 교섭에서 노조는 김경욱 위원장, 이경옥 부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 10여 명의 해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사 화합선언을 하기로 했다. 노조 안팎에서는 얼마 전에 타결을 본 뉴코아 노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쟁점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이미 10월 교섭을 통해 노사가 의견 접근을 이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9일부터 2박3일간의 노사 교섭에서 회사는 "추가적인 외주화를 하지 않겠다"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외주화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와 정규직 노동자 전환 배치를 유발해 '이랜드 사태'를 불러일으킨 직접 요인이라는 점에서 외주화 중단은 '제2의 이랜드 사태'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고용보장도 의미있는 성과다. 기존에 이랜드는 "18개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규정을 어겨 노조와 큰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16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고용불안을 해소하기로 했다. 또한 파업 투쟁에 함께했던 180여 명의 조합원 대부분이 원직 복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점도 성과로 보인다.

당초 노조는 3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해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16개월 이상 근무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장안을 노조가 수용한 것이다.

이밖에 회사는 노조와 조합원에게 걸려있는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모두 취하하고, 현재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과 관련된 재판 내용은 이번 합의에서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노조 "절반의 성공" 자평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이랜드일반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참석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이랜드일반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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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려진 이랜드 일반노조와 홈플러스 간의 잠정 합의 내용은 뉴코아 노사가 맺었던 합의안과 비교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8월 29일 뉴코아 노조는 회사 쪽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는 조건으로 파업을 타결했다. 당시 뉴코아 노조는 외주화 철회 약속을 얻지 못했다. 또한 외주화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350여명 중 36명의 재고용에만 합의했다.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은 건, 노조 집행부 18명의 해고를 받아들이고, 2010년까지의 무파업선언을 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노조가 와해돼,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랜드 노조 역시 노조 지도부가 대거 해고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가장 핵심적인 외주화가 철회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합의가 됐다"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상승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옥 부위원장은 "완패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마음이 무겁지만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고용보장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며 "노조 지도부가 해고됐지만 700여명의 조합원이 있기 때문에 나중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노조는 와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모두가 지쳐있어 더 이상 투쟁을 오래 가져갈 수 없어 노조가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기투쟁의 마무리가 쉽지 않은데, 우린 잘 싸웠다"며 "우리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우릴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랜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노조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며 "사실 이랜드 사태의 원인들은 노사 간의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앞으로 노사가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에 경찰들이 진입해 점거 농성을 벌이던 이랜드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에 경찰들이 진입해 점거 농성을 벌이던 이랜드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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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합의안 노조 총회에서 통과되면 13일 이랜드 사태 마침표

노사의 잠정합의안은 11일 오후 노조 총회 찬반 투표에 붙여진 상태다. 조합원들은 "노조가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노조 지도부의 해고는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고된 김경욱 위원장은 "이번 합의안이 부결되면 앞으로 더욱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합원 김미숙(가명·50)씨는 "오랜 기간 투쟁을 하면서 제일 고생했던 사람들이 해고되니 너무 슬프다"며 "복직해도 노조 지도부가 생각나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노조 총회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윤경 사무국장은 "잠정합의안에 대한 토론도 있고, 지방 조합원들의 투표 문제 때문에 투표 결과가 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잠정합의안이 노조 총회에서 통과되면, 13일 노사간 합의안 조인식을 통해 이랜드 사태 종결을 선언하게 된다.

한편, 노동부는 10일 "비정규직법의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3~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언제든지 제2·제3의 이랜드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이랜드 사태, #이랜드 노조,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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