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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이 있다니, 너무 아름답다.”

 

눈에 들어오는 단풍의 붉은 색깔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붉은 색이라고 하여 같은 붉은 색은 하나도 없다. 한 가지에 달려 있는 이파리라 하여도 저마다 다 다른 얼굴을 하고서 반짝이고 있었다. 진하게 붉은 이파리, 옅게 물든 이파리들이 형형색색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하고서 반짝이고 있어 장관이었다.

 

내장사는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아예 접근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 옆에 있는 강천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몰려드는 사람들의 인파로 인해 단풍 구경은커녕 고생만 할 것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아예 그 곳은 언감생심 욕심조차 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 없을까 생각하였다.

 

“모래재로 달려가면 어떨까?”

 

모래재는 전주에서 진안으로 넘어가는 구불구불 고갯길이다. 예전에 진안을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이용해야만 하였다. 그래서 자동차들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도로가 구불구불하여 달리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것도 낭만일 것이란 생각이 그 곳으로 향하게 하였다. 시내에서 야외로 벗어나는 도로에는 자동차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었다. 깊어 가는 가을의 멋진 풍광을 즐기기 위하여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이번 주가 가고 나면 가을은 저만큼 물러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예상한 대로 모래재의 도로에 접어들게 되니, 한가해졌다. 달리는 자동차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조용한 도로를 천천히 달리는 기분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가을의 화려한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도로 주변의 나무들에는 가을의 고운 단풍 옷이 입어져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졌다.

 

 

가을은 정녕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가까운 곳이라 하여 가을이 빗겨선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이름이 나 있는 곳보다도 훨씬 더 곱게 물들어져 있었다.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놓아두고, 인파가 넘치는 곳으로 기를 쓰고 가려고 하였을까? 후회가 막급이었다. 이곳의 가을은 내장사의 단풍보다도 더 좋았다.

 

가을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을을 찾아 먼 곳으로 갔다가 고생만 하였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 것이 모두 다 허례허식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가까운 곳에도 가을은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모래재의 멋진 가을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가을은 결국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마음이 가을이면 가을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을이 아무리 깊어갈 지라도 마음이 가을이 아니라면 가을은 내 것이 아닌 것이다. 모래재의 가을을 감상하면서 결국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나무의 단풍이 너무나 고았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진안으로 가는 모래제에서 직접 촬영


태그:#모래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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