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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에서 열리고 있는 국향대전에 갔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가보았던 곳이다. 처음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작년보다 더 멋있다'는 아빠의 말씀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함평으로 향하였다. 날씨는 선선하다 못해 제법 쌀쌀했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는데 하늘이 맑지도 않았다.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자연생태공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말 그대로 만원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자동차도 많았다. 시장보다도 더 북적거렸다. 차에서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벌써 국화의 향기가 느껴졌다.

 

들어가는 입구에 국화터널이 있었다. 터널을 지나가는데 국화냄새가 내 코를 건드리면서가슴 속까지 들어왔다. 정말 좋은 냄새였다. 그 순간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국화길을 따라 걷다 보니 국화들판이 나왔다. 국화만 피어있는 들판이다. 국화의 종류와 색깔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색깔만으로도 수십 가지가 넘어 보였다. 한 송이 한 송이 세어보면 아마 수백만 송이, 아니 수억 송이가 넘을 것 같았다.

 

국화 종류와 색깔은 복잡했다. 그러나 복잡한 국화가 내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냄새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국화로 여러 가지 모양의 건축물을 만들어 놓은 것도 보았다. 에펠탑, 만리장성, 거북선, 숭례문 등등. 국화로 만든 세계건축물박물관 같았다. 만리장성과 거북선은 솔직히 별로였다. 형체가 실제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에펠탑과 피라미드는 그럭저럭 비슷했다.

 

숭례문은 텔레비전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지난번 설 때 불에 타버린 우리나라 국보1호다. 국화꽃으로 만든 숭례문을 보면서 정말 다시 한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온전히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화로나마 실제 크기의 2분의 1로 만들어 놓아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색깔도 잘 어우러졌다. 가을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져 기품이 있어 보였다.

 

우리나라 지도, 아니 북한과 남한을 국화로 통일시킨 우리나라 지도도 있었다. 남과 북을 다른 꽃 색깔로 구별하지 않고 노랑색 하나로 만들어 놓아서 더 의미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후토스>의 세트장도 보았다. 작년에 본 곳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재미없어 보였다. 그러나 내 동생 예슬이는 즐거워했다. 아빠는 내가 많이 커서 그런 모양이라고 하셨다.

 

변한 것은 세트장을 둘러싸고 있는 저수지였다. 작년에 봤을 때는 무지 깊었었다. 그런데 그 저수지가 바닥을 환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저수지 바닥으로 길까지 만들어놓아 사람들이 이동하는 길로 사용하고 있었다.

 

정말 가뭄이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발 비가 내려야 할 텐데... 비가 내리지 않아 채소농사를 짓는 농부아저씨들의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항상 비는 내 이름처럼 '슬기롭고 예쁘게' 내렸으면 좋겠다.

 

날이 어두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마도 국화향기를 마음껏 맡은 때문인 것 같다. 스트레스도 다 사라진 것 같다. 기분도 너무 좋다. 함평국향대전에 높은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 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태그:#국화, #함평, #국향대전, #대한민국국향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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