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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교 2년생이 전교 학생회장으로부터 구타를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강원 강릉시 모 고교생들이 21일 강릉시내에서 숨진 학생의 영정과 관을 들고 "학교 측은 사과하라" "숨진 학생을 살려내라" 는 등 학교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20일 오전 홍모(18.2학년) 군이 학생회장인 박모(19.3학년) 군에게 복부 등을 수차례 맞은 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 '학교는 사과하라!' 숨진 친구의 관을 든 고교생들 아침 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교 2년생이 전교 학생회장으로부터 구타를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강원 강릉시 모 고교생들이 21일 강릉시내에서 숨진 학생의 영정과 관을 들고 "학교 측은 사과하라" "숨진 학생을 살려내라" 는 등 학교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20일 오전 홍모(18.2학년) 군이 학생회장인 박모(19.3학년) 군에게 복부 등을 수차례 맞은 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 연합뉴스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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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생에게 이젠 '선배님'이라고 해야 한대요. 말끝마다 '요'나 '예'를 꼭 붙여야 하구요."

새 학기가 시작되던 3월, 가정방문을 갔을 때 새삼스럽다는 듯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건넨 말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일 오전 강릉의 한 고교에서 바로 그 '선배님'이 후배를 때려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교에서 2개월 일정으로 9월 1일부터 시작된 학교폭력집중단속기간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은 때였다.

이 일은 비록 강릉이라는 지역명을 달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의 하나로 보는 것이 옳다.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

지난 20일 오전 강릉의 한 고교에서 바로 그 ‘선배님’이 후배를 ‘때려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2개월 일정으로 9월 1일부터 시작된 학교폭력집중단속기간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은 때였다.
▲ 학교폭력집중단속기간 지난 20일 오전 강릉의 한 고교에서 바로 그 ‘선배님’이 후배를 ‘때려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2개월 일정으로 9월 1일부터 시작된 학교폭력집중단속기간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은 때였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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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전체 조회에 불참한 후배의 버릇을 고치기 위한 선배님의 '후배 사랑'이 빚은 결과였다. 이 참담한 뉴스를 읽는 잠깐 동안 심장이 너무도 크게 쿵쾅거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전체조회가 일제의 잔재니 군사독재의 유령이니 하는 것은 젖혀두고서라도, 학교에서 벌어진 이 무서운 일 앞에서 분노와 슬픔이 마구 섞여 짓이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폭력배의 서열 구조와 전혀 다름이 없는 대한민국 학교의 선후배 관계가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나도 그런 구조 속에서 한 때는 선배였고 때로는 후배였다(한때는 가해자였고 때로는 피해자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졸업이라는 관문을 거친 후에는 선배와 후배가 동문이 돼서 이른바 '학연'이라는 권력으로 부활하는 대한민국에서 그 구조에 대해 비판한다는 것은 웃음거리가 되기에 꼭 알맞은 일이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선후배간 규율이 매우 엄격해 심지어 후배에게 이물질을 먹게 하는 등의 가혹행위도 벌어지고 있다"는 학생의 증언이 있다. "교사가 상급생들에게 후배교육을 잘 시키라는 등의 발언을 해 부추긴 경우도 있다"고 말한 학생도 있다.

선후배 관계의 수직적 구조를 이토록 적절히 활용하는 학교(교사)의 모습은 그래서 낯뜨겁기만 하다. 이제라도 선배의 이름으로 후배를 응징하게 하고, 나아가 동급생이 친구를 감시·고발하도록 만든 ('떠든 사람'을 적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교사)는 뜨거운 눈물을 찍어 반성문이라도 써야 한다.

교사는 부추기고, 동료는 감시·고발하고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폭력을 정당한 것인 양 속인 죄부터 뉘우쳐야 한다. 체벌의 가면을 쓰고 폭력을 공공연한 것으로 오인하도록 한 점, 깊이 반성해야 한다. 나 아닌 누군가의 육체와 영혼에 충격을 가하는 모든 일은 폭력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분명히 고백해야 한다.

'체벌'은 '폭력'의 동의어이고, 폭력은 더욱 강화된 폭력으로 재생산된다. 생일 축하마저 '생일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만능시스템이 눈앞에 펼쳐져 있음을 상기해보라.

그렇다고 가해자가 돼버린 학생회장이라는 선배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역시 폭력으로 길들여진 폭력만능시스템의 희생자이기에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잘못된 교사의 권위를 빌린 폭력이 낳은 결과가 자신을 '살인자'로 만들고 말았다. 이 책임을 어찌 그에게만 물을 수 있을 것인가? 그가 받은 또 다른 충격과 상처부터 제대로 치료한 후 벌을 받게 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내면화된 폭력은 이처럼 무섭고도 불행한 것이다. 누구든 걸려들기만 하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미늘'이다. 그 폭력을 공식적으로 내면화하는 기관이 학교(교사)라는 오명을 훈장으로 알고 영원히 가져갈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는 끊임없이 언제든 반성문을 강요하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섭고 잔인한 폭력을 가르친 학교(교사)의 반성문에 대한 집행유예의 기간이 더이상 계속돼서도 안 된다. 학교(교사)는 언제까지 '교육'이라는 이름에 숨어서 폭력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사에서 못다 한 이야기

'생일빵' 당한 중학생 장파열로 중상(2008년 4월 부산),
중학교 운동부 선배가 후배 상습 폭행(2008년 6월 동두천)
 …
기사화 되지 않았을 뿐 학교의 폭력은 수시로 일어나는 상습적인 일 가운데 하나다.

강릉의 해당 학교 총동문회에서는 추모의 마음을 담아 "25일로 예정된 개교 80주년 기념식과 26일 개최될 총동문 체육대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해당 학교 교장은 학교 정문에 '폭력근절상징탑'을 세우겠다고 했단다. 사건 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교장의 처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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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교폭력, #강릉, #체벌,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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