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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여는 사람, 오한흥

 

많은 사람들이 이제 고전적인 의미의 지역 공동체는 사라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 곳곳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활동의 중심에는 자신의 삶을 던져서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부와 명예를 좇아 대도시의 삶에 매몰되어 갈 때, 그들은 도시를 떠나 지역에 자리 잡고 미래를 향한 큰판을 벌여나간다.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꺼질 줄 모르는 열정과 끈질긴 실험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사람들. 그들의 그 뜨거운 삶이 우리 사회의 굳건한 뿌리를 키우는 아름다운 에너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희망을 여는 사람들’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서, 충북 옥천에서 <옥천신문>을 창간하여 풀뿌리 언론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오한흥 씨를 다룬 <고삐 풀린 망아지, 옥천에서 일내다 - 풀뿌리 언론의 희망 오한흥>이 출간되었다. 희망제작소가 기획하고 정지환 기자가 기록한 오한흥씨의 언론개혁 이야기이다.

 

"영화로 치면 정지환 기자가 감독, 나는 배우일 뿐"

 

지난 1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에 위치한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이 책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책 출판기념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참석한 사람들의 면모에 있다. 평전의 주인공인 오한흥 씨, 저자인 정지환 기자, 출판사 푸른나무 유동환 대표가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가장 눈여겨 볼 점은 <홍성신문> 이번영 씨, <해남신문> 박상일 씨, <뉴스서천> 양수철 씨 등 한국 지역언론 1세대들이 다함께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성유보 전 민언련 이사장, 이상기 아시아기자협회 회장, 신학림 미디어행동집행위원장, 조양진 동아투위 전 총무 등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참석자들을 살펴보면 출판기념회 이상의, 한국 언론이 나아갈 정도(正道)를 모색하는 자리로서의 의미 부여도 충분하겠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격려사로 시작된 출판기념회는 이어 참석한 언론인들의 축사로 이어졌다. 박노해 시인도 편지를 통해 축사를 전해왔다. 정지환 기자는 저자 인사를 통해, 오한흥 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 평전을 쓰는 것이 쉬우면서도 참 어려웠다며 글 쓸 당시의 심경을 고백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평전 저작을 이어감으로써 지역 언론인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오한흥 씨는 “영화로 치면 정지환 기자가 감독, 나는 배우일 뿐이다. 앞서 활동한 지역언론 선배들보다 먼저 조명을 받아 민망하다. 이 다리가 무너지나, 안 무너지나 내가 먼저 힘껏 밟아봤다는 의미로 생각한다”라며 겸손함을 담아 미안과 감사를 내비쳤다.

 

이어서 그가 작은 강연 ‘다시 언론개혁을 말하다’를 통해 진정성을 가진 소통, 그 진정성이야말로 언론개혁을 이루어낼 힘이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출판기념회의 막을 내렸다, 활기찬 마지막 말과 함께.

“판은 옥천에서 다시 엽시다!”

 

"지역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있다"

 

이 책 <고삐 풀린 망아지, 옥천에서 일내다>에 대해 기획의도, 저자, 주인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앞서 밝혔듯 이 책은 희망제작소의 기획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우리 시대의 희망을 여는 지역 인물을 탐구하는 이 기획은 1권과 2권에서는 토종벌 총각 김대립, 김제 남포리의 상록수 오윤택을 다루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말은 기획의 의미를 잘 드러내준다. 

 

“지역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나는 백 마디 말보다 그들의 손을 이끌고 지역에 가서 직접 희망의 증거를 보여 주고 싶습니다. 거대한 권력이나 부가 없어도, 모래알 같은 작은 실천들이 쌓여서 어떻게 지역의 미래를 바꾸어 가는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올 때 우리가 무엇을 깨닫고 또 믿게 되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바로 이 길이 우리 시대 희망을 찾으러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박원순 상임이사

 

저자인 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시민의신문>, <오마이뉴스> 등 언론매체에서 15년 동안 활동했으며 지금은 입법전문지 <여의도통신> 대표 기자를 맡고 있다. 1998년부터 조선일보 족벌사주 비리를 추적하면서 ‘안티조선 전문기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으며 사람, 풀뿌리, NGO, 현대사, 정책대안 등의 화두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월간<말>을 통해 옥천 지역의 <조선일보> 절독 운동을 외부 세상에 최초로 알렸으며, 국내 최초의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 창간을 위해 함께 힘을 합치는 등 오한흥 씨와의 10년 인연을 돈독히 이어오고 있다. 오한흥 씨와 10년을 함께 한 그는 오한흥 씨에게서 희망을 본다. 

 

“오한흥은 '돈과 권력이 없어도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 아닐까. …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오한흥을 '매일 꿈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10년 동안 지켜본 바로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꿈을 꾸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꿈을 꾸고 나면 곧바로 현실 속에서 실천에 옮긴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따져 묻고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여기서 '꿈'을 '희망'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 오한흥은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다. 희망을 여는 사람이다.” - 정지환 기자

 

책의 주인공인 오한흥 씨는 한국 풀뿌리 언론의 희망으로 불린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그는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자 옥천 지국장을 맡았다. 그 후 1989년, 풀뿌리 언론의 성공 모델인 <옥천신문>을 창간하였다. 정기간행물등록법상 필요한 자본금 5천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군민주(郡民株) 모금 방식을 도입했고, 이에 지역 주민 222명이 공동 출자에 참여했다.

 

지역사회운동의 불모지였던 당시 옥천에서 신문을 발간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창간을 해도 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옥천신문>은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누르고 주민들에게 당당하게 인정받는 신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신문을 발간하면서 상식과 원칙과 소통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던 그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개혁운동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2000년 8월 15일 ‘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약칭은 ‘조선바보’)’을 출범시키며 <조선일보> 절독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를 통해 옥천은 ‘언론개혁의 고장’과 ‘안티 조선의 성지’로 급부상했다.

 

그는 이어 활동 영역을 ‘옥천’에서 ‘전국’으로, ‘옥천신문’에서 ‘지역언론 네트워크’로 확장하여 2004년 ‘풀뿌리 언론의 국회 특파원’을 표방한 <여의도통신>의 창간을 이끌었다. 요즘은  ‘꽃두레마을 추진위원회’를 꾸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마을공동체를 신명나게 가꾸고 있다고 한다. 한국 지역언론의 상징이 된 그는 언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언론을 일컬어 흔히 세상을 비추는 창(窓)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은 이 창을 통해서 소통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이 소통의 도구가 왜곡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 청춘을 불행으로 이끌었던 바로 그 부조리와 모순, 불합리한 괴리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그때부터 나는 왜곡된 창, 즉 언론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 시대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광야를 불태우기 위해서는 단 한 점의 불씨만 있어도 충분하지요.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터에서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살아가야 합니다. 불씨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그 어느 날 작은 바람이 불어도 한 점의 불씨가 광야를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을 겁니다.” - 오한흥

 

‘언론을 바로 세우면 세상도 바로 선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구현해온 오한흥 씨의 이 진솔한 이야기가 실제로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 즉, 우리들을 뜨겁게 꿰뚫고 지나가길 바란다. 단 한 점의 불씨만 있어도 충분하다. 우리는 각자 우리의 자리에서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고삐 풀린 망아지, 옥천에서 일내다>를 읽으며 오한흥씨의 진한 땀방울의 냄새, 그 희망의 증표를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

 

희망제작소의 기획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

<희망을 여는 사람들 1>

수십만의 직원을 둔 기업가 - 토종벌 총각 김대립

 

농촌 총각 김대립의 특별한 벌 사랑 이야기. 그는 토종벌 양봉으로 연 매출 1억 원을 올리는 서른넷의 젊의 청년이다. 그는 토종벌 양봉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끝에 특허 등록만 7개에 2개의 실용신안등록을 해놓았다. 그리고 신지식인농업인상, 바이오농업대상을 포함해 6~7개의 상을 받았다. 나아가 더불어 잘 사는 삶을 꿈꾸며 이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희망을 여는 사람들 2>

때로는 눈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한다

 

오윤택은 전북 김제 남포리의 한 평범한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평범 이하’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1급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무학이 가슴에 맺혀 동네도서관과 이동도서관을 만들고 문고기금으로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시골 작은 마을에 정보화센터를 만든 일까지 그의 삶은 봉사란 진정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한평생 남을 위해 불의와 싸우고 자신과 투쟁하며 살아온 주인공의 삶은 각박한 세상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하나의 길을 제시해 준다.

덧붙이는 글 | <고삐 풀린 망아지, 옥천에서 일내다-풀뿌리 언론의 희망 오한흥> 기획-희망제작소 / 글-정지환 / 출판사-푸른나무 / 가격-9500원


고삐 풀린 망아지, 옥천에서 일내다 - 풀뿌리 언론의 희망 오한흥

정지환 지음, 희망제작소 기획, 푸른나무(2008)


태그:#오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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