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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선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 58회째를 맞은 개천예술제(10월 3일-10월 10일)와 2008 유등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 답게 아이들과 보기에 매우 유익한 행사들이 많습니다.

국악경연, 소싸움, 연날리기, 궁도, 실크 패션쇼, 분재전시, 공예마당 전시 따위가 있습니다. 그저 먹고 마시는 축제가 아니라 예술성 짙은 행사들이 많아 발품만 부지런하면 유익합니다.

유익한 행사가 많지만 다 볼 수 없어 집에서 걸어 15분 거리에 있는 진주시청에서 열리는 '진주시 공예인축제한마당'에 갔습니다. 요즘은 공예품도 기계로 찍어내기에 똑같은 공예품입니다. 공예품이 아니라 공산품이 되어버린 세상이지요.

공산품이 되어버린 공예품이 아니라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 공예품을 보는 것은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깎고, 명주실로 직접 꼬아 가야금과 거문고를 만든 장인 정신을 보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든 거문고와 가야금입니다.
 손으로 직접 만든 거문고와 가야금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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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매듭을 엮어 만든 발을 보았습니다. 발은 대오리나 갈대로 만들어 가리는 것인데 실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매우 신기했습니다. 과연 실로 매듭을 지어 만든 발이 얼마나 사람과 사람 사이, 안과 밖을 가려줄지 궁금했습니다. 실로 매듭을 지어 발을 만들고자 했던 장인의 새로운 시각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매듭 방법으로 만든 발입니다. 발은 원 대오리나 갈대로 엮어 무엇을 가리는데 이것은 실로 매듭을 지어 발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매듭 방법으로 만든 발입니다. 발은 원 대오리나 갈대로 엮어 무엇을 가리는데 이것은 실로 매듭을 지어 발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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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게 무엇인지 아세요?"
"잘 모르겠는데."
"비누예요. 비누!"
"이게 비누라고?"

장미와 소국, 허브 따위로 만든 천연 비누가 있었습니다. 향기도, 색깔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디지털카메라로는 색깔과 냄새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소국 비누, 장미 비누로 얼굴을 씻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사람이 될 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장미, 허브, 소국을 넣어 만든 천연비누입니다. 디카로는 도저히 색깔을 나타낼 수 없고, 향기를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장미, 허브, 소국을 넣어 만든 천연비누입니다. 디카로는 도저히 색깔을 나타낼 수 없고, 향기를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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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와 브로치(brooch)가 있었는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몰라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무엇으로 만들었지요?"
"한지예요."
"한지로 장신구를 만들어요? 한지는 창살문에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인형과 장신구도 만들어요."


믿기지 않았습니다. 한지로 만든 목걸이와 브로치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한지는 창살문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한지와 천연색소로 만들어진 목걸이와 브로치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전시품이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한지로 만든 장신구입니다.
 한지로 만든 장신구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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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도 기계가 만듭니다. 찍어낸 가구는 얼마 가지 못합니다. 우리 조상들과 장인들은 가구를 만들어도 땀과 정성을 다 드렸습니다. 장롱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지 묻는 다면 저는 경첩을 듭니다.

나무와 쇠는 다른 성질입니다. 경첩은 성질이 다른 나무와 쇠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합니다. 장인은 손으로 쇠를 두드려서 경첩을 만들어 나무와 쇠가 만나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가게 합니다.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듭 경첩입니다.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듭 경첩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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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로 만든 보를 보았습니다. 나일론 보가 아니라 모시 보였습니다. 아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이렇게 예쁜 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모시 보를 만든 장인은 바늘 한뜸 한뜸 뜰 때 마다 온 마음을 다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이 편했습니다. 모시와 천연색소, 장인의 손길이 만든 모시보는 인공색소와 인공천으로 만들어진 우리집 보자기와는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모시로 조각보입니다.
 모시로 조각보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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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공예품들은 바로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며, 예술이었습니다. 찍어내는 세상을 향한 저항같았습니다. 빠르고, 찍어내는 세상을 거부하면서 느림을 동경하는 작품들. 이것 저것을 구경하며 느림이 더 좋음을 알게 됐습니다. 발길을 옮기면서 아이들이 실크로 만든 임금님 옷 앞에 섰습니다. 입을 수 없는 옷이지만 사진이라도 찍어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실크로 만든 임금님 옷 앞에서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모습이 제각각입니다
 실크로 만든 임금님 옷 앞에서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모습이 제각각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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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천예술제, #공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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