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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 만난 마라토너 황영조, 문인 김유정, 인어공주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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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다섯째날, 강원대에서 곁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한적한 춘천 시내를 빠져나왔습니다. 남부사거리와 춘천버스터미널을 지나 70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니 88공원에 이르더군요. 아침부터 고갯길을 오르는 바람에 허기가 밀려왔고, 볼일을 보고는 등나무 덩굴 아래 벤치에 앉아 꿀을 묻힌 건빵으로 아침 요기를 했습니다. 물기가 없는 뻑뻑한 건빵에 꿀을 묻혀 먹으니 목도 안메이고 맛 또한 좋더군요.

 

그렇게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인적드문 쓸쓸한 올림픽동산을 외롭게 지키는 마라토너 황영조의 올림픽마라톤제패기념비를 둘러본 뒤 칠전사거리에서 옛 경춘로를 따라 의암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의암댐을 건너 강촌으로 가기전에 의암호를 둘러보려 한 것입니다.


칠전사거리에서 의암터널을 통하지 않고 의암호로 돌아가는 길은 시원스런 내리막길이었습니다. 그래서 힘을 전혀 들이지 않고 숲바람과 강바람을 맞으며 편히 의암댐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 길에 춘천 신동면 증리가 고향이라는 소설가 김유정의 문인비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문인비에는 산골 가을의 풍경을 노래한 <산골나그네>의 재밌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퐁! 퐁! 퐁! 쪼록풍!"

 

문인 김유정은 '구인회'에 참가했으며 농촌과 도시의 토속적인 인간상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려냈는데, 대표작으로는 <봄봄>, <동백꽃> 등이 있고 매년 춘천에서는 김유정문학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야릇한 구름낀 의암호와 산자락이 눈앞에 펼쳐지는 김유정문인비를 둘러보고는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김유정문인비에서 의암호를 따라 내려오니, 짙푸른 빛을 발하는 인어공주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상체를 모두 드러낸 인어상은 왕자님을 기다리는지, 말없이 바위 위에 지느러미를 접고 앉아 의암호를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어상은 1971년 6월에 만들어졌다고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71년이면 사람 나이로 서른일곱쯤 먹은거라, 이제 공주란 말보다 인어여왕이라 불러줘야 할 듯싶었습니다.

 

의암호인어상을 지나 얼마내려오지 않아 의암댐에 이르렀고, 춘천댐처럼 북한강 물줄기를 가로막은 댐을 둘러보며 신연교를 건너서는 강촌으로 향했습니다.

* 관련 사진 더보기 : http://savenature.tistory.com/2150


태그:#의암호, #춘천, #경춘로, #김유정, #인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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