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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9월 22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김학현 기자의 '종교편향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기사에 대한 반론글입니다.    

<편집자주>

[오해와 진실 1] 그냥 '종교편향금지법'이 아니다

 

지난 8월 27일 불교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4개항의 결의문(요구안)을 채택했다. 그 중 하나가 '공직자의 종교차별을 금지하는 법제도화를 즉각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가 '종교차별금지법'이라고 이름지어져 유통되고 있다. 이름 그대로 하면 그 무슨 거창한 특별법처럼 느껴지고,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인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교분리에 관한 입법', 또는 국가공무원법 상 '공무원의 종교적 중립의무'에 관한 입법이라는 것이 맞다. 좁혀 말하자면 특히, 중앙정부부처 국실장급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 공무원'의 복무에 있어 종교적 중립, 정교분리를 법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나아가 종교차별 여부에 대한 조사와 판단은 중립적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들 고위 공무원들은 공무수행에서 자신의 종교를 공공연히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하급공무원의 공무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과거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에 앞서 운동장에서 만인이 보는 가운데 기도를 한 것에 대해서조차 '(공직자의) 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고 일갈한 적이 있다. 이는 비단 개신교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인 등 모든 종교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약 48%의 비종교인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복무규정 제4조(친절·공정)의 2항에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진전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계와 문제를 갖고 있다. 중앙부처의 경우 부서의 장 밑에 '징계위원회'를 두어 여기서 징계를 결정하고 징계는 부처의 장이 행한다. 징계심사 및 결정에 참여하는 이들의 성향에 따라 '물징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불교는 마귀를 믿는 것'이라고 가르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전보'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이런 징계로는 '전보'가 오히려 새로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교는 마귀'라고 가르칠 새로운 '선교대상'을 만나는 기회로나 되지 않을까?  

 

또 다른 문제점은 이 개정된 복무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모법(母法)에 근거 규정이 불분명하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원에서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해 다투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60% 이상이 정부의 종교편향성을 느끼고 있다면 이는 대의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의제로 생각된다. 대통령령은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등까지 포괄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오해와 진실 2] 담배를 피울 권리, 담배연기를 혐오할 권리

 

한기총은 '종교차별금지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종교의 자유라 함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 외부의 강제를 받지 않을 자유와 자신의 종교적 확신을 외부에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데, 이는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고 포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배치되는 타종교에 대해 합법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

 

일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듯한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은 오히려 종교에 대한 합리적 비교와 반대를 원천봉쇄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며 종교 간 갈등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이 말에는 두 가지 착오가 있다. 하나는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종교에 대한 합리적 비교와 반대’를 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 법은 공무원이 사적 영역에서 자신의 종교가 우월하다 한다고 해서, 타종교를 반대한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자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의 착오는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와 신앙실행의 자유로 구성되는데, '종교선택, 종교변경, 무종교의 자유와 신앙고백의 자유'로 구성되는 신앙의 자유가 본질적 가치를 지닌 상위의 기본권이며, 한기총이 주장하는 '종교단체의 선교(종교표현)나 신앙실행의 자유'는 그보다 하위의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상위의 기본권 우선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담배를 피우지 아니하는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담배 연기를 거부할 권리'(혐연권)가 '담배를 피울 권리'(흡연권)에 앞서는 상위의 기본권이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8월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금연구역을 지정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시행규칙 제7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해,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기각한 있다.
 

현실은 오히려 지하철 등 공공장소의 경우 '흡연구역' 같이 '선교구역'을 정해놓아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왜 똑같이 세금 내는 국민으로서 특정종교인은 공공장소에서 "불신지옥 예수천당" 소리를 억지로 들어가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종교인 이전에 민주공화국 국민으로서 생각해 볼 일이다.  

 

[오해와 진실 3] 내가 해도 종교차별이고 남이 해도 종교차별이다

 

기사는 법철스님의 글을 인용하면서 "도선사 암벽 소로(小路)를 공병대대가 동원되어 대로(大路)로 만들었다. 국방의 공병대대가 왜 사찰에 동원되어 길을 닦는가'에 대해 시비를 거는 기독교인은 없었고, 종교편향이라고 궐기하지도 않았다. 내 편이 하면 종교편향이 아니고 남이 하면 종교편향이냐고 꼬집었다"라고 쓰고 있다. 그럴듯하다. 

그와 똑같이 주장해 보고자 한다. 군승 제도는 군목제도 시행 20년 뒤인 68년에야 가능했고, '부처님 오신 날'은 크리스마스의 국정 공휴일 제정 이후 26년을 기다려야 했으며, 불교방송은 기독교방송 개국 36년 후에나 문을 열었다.

 

그래도 불교인은 궐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사찰 소로에 그에 대해 충성심 깊은 군대가 투입되어 길을 닦은 것하고, 군장병 선교를 20년이나 앞서서 한 것 하고 비교나 될까? 개신교 인구 5%도 안 될 때 크리스마스를 국정 공휴일로 한 것 하고 비교나 될까? 이런 종류의 비교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 불교계의 주장은 모든 종교에 해당하는 주장이다. 특정종교에 유불리한 주장이 아니다. 바로 위에 열거한 사례와 같은 몰상식한 일들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오해와 진실 4]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까지 화합의 대상은 아니다

 

기사는 "무엇보다 기독교는 사랑을, 불교는 자비를 제일 덕목으로 앞세우고 있지 않은가? 법으로 작금의 사태를 결론 내려 하는 것은 극한 처방법이다. 불교계는 이번 일을 대승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독교계는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할 때가 아니고 참고 지켜봐야 한다. 극약처방 말고 이해와 화합의 방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라고 끝맺고 있다.

자비와 사랑, 화합과 상생은 모든 인류 보편의 영성적 가치다. 불교는 다른 종교의 영성적 전통을 인정한다. 하나님을, 예수님을 믿는 것이 이런 인류보편의 영성적 가치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전통에 따라 영적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그러나 '성시화운동'의 경우를 보면 화해는 치장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개신교의 극단적 원리주의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성시화운동은 1530년대 공포정치를 펼친 존 캘빈의 제네바 성시화운동을 모델로 삼고 있다.

 

캘빈이 신정통치한 처음 5년 동안에 13명이 교수대에 매달리고, 10명이 목이 잘리고, 35명이 화형당했으며, 76명이 추방당했다. 그가 피 묻은 손으로 이룩한 성시 제네바는 다름 아닌 공포의 도시였다.

 

시민은 신자가 되느냐 이주하느냐 양자택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학교는 주일 학교화 되고 교사는 주일학교 교사화되고 학구는 곧 교구가 되며 춘천에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와 성경에 의해 다스려 진다.

성시특별보호법안 같은 것이 국회에 통과되어 시정은 장로급 인사가 영도하는 시민회의에서 다스려지고 관공리의 수가 반감될 것이다.

시 예산의 십일조는 민족복음화와 세계복음화에 쓰여질 것이다.

- 춘천 성시의 미래 투시도 중에서-

 

위에 인용한 것이 '성시화된 도시의 미래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느 종교나 다 이렇게 꿈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적어도 한국 불교는 이런 꿈을 꾸지도 않겠지만, 문제는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 구체적이고 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개신교인 기관장을 활용한 '홀리클럽'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국가권력과 공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통해서. 그 적나라한 예가 과거 포항시장의 '시 예산 1%를 성시화(선교)에 사용하겠다'는 종류의 발언이다.

 

이런 류의 사고와 행동은 엄격히 말하자면 국교의 부인, 정치와 종교의 분리, 종교적 차별의 금지를 규정한 헌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프롤레타리아 독재 혹은 공산당 독재가 실현되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지금 현실 속에서 이를 광범위하게 실행하고 있다면 그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유력한 배후가 되어 단군 조선을 부정한다면, 대한국민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헌법전문)을 부정한다면, 찬란한 민족문화유산 아니 세계문화유산을 종교적 이유로 우상이나 미신쯤으로 폄하하고 훼손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국회입법을 통하지 않고, 종교지도자들이 만나 악수나 하고 덕담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인 듯하다. 

 

[관련기사] 종교편향금지법을 반대한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에 대한 어떤 토론도 환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사천리로 법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폭넓은 토론을 통해 헌법과 종교의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윤남진 기자는 참여불교재가연대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종교편향, #한기총, #범불교도, #헌법,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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