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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독 '종교편향'이니 '불교폄하'니 하면서 종교계가 시끄럽다. 한 두 가지 사건이나 언행으로 '그것은 이래서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는 얽히고설킨 문제들로 인한 복합적 상황들이 만들어낸 말들이라 생각한다.

 

급기야 불익을 당했다고 생각한 불교계는 지난 8월 28일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갖고 정부의 종교편향적 행태들을 지적하며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불교계는 이 대회를 통하여 4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정부를 향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헌법'에 금지한 공직자의 종교차별 재발방지와 대통령의 사과, 둘째, 공직자의 종교차별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화, 셋째,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이 그것이다. 어느 것 하나 그리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같지 않다.

 

법으로 '종교편향'을 고친다는 생각은 무모

 

지난 8월 14일 대통령과 공직자의 종교 편향적 발언이나 정책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강창일 의원을 중심으로 10명의 의원이 '종교편향방지법'을 발의하였다.

 

제안 설명에서, "현 정부에서 기독교·불교가 갈등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과 공무원들이 헌법에 보장된 종교적 자유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지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종교적 중립을 지키고 종교적으로 편향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당연하다.

 

그런데 헌법은 이미,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11조 1항에는 "종교를 이유로 누구든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현 정부 들어 '종교편향'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헌법이나 법체제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공무원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종교편향 사례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고 공무원의 자질문제에 해당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통령이 국민화합을 저해할 수 있는 종교 편향의 정책을 펴거나 언행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 등이 종교에 따른 편향과 차별이 있는 경우에는 중지 또는 취소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고 하는데, 이런 법 규정을 넣음으로 '종교편향'이 없어질 것이라고 보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들의 종교편향방지를 위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은 종교차별 행위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구체적 상벌조항까지 넣었다.

 

기독교 "오히려 종교 자유 침해"

 

이명박 대통령은 연이은 불교계의 요구에 지난 8월 25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직자들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화합에 저해되는 언동이나 업무 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며, "법과 제도적인 개선책도 관련 부처에서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힘입은 입법추진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가 기독교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지난 9월 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일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듯한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은 오히려 종교에 대한 합리적 비교와 반대를 원천봉쇄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며 종교 간 갈등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말하며 이를 반대했다.

 

한기총은 이어, "종교의 자유라 함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 외부의 강제를 받지 않을 자유와 자신의 종교적 확신을 외부에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데, 이는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고 포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배치되는 타종교에 대해 합법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종교는 자신의 종교가 진리다"라는 말이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가 진리일 것이고, 불교신자라면 불교가 진리일 것이다. 자신의 종교가 진리라면 반대로 남의 종교는 진리가 아니다. 이는 아주 단순한 논리다. 그러니 거기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나는 지난 15일, "'먹사'와 '개독교인'으로 불리고 싶지 않다"라는 기사에서 장경동 목사와 신일수 목사 등의 불교비하 발언에 대하여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들의 불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지, 그들이 기독교진리를 잘못 말했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기총의 말은 맞다. "타종교에 대하여 합법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종교법은 위험하다. 그런 법을 또 하나 만들 필요는 없다. 이런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법으로 무마하려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젠 기독교와 불교가 공생의 길 찾을 때

 

강경하던 불교계의 움직임도 조금은 차분해지고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진보성향의 단체에서 작금의 불교계의 강경 일변도 행진에 대하여 말이 나오고 있다. 조계종 일부에서도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추석 이후 불교계의 움직임은 "특정인사의 퇴진 요구 등 세속적으로 비칠 수 있는 집회가 아니라 승가(僧伽)의 전통에 따른 참회 법회를 여법(如法)하게 봉행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승려 법철은 <브레이크뉴스>의 기고문에서, "기독교와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청와대에서 예배를 드린 것에 대하여 대통령의 신앙을 옹호,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18년 동안 청와대에서 목탁이 울리고 법회를 한 게 한두 번이었냐고 반문했다.

 

"도선사 암벽 소로(小路)를 공병대대가 동원되어 대로(大路)로 만들었다. '국방의 공병대대가 왜 사찰에 동원되어 길을 닦는가'에 대해 시비를 거는 기독교인은 없었고, 종교편향이라고 궐기하지도 않았다"며, 내 편이 하면 종교편향이 아니고 남이 하면 종교편향이냐고 꼬집었다.

 

승려 법철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동해서가 아니라, 이젠 기독교와 불교가 공생의 길을 찾을 때다. 더 이상 끝도 없는 종교 갈등으로 비화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다문화, 다종교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독교와 불교가 싸운다면 우리나라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

 

자신의 생각이 진보든 보수든, 또한 신앙이 기독교든 불교든 아니면 무종교이든, 누구도 작금의 '종교편향' 사건에 편승해 종교 간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모든 권리는 책임을 동반한다. 종교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기독교는 사랑을, 불교는 자비를 제일 덕목으로 앞세우고 있지 않은가? 법으로 작금의 사태를 결론 내려 하는 것은 극한 처방법이다. 불교계는 이번 일을 대승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독교계는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할 때가 아니고 참고 지켜봐야 한다. 극약처방 말고 이해와 화합의 방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


태그:#종교편향금지법, #종교편향방지법, #법철, #한기총, #실천불교전국승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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