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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없는 날은 무슨? 굴러다니는 저것들은 뭐냐?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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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거실에 있는 TV에서 이런저런 뉴스를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첫골을 넣었고 이승엽 선수가 또 다시 홈런을 쳤고, 이명박 정부가 여의도의 몇 십배 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해 삽질을 한다는 등.

 

그 중에 귀에 들어온 것은, 출근시간대 대중교통 이용시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차 없는 날'에 대한 소식이었습니다.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라는 멘트와 함께 서울시가 종로 한복판을 막아 차량 통행을 우회시키고 차 없는 서울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기괴한 소식이었습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차 없는 날' 행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암튼 자전거를 이용하는 저와 저희 동네와는 무관한 소식을 아침 댓바람부터 아나운서와 리포터는 들떠서는 떠벌렸습니다. 귀 따가운 소리에 일어나 집 앞 8차선 도로를 창문 너머로 내려다보니,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도로위에는 차량들로 즐비했습니다.

 

비가 올 것 같아 옥상에 널어놓은 고추를 2층으로 내려다 놓고(하우스에 널어놓곤 했는데 물불 안가리는 도둑놈들이 설쳐대서리...) 아침을 먹고 집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와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 보니, 출근 시간대가 훌쩍 지났지만 길 위에는 자동차들이 매캐한 매연을 뿜으면서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기름 때와 매연으로 가득한 도로 중앙에는 괜실히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겠다고 굴착기를 동원해 도로에 구멍을 뚫고 있었고요. 추석 전에는 갑작스레 상수도와 하수관을 교체한다고 마을 길 구석구석을 파헤쳐 놓더니, 이제는 교통흐름을 방해하면서 교통흐름을 좋게 하겠다며 공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환경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 환경단체 몇몇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이란 구호에 답하는 '녹색분칠'을 검은 아스팔트 위에 해대고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관성화 된 이벤트 대신에 진정한 '차 없는 날'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석유 소비를 강요하는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는게 가장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세금만 축내서 별 효과도 보지 못하는 이런 식의 생색내기 보여주시기 행사로 대중교통 이용하는 시민들만 불편케 하지 말고 말입니다.

 


태그:#차없는날, #차량생산, #환경단체, #서울시,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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