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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횡령한 학장은 사퇴하라" - "시끄럽다. 외부세력은 물러가라"

 

2학기 개강 첫날인 1일 낮 12시 경남 마산 창신대학 정문을 사이에 두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정문 바깥에서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은 강병도 학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정문 안쪽에서는 학생들이 "외부세력 물러가라"고 외쳤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 180여개 단체로 구성된 '사학 비리 척결과 창신대학의 교육민주화를 위한 경남대책위원회'는 강병도 학장의 사퇴와,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 7명 복직을 요구하며 창신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이 집회를 시작하기 전 창신대 총학생회(회장 손연진) 등 학생들은 정문 안쪽에서 '창신대 교수평의회'에서 제작한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으며, 확성기를 통해 "외부세력 물러가라"고 외쳤다.

 

학생들은 경남대책위 관계자들이 연설하는 동안 계속해서 고함을 질렀고, 정문 옆에서는 잔디를 깎는 예초기 소리가 울렸다. 창신대 총학생회 손영진 회장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은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경남대책위 관계자들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하거나 "학생들이 아무리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해도 대학이 학생들을 동원한 것 같다", "집회를 방해하려고 온갖 수작을 다 부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대학 측은 학생 동원을 중단해야 하며, 이런 식으로 하면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집회는 정당하게 보장되어야 하고, 창신대학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찬규 전국교수노조 창신대지회 공동지회장은 "학장의 범죄 사실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여 사학이 제대로 설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에 대해 대학 측은 무능하다며 몰아냈다. 학장은 교수 이전에 한 개인의 인권을 짓밟았고, 학교 안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옥 경남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외부세력이 아니다. 대학은 재단 소유로 개인의 것인 양 호도하는데, 국민의 세금이 사학에 지원되고 있으니, 창신대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옛 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학생들은 자기 스승이 이 자리에 나와서 연설하는데도 물러가라 했다"면서 "학생들은 서너 달 있으면 졸업할 것이고, 비정규직이 많을 텐데 그러면 교수들이 지켜주지 않고 민주노총을 찾아 도와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사학비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어용 교수'와 '어용 학생회'가 있다"면서 "학생들이 물러가라고 해야 할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업무상횡령을 저지른 학장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 사회를 본 조태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교육선전부장은 "자살골처럼 허망한 일이 없다"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좋은 일인데, 그 문이 잘못된 것 같다. 학생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창신대교수협의회·교수노조 소속 교수 7명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들은 교육인적자원부에 소청심사를 해놓고 있다.

 

이런 속에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병도 학장은 지난 8월 26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았으며,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검찰은 창신대가 새 캠퍼스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4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데 그 중 22억원을 교비로 모금하면서 일부 교수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등 기부금 형식을 가장한 업무상횡령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태그:#창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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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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