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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복궁에서 열린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복궁에서 열린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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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에 대한민국 새로운 60년의 비전을 제시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경축사 내용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 브랜드 확립'과 더불어 '우주개발' '유라시아-태평양 시대' 등등 그럴싸 하고 있어 보이는 단어들을 죄다 긁어모은 듯한 느낌이다.

이 가운데서 이명박 정권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향후 한국경제의 60년을 책임질 성장동력으로 선전했다. 80년대 자동차산업-90년대 반도체산업을 이을 성장동력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처음 자동차를 만들 때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50년 이상 길었고 반도체는 20년 이상이었지만 지금 한국은 자동차 세계 5위-반도체 1위의 기술국가로 성장했으므로, 먼저 행동에 나선다면 녹색성장을 이끌고 새 문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가 10년·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5% 남짓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에 18%,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안보를 다지겠다"고 했다. 현재 5%에 불과한 에너지 개발률이 42년 뒤에는 어떻게 50%로 끌어올려질지 알 수 없지만, "신재생 에너지 사용비율도 현재의 2%에서 2030년에는 11% 이상, 2050년에는 2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연구개발 투자를 2배 이상 확대하여, 2020년이면 3000조원에 달할 녹색기술 시장의 선도국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대목에서도 거듭된 감세정책 속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방안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집집마다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그린홈' 백만호 프로젝트, LED, 무공해석탄, 그린카 등을 중점 육성하겠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석유와 완전결별을 선언했다. "9월까지 기후변화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한국사회가 정보화를 앞당겼듯 반드시 녹색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이 군침 흘리는 저탄소 녹색성장

현대자동차의 베르나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의 베르나 하이브리드
ⓒ hyundai-mo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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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구체적 대안은 아직 없지만 야심차게 저탄소 녹색성장을 한국 성장동력으로 선정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저탄소 녹색성장이 21세기의 떠오르는 산업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프렌들리"하겠다는 대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저탄소 종목, 녹색성장 종목에 기술투자를 집중하는 형국이다. 단적으로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자동차를 저탄소차량으로 두고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한 수소연료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자동차의 전통적인 엔진과 더불어 고성능의 배터리를 함께 실어 엔진의 열효율을 높인 차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전 시기의 차량이 시내 저속주행시에도 엔진에서 휘발유를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었다면, 하이브리드카는 고속주행시 배터리에 전력을 충전시켜 시내 저속운행시에는 전기의 힘으로 주행한다. 이 때문에 비교할 수 없이 연비가 늘어나고 주행에 필요한 휘발유의 양도 줄어든다. 현대자동차는 아반떼급 LPG 하이브리드 카 양산 시기를 당초 2009년 10월에서 2009년 7월로 조정하는 등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보다 한단계 더 나간 체제로는 수소연료자동차, 쉽게 말해 물로 가는 물자동차가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고속주행시 가솔린을 연소해야 하므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수소연료자동차는 연소 후에는 수증기만 발생할 뿐 이산화탄소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연료의 공급원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안정적인 수소저장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기술적 난관이다.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카 외에 수소연료 자동차 개발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2년경 수소연료전지차를 첫 소량 생산해 조기 실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태양전지 산업이 있다. 태양전지는 태양빛을 받으면 전류가 발생하는 특수재료의 성질을 이용하는 발전 체제로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비해 환경피해가 작다. 화석연료의 경우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원자력의 경우 많은 중수와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태양전지는 소자의 기본원료가 반도체 기술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삼성·LG·포스코 등 상당수 기업들이 태양광발전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결정했거나 결정을 저울질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충북 음성군 소이공업단지에서 태양광발전 공장 준공식을 열고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태양광발전 공장은 주택 1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을 각각 연간 30㎿씩 생산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전자제품에서는 저전력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21세기 들어 휴대폰·노트북·카메라 등 전자제품에서 무선장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베터리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했다. 전자제품에서 전력소비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같은 용량 배터리로 2배 오래 이용할 수 있으므로 경쟁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전기를 적게 쓰는 것 역시 녹색성장의 범주로 포함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제품 85%의 대기전력을 1w 미만으로 최소화하고 2009년까지 제품 100%에 이를 확대시킬 방침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2007년 내놓은 제품 가운데 70%는 대기전력 1w미만이며 이 가운데 TV와 모니터는 이미 대기 전력 0.3w 미만을 달성했다.

이러한 점을 통해 볼 때 저탄소 녹색성장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 아무리 녹색성장이 좋아도 과학기술의 발전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는 점에서 녹색성장은 과학기술의 산업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 안중에 없었던 MB정부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행정체계를 살펴보면 저탄소 녹색성장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멸시와 천대로 일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적인 정부를 위해 정부기구를 개편한다면서 정보통신부 일부를 문화체육관광부에 흡수시켰으며, 과학기술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하여 '교육과학기술부'라는 애매한 부서를 만들었다. 게다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를 헤쳐모여 시켜 지식경제부란 것을 만들어 놓았다. 결국 과학기술 관련 산자부·정통부·과기부의 3개 부처가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1.5개 부처로 축소된 것이다.

정부부처를 절반으로 줄여놓고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손으로는 나라의 과학기술을 이리저리 찢어놓으면서 입으로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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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료의 인사에서도 과학기술계를 철저히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임명된 안병만 장관은 과학기술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정치학 박사출신이다. 한국외대 총장을 역임하고 한미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과학기술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물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한술 더 떠 "박종구 교육과학부 제2차관도 과학기술과는 거리가 먼 경제전문가이며 청와대에도 과학 관련해서는 수석·비서관이 없고 행정관 정도만 한 명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주장한 녹색성장론은 불과 정부가 3일 전인 8월 12일에 발표한 '과학기술 기본계획 577전략'과도 맞지 않는다.

577전략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주력기간산업기술'로 자동차·조선·기계·제조공정·반도체를 언급했고, '신산업'으로 차세대 시스템 소프트웨어·암치료·뇌과학 등을 선정한 것이다. 대통령의 경축사로부터 불과 3일 전에 발표된 정부의 중요 추진과제에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단어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마치도 이명박 대통령과 "프렌들리"한 대기업의 요구에 의해 경축사에 담겨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보면 정부는 대통령이 발표한 녹색성장론을 추진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듯 하다. 기획재정부는 8월 19일 이명박의 8·15 연설문에 포함된 과제의 세부추진과제가 9월말 수립 예정인 '기후변화종합대책' 등과 연계해 확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아직까지 세부 추진과제가 수립되지 않았다는 말로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도 없이 대통령이 마음대로 신성장 동력을 발표한 것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론은 심지어 같은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반발이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8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종합일간지 전국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말한 그린 테크놀로지 레볼루션(Green Technology Revolution·녹색기술 혁명)은 의아하고 실효성도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대통령이 국가의 성장동력이라고 거창하게 발표하였지만 실상 집행할 준비가 전혀 안 돼있고 집 권여당 내부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는 정책을 국민들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대한민국 747 등 수많은 공약을 스스로 연기 또는 수정함으로써 자기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 이번 녹색성장론 역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인 듯 포장하기 바쁘지만 앞뒤 정황을 따져보면 녹색성장은 단지 현 시기 대기업의 기술개발 집중투자 항목을 묶어 이름지은 것에 불과하다.

말뿐인 MB, 양치기 소년이 되려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5월 20일 서울에 입성, 한강을 따라 걷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5월 20일 서울에 입성, 한강을 따라 걷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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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틈만 나면 언급하던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란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던 한나라당의 선거구호가 결국은 "부시 대통령과 대기업을 섬기겠습니다"였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명박 집권 이후 지금까지 곰곰이 돌아보면 정부의 시책이 언제나 말로만 요란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한반도대운하, 대한민국 747, 과학기술 비즈니스 도시건설 가운데 정부가 집행하였거나 조만간 추진할 국민적 동의를 얻은 사업은 하나도 없다. 연평균 7% 성장은커녕 물가가 7%까지 뛰어오르게 생긴 마당에 60년을 먹고 살 성장 동력을 운운하는 대통령의 행태가 초라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중장기적 전망으로 펼쳐질 녹색성장론을 거들먹거린다고 해서 지금 당장의 물가가 잡히고 서민경제가 안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원하고 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만 하지 말고 실제 국민을 섬길 것을 바라고 있으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만 하지말고 실제로 경제를 살려보란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거듭되는 거짓말 속에 자신이 국민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는 처지에서 올림픽 선전에 기대어 반짝 오른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는 대통령과 참모진의 수준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이명박, #녹색성장, #저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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