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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칼을 받아랏! 이얍'
'아싸! 쓰리 고!'
'아깝게 버디를 놓쳤네'

여러분, 돈 3000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요? 요즘 같은 때, 3000원이면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네요. 아이스크림은 세 개 정도 사먹을 수 있겠습니다. 뜨거운 여름, 3000원으로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날 수도 있구요, 신나게 고스톱을 즐길 수도 있고, 골프까지 칠 수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준비는 다 된 겁니다. 데이터 접속 버튼을 눌러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다운받는 겁니다. 단돈 3000원에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회사 '게임빌'의 신봉구 실장은 휴대폰 게임을 이르러 '진보적인 종합상업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휴대폰 게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닌텐도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컴투스가 개발한 골프게임 '포츈골프'는 국내 3D 모바일 게임의 대표작이다.
▲ 휴대폰 게임에 3D 그래픽이? 컴투스가 개발한 골프게임 '포츈골프'는 국내 3D 모바일 게임의 대표작이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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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 들어오는 조그만 휴대폰의 액정 속이지만 3D 그래픽까지 구현 가능한 데다, 장르도 천차만별입니다. 슈팅이나 퍼즐, 아케이드처럼 단순한 게임부터 수백 장의 시나리오를 기초로 만들어진 RPG게임까지. 더 이상 장르로 나눌 수 없을 정도의 장르혼합형 게임도 빼놓을 수 없죠.

게다가 국내에만 모바일게임 제작사가 300여개가 넘고, 어떤 회사는 해외지사까지 설립해 게임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주영상정보대학 등 모바일게임 관련학과도 생겨났습니다.

간편히 다운 받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한 번쯤 '이 작은 액정 안의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하고 의문을 가진 적은 없으십니까. 우선, 모바일 게임 하나 만드는 데 1년 혹은 그 이상 걸린다는 사실은 알고 계세요? 제작비도 억대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모바일 게임 제작과정에 돋보기를 대봤습니다.

[1단계] 시장분석 및 게임기획 "씨 한번 잘못 뿌리면 1년 농사 망쳐요"

개성 넘치는 게임회사 내 피규어들. 창의력이 중시되는 게임 제작사 다운 모습이다.
 개성 넘치는 게임회사 내 피규어들. 창의력이 중시되는 게임 제작사 다운 모습이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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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게임을 만들 순 없겠죠? 현재 모바일 게임의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입니다. 전명진 컴투스 개발팀 PD는 "2개월 정도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기존 게임 다운로드 횟수로 정보를 수집한다"며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입소문이 나거나 게시판을 장악하는 '대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필 게임빌 마케팅팀장은 "정기적인 전화설문이나 기존 게임유저에게 선호하는 게임 종류나 캐릭터를 추천받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 분석이 끝나면, 새 게임 제작을 위한 전담 팀이 꾸려집니다. 다시 말하면, A라는 게임은 A팀이, B라는 게임은 B팀이 전담하는 거죠. 예전에는 기획부, 그래픽부, 디자인부로 나눠 단계별로 운영했지만, 요즘에는 한 팀(2명~15명 가량)에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다 들어가 있는 거죠. 팀을 이끄는 사람을 'PD'라고 하는데 PD가 게임 기획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합니다.

휴대폰 게임회사 '게임빌'의 게임 제작현장.
 휴대폰 게임회사 '게임빌'의 게임 제작현장.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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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만들면 재밌을까?'라는 발상이 최초 게임 제작의 출발점입니다. 박성진 컴투스 경영기획실 과장은 "새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일단 기존 게임의 성공요인과 실패요인을 분석해 회사 임원 앞에서 브리핑해서 통과가 되면 개발에 착수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그래픽 디자인 시안 제출과 검증, 게임 콘셉트, 통신사 별 게임 툴 확인 등 다채로운 요소들이 평가됩니다.

그는 "무조건 재밌을 거라는 생각만 가지면 위험하니 씨 뿌리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이며 수 많은 실패 사례가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게임빌 게임기획실 원태연씨는 "큰 변화 없이 한 번에 이끌어 나가는 기획이 거의 없고 머릿 속에선 재밌겠다고 생각한 것들이 실제로 구현이 어려울 때 괴롭다"며 기획 과정의 고뇌를 토로했습니다.

[2단계] 프로토 타입과 알파, 베타버전 제작

이제는 디자인팀이 분주해집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 배경 등을 게임 컨셉트에 맞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죠. 게임빌 박성민 대리는 "게임 분위기에 맞게 밝은 느낌으로 가느냐, 어두운 느낌으로 가느냐가 첫 번째 고려 조건"이라며 "게임 캐릭터 한 명을 그리는 데 3, 4일은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캐릭터 하나에 3, 4일이면 게임 상의 효과 표현이나 배경을 전부 다 그리려면 꽤 많은 시간이 들겠죠? 아래에 게임빌에서 신작으로 준비중인 '제노니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그리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첨부했습니다.

▲ 그래픽 팀의 손놀림 한 번에 완성되는 게임 캐릭터 모바일 게임 제작사 '게임빌'의 신작 '제노니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그리는 작업. 보통 한 캐릭터를 그리는데 3,4일이 걸린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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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게임의 '프로토 타입'을 만드는 일에 착수하게 됩니다. '프로토 타입'이란, 게임의 핵심적인 움직임을 담은 '게임 초판본'입니다.

예를 들어 '헐크'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게임을 만든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무래도 핵심은 헐크의 '강함'이 잘 드러나야 되겠죠. 적을 한 대 치면 뻥뻥 날아가는 모습, 시원시원한 타격감을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대략적으로 만든 게임의 일부분이라고나 할까요. 이 과정에서 조작·화면 인터페이스를 결정합니다.

이후 게임을 한 스테이지 정도 플레이 할 수 있는 알파 버전과 완성본에 가까운 베타버전순으로 게임이 완성돼 나갑니다. 베타버전이 완성될 즈음이면 10, 11개월 정도가 훌쩍 지나갑니다. 게임 장르 별로 제작기간이 천차만별인데요. 보통 아케이드 게임류가 6개월로 최단기간이고 RPG가 1~2년 사이입니다.

게임빌 사운드 팀이 휴대폰 게임에 들어갈 배경 음악을 녹음하고 있다. 매 게임마다 분위기나 컨셉에 맞게 새로운 곡을 작곡해야 하는 창작의 고통(?)이 뒤따른다.
 게임빌 사운드 팀이 휴대폰 게임에 들어갈 배경 음악을 녹음하고 있다. 매 게임마다 분위기나 컨셉에 맞게 새로운 곡을 작곡해야 하는 창작의 고통(?)이 뒤따른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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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 전 PD는 "예전에는 3,4 개월 정도면 게임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소비자 입맛도 까다랍고 휴대폰 사양이 높아진 터라 길게는 2년까지 한 게임을 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잠깐 즐기는 게임을 1,2년 씩 만든다니, 대단하죠? 제작비는 억대 수준이라고 덧붙이며 정확한 액수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3단계] 마무리는 QA팀에게! "하루 9시간, 똑같은 게임 100번은 해봐야..."

게임 출시 전, 게임 전반적인 문제점을 체크하고 있는 QA팀 직원. 하루 종일 게임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일이다.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부러워 할 지도 모르겠다.
▲ "노는 게 아닙니다" 게임 출시 전, 게임 전반적인 문제점을 체크하고 있는 QA팀 직원. 하루 종일 게임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일이다.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부러워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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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출시 전까지 테스트를 거칩니다. 일명 '버그'라고 불리는 오류나 에러 등을 검사하기 위해섭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입장에서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난이도는 적정한 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 단계가 게임 초반 기획과정과 맞먹을 만큼 중요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개발자들이 게임제작에 빠져 놓치는 부분을 QA팀에서 잡아주기 때문에 자칫하면 게임의 전반적인 기획도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QA팀 소속 직원들은 출근해서 퇴근까지 게임만 한다는 겁니다.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부러워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국내에 출시된 모든 폰 기종(200여개)들을 이용해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핸드폰 기종마다 게임의 구현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컴투스 QA팀 이세정씨는 "9시간 정도 게임을 하면 손가락이 아프다"고 고충(?)을 말했습니다.

그녀 책상 위 모니터에는 각종 평가 항목이 적힌 문서 창이 열려져 있었습니다. 문제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체크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게임빌 QA팀 이동교 대리는 "게임 출시 전에 같은 게임을 100번 이상 플레이 하면서 게임이 원활히 진행되는가 점검한다"며 "BTS를 이용해 보통 300번까지 수정 요청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BTS'란 'Bug Tracking System'의 준말로서 게임기획자와 QA팀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수정 요청'과 '수정 확인'을 받는 게시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4단계] 마케팅! 다운로드 '50만건' 이상이면 대박!

게임이 완성되면 각 통신사 게임 게시판에 매주 수, 목요일 일제히 등재됩니다. 우리나라는 미니게임이나 RPG 게임이 대세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영어나 한자게임 등 실용적인 게임이 각광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성필 게임빌 마케팅실 팀장은 "모바일 게임에 대해 10대가 가장 관심이 많다"며 "게임 캐릭터를 차용한 코스프레 배우를 섭외해 홍보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간담회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홍보한다"고 말했습니다.

컴투스 박성진 과장은 "예전에는 게이머가 게임 제목만 보고 다운로드 받았다"며 "지금은 모바일 게임 회사가 워낙 많아 서로 무한경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게임을 알리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매점에 입점되는 과자류, 컵라면 등 간식업체와 제휴한 홍보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보통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다운로드 '50만 건' 이상이면 대박 게임이라고 불립니다.

"혼자 책 읽었을 때의 감동, 모바일 게임을 통해 주고 싶다"
[인터뷰] 컴투스 개발팀 전명진 PD
모바일 게임 제작사 '컴투스' 개발팀 전명진 PD
 모바일 게임 제작사 '컴투스' 개발팀 전명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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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게임은 주로 혼자 하는 경우가 많 아서 PC 온라인 게임과 경쟁하기엔 벅찬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온라인 게임은 상호협력이 주된 게임 요인이다. 즉, 타 게이머에게 영향을 받는 일이 다분하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혼자서 책을 읽는 것과 유사하다. 상호협력하며 플레이 하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었을 때처럼 감동을 느끼는 것도 재미있지 않나" .

-게임 완성 이후 소비자의 반응 중 특이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발견하고, 공유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영어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다. 우리가 정한 최대점수가 있었는데 이용자가 '최대 점수 획득 방법 설계도'를 그려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출시하면서 받은 영향이 있나
"별로 영향 받은 것은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게임에 관대하지 않다. 그래서 게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게임을 한다. 고로 휴대용 게임기가 있다고 해서 휴대폰 게임을 안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휴대폰으로 DMB를 보는 사람이 회사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 게임을 하는 대신 TV를 보니까 (웃음)"

-모바일 게임 산업의 미래를 예상한다면.
"모바일 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 예로, RPG게임 다운로드 수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슈팅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 같이 '한 번 해보고 말아야지'라는 심리보다 '작정하고 해보자'는 심리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청신호다. 지금 대작 RPG 게임 같은 경우 100만 다운로드가 넘어간다. 시장이 자꾸 확대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정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제 8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휴대폰게임, #모바일게임, #컴투스, #게임빌,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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