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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혐오-그 거짓을 파헤친다'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 한양대 이희수 교수와 사회자 '이슬람 혐오-그 거짓을 파헤친다'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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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고려대학교 4·18 기념관 강당에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이 교수는 한국이슬람학회 회장을 맡고 있고, <이슬람>의 저자이기도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슬람 전문가이다.

‘이슬람 혐오-그 거짓을 파헤친다’는 제목 아래,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을 하나하나 설명해갔다.

그는 우리가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언론과 자료를 통해 이슬람을 바라보면서 “지적인 편식과 편중”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보가 화석화되어 진실인 것처럼 고착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교수는 “여러분들은 ‘이슬람’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라고 질문을 던지고는 “자살폭탄테러, 여성억압, 김선일 씨 납치사건 등이 떠오른다는 대답이 많을 것”이라 했다. “그는 모든 사회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이슬람에만 역기능이 부각되는 것일까”라는 반문을 통해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가 이슬람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라 주장했다. 이슬람포비아를 “이슬람 공포증+혐오증”이라 정의내리고, “심리적으로는 ‘혐오증’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는 한양대 이희수 교수.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는 한양대 이희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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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슬람포비아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소개했다.

200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키이스 엘리슨이 무슬림 최초의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엘리슨은 코란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 이에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고, 공화당 구드 의원 등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엘리스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희수 교수는 “이것은 미국의 허울뿐인 종교적 자유”라 평했다.

2006년 9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고국 독일 연설 사례도 보여주었다. 당시 교황은 비잔틴 제국 황제 마누일 2세 팔레올로고스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무함마드가 가져왔다는 새로운 것들을 보라. 칼을 앞세워 자신의 가르침을 전하라는 그의 명령과 같이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만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21세기 종교 지도자로서 감히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십자군 전쟁 이후 잠재된 유럽인들의 응어리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2005년 9월 30일 덴마크 신문 <율린츠-포스텐>은 무함마드를 머리에 폭탄을 매단 테러범으로 묘사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2006년 1월 10일 노르웨이 신문이 만화를 전재하고 2월 1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신문들이 일제히 만화를 전재하면서 사태가 확산이 됐다. 이슬람에서 무함마드에 대한 사진이나 형상은 최대의 종교적 금기라고 설명했다. 형상화를 할 수 없기에 14억 이슬람인들은 죽을 때까지 무함마드의 사진을 못 본다. 테러리스트로 무함마드를 비하한 서구 언론의 만평은 ‘영적인 살해’이자 ‘종교적 살인’이라는 것이 이슬람 언론의 생각이라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렇기에 그는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지구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14억 이슬람인들의 존재가치에 대한 부정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를 머리에 폭탄을 매단 테러범으로 묘사하는 만평.(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 역시 이슬람을 풍자하는 티셔츠 사진이다.
 무함마드를 머리에 폭탄을 매단 테러범으로 묘사하는 만평.(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 역시 이슬람을 풍자하는 티셔츠 사진이다.
ⓒ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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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슬람포비아의 역사적 배경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십자군 전쟁이다. 이슬람의 우위와 세력 확장에 대한 두려움, 시기심, 자기보호본능의 발현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이라는 망령이다. 이는 13세기 스콜라 철학의 대부인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가 급속한 이슬람의 성장과 기독교 세계에 대한 무슬림들의 공격적 진출을 능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다. 이후 이것이 서구세계의 이슬람관으로 고착됐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슬람포비아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서구 언론들의 판에 박힌 반(反)이슬람주의 성향 보도 ▲극우정당들의 정치적 악선전 ▲유럽의 뿌리 깊은 유색인종들에 대한 인종적 편견(백인종우월주의)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 종교적 불관용 ▲지하드=테러, 무슬림=테러리스트 공식의 일반화

특히 그는 유대중심의 서구 언론의 실태를 꼬집었다. 세계 4대 뉴스 통신사인 AP, UPI, Reuter(로이터), AFP가 세계 뉴스의 80% 이상을 공급 및 독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4대 통신사들은 유대계의 자본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교수는 유럽에서의 무슬림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비판했다. 이민족의 비율 10%가 유럽 국가들이 취하는 이민족 정책의 마지노선이라며, 똘레랑스의 고향 프랑스조차 폭압적인 폐쇄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현재 이민족 비율을 9%에 달한다.

그는 한국은 이민족 비율이 2%로 안 되는데, 더 비율이 높은 국가보다 억압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민족 수용이 국가의 역동성을 끌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단일민족 이데올로기와 같은 민족적 특수성을 감안해도 5%, 약 300만 명 정도는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순기능이 훨씬 많을 것이라 덧붙였다.

종교적·문화적 결속력이 강하고 박해 받을수록 견고해지는 것이 이민족의 특성이라면서 이들이 수가 증가하면서 정치적 파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표’를 행사하면서 이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날도 멀지 않았다며, 이민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박해는 근시안적이라 일갈했다.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을 바라봄에 있어, “급진적 저항조직이 3%면 나머지 97%까지도 그렇게 보는 것이 문제”라 주장했다. 57개의 UN 정회원국이 이슬람국가라면서 각 나라는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 있고, 다양한 양태의 이슬람 문화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슬람권에서도 알카에다를 비판한다고 했다. 이슬람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지볼라, 하마스, 지하드는 알카에다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국제법적 정당성이 있는 합법적 조직이라는 것이다. 헤지볼라는 레바논 남부를 대표하는 레바논 제2정당이고,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정치적 기반을 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집권 정당이며, 이슬람 지하드는 팔레스타인의 “순수한 저항조직”이다. 이 교수는 이어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저항은 종교분쟁도 이데올로기 분쟁도 아니라고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저항”이라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극악한 이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서구는 사우디를 조명하고 싶어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근대적인 문화가 이들 언론에 의해 부각되면서 다른 이슬람국가에 대한 인식들이 왜곡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변하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전근대적이고 반문명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아직도 참수형과 실체절단형이 유효하게 시행되고 있고, 여성 운전 허용 여부로 15년간 사회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수 교수는 국제세미나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학자에게 여성운전이 언제 허용될 것 같으냐고 질문하자 10년은 족히 걸리지 않겠냐는 대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우디 학자가 말하기를 여성운전이 허용되면 여성운전자가 교통경찰 즉, 외갓남자와 눈이 마주치며 대화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엄청난 ‘사회적 폭풍’을 일으킬 것이라 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이슬람’ 하면 무조건 여성차별이라 보는 것은 편견이라 주장했다. 여성차별이 엄존하는 것은 사실이나 사우디 옆 쿠웨이트에서는 여성장관이 2명이고, 인도네시아는 여성대통령을 배출했고, 파키스탄의 고(故)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이미 너무도 유명하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여성 민선 수상이 나왔다. 이란은 대학생의 65%가 여학생이고, 공무원의 30%가 여성이다. 이러한 여성의 권리신장은 현재진행형이고 우리가 피상적으로 아는 이슬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고 이희수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이슬람은 곧 아랍의 종교라는 등식도 하나의 고정관념이라 주장했다. 지역적으로는 차라리 아시아의 종교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슬람교도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 그 다음이 인도 그리고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이라고 한다. 모두 아시아 국가이다.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에도 이슬람교도가 많다. 인류학자들이 평가하길 중국 내에도 5000만 명에서 1억 명 사이의 이슬람교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일부다처에 대한 그의 생각도 피력했다. 원래 이슬람은 일부일처제인데, 전쟁과 약탈의 시기에 가장 유용한 생존정책으로 일부다처가 수용된 것이라 주장했다. 남자가 전쟁터에 나가면 여성 혼자 가족을 꾸리기엔 위험하므로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레 정착된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지 않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이슬람에서 일부다처제의 비율은 극소수라고 말하며 이슬람에 대한 무지가 편견을 낳는다고 했다.

21세기의 히잡과 차도르는 ‘패션’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 교수는 1970년대까지는 히잡이 여성억압의 상징으로써 남성중심의 정치적 기제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1년 이후 흰색과 검은색으로 획일화되어있던 차도르에 칼라가 등장했고, 구찌와 피에르가르뎅 등에서 명품화하고 있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권 국가와 교역이 늘어나고 있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슬람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오해와 편견이 가득하다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맹목적인 이슬람포비아를 반대하는 포스터
 맹목적인 이슬람포비아를 반대하는 포스터
ⓒ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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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슬람포비아, #이슬람, #이희수, #고려대,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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