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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8·15 광복절 63주년 기념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정부의 의도를 비판하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8·15 광복절 63주년 기념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정부의 의도를 비판하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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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광폭한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63년. 광복은 했으되 완전한 광복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주 독립을 이루지 못한 탓에 대한민국은 외세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 63년 전 그날의 뜨거운 함성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데, 남과 북으로 갈라진 나라는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며 날선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임시정부 부정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나라 사람?

해방과 함께 분단 63년을 맞은 2008년의 대한민국. 1945년 점령군으로 들어온 미국은 여전히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고, 그들에 의해 분단된 대한민국은 63년이 지나도록 하나로 봉합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과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남과 북은 화해보다는 대결에 집착했고, 평화보다는 정권 유지 수단으로 서로를 이용했다.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으로 불기 시작한 화해 무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졌다.

그동안에도 서해 교전 등의 악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자면 그 10년 동안은 적어도 '화해와 평화'만이 '공생과 통일'이라는 방식임을 남북 모두가 공유했다. 그 결과 닫아 걸었던 북한은 빗장을 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다투어 방북길에 올랐다.

그러나 화해와 평화가 무르익던 남과 북은 '6·15 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을 거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출현으로 10년 전의 기온으로 뚝 떨어졌다. 휴전선은 다시 동토의 땅이 되었으며 남북 관계의 공을 미국의 손에 넘긴 이명박 대통령은 뾰족한 대책도 없이 세월만 죽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월 15일을 건국 60주년 기념일로 정했다. 그들은 그날이 대한민국의 건국일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상해 임시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니 이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그날이 건국 60주년이며 이승만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했다.

일본이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임시정부를 만들어 대통령을 뽑고 독립운동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 이러한 주장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임시정부의 존재 사실과 역사적 의미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왜일까. 어떤 논리로 그런 답을 만들어냈을까.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고, 또한 그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나 읽어보고 하는 소리란 말인가.

상황이 이런데도 쓴소리 한 번 하지 못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손 잡고 한판 춤을 추고 있는 몽매한 백성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산단 말인가. 권력의 부름에 기뻐 눈물을 줄줄 흘리는 그들은 권력의 해바라기인가, 시녀들인가. 그도 아니면 대통령의 충직한 신하이자 쓸개 빠진 백성들인가.

권력이 만드는 유전무죄, 이젠 그만 하시지?

이명박 정부는 며칠 전 광복 63주년, 건국 60년을 기념해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 무려 34만명이 넘는 대규모 사면이었다. 그 중엔 그동안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다수이니 이번 사면은 인원 감축에 떨고 있는 공무원들에겐 특별 제작된 약을 준 일로 기록될 것 같다. 그 약발이 얼마나 먹힐 지 모르지만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보은을 입은 공무원들의 충성 맹세는 따논 당상 같기도 하다.

이번 사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인이라고 칭해지는 대기업 회장들이다. 면면을 살펴보니 다들 재계 순위 상위권에 있는 그룹의 총수들이며 지난 정권을 이어오면서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사회지도층의 반열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른 이들은 쌓아온 명성이나 축적한 부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가장 건강해야 할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범죄자의 길을 걸은 것이다. 이들의 죄는 횡령 배임에서부터 분식회계와 보복 폭행까지 죄질도 다양하다.

기업은 정직함과 양심 그리고 도덕성이 결여되면 사회를 암울하게 만드는 암적인 존재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선 지난 몇 십년 동안 기업 총수의 도덕과 양심은 잣대의 기준으로도 삼지 않았다. 이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어떤 죄를 짓더라도 돈만 잘 벌어 오면 모든 죄가 용서되는 나라에서 그들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특권층 계급이라할 만하다. 그동안 그들이 저지른 사회적 죄악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때마다 정권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회장님 없이는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같은 시간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은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분배'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수배가 되고 구속이 되었다. 권력은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으니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동기'에 대한 분석보다는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경제인 사면을 하면서 '경제살리기'를 들먹였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사면된다고 해서 양극화가 해소되고 고물가가 잡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비정규직 820만명,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최소 2000만명. FTA 여파로 인해 고사 직전에 있는 농민 350만명과 그들의 가족 1000만명.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백수가 220만명. 이들을 모두 합하면 14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OECD 가입 국가의 허상 속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후진 기어만 있는 이명박 정부는 '벌거벗은 임금님'

비정규직과 농민, 백수들이 속해 있는 가정의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 국민 중 3/4이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신음하고 있다. 극점으로 치닫는 빈부의 격차는 대물림으로 나타나고, 그렇게 대물림된 부자와 가난한 자는 세상이 뒤집어지기 전에는 한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 

대기업 총수들이 찬 수갑이나 노동자들이 찬 수갑의 재질이 다르지 않을 진데, 언제나 풀려나는 시간은 다르다. 총수들이 찬 수갑은 헐겁기만 하여 휠체어에만 앉으면 쉽게 열리지만 노동자들이 찬 수갑은 만기를 채웠음에도 사면권에서 멀기만 한 것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적의 역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역사를 만든 국민들께 감사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는 시간 정작 기적의 역사를 만든 이들은 가시밭 길을 걷고 있었다.

흔히 말해 '짝퉁'과 '짜가'가 판 치는 2008년의 대한민국. 진짜가 가짜되고 가짜가 진짜되는 속임수 사회에서 역사적 진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력의 그늘이 크면 클수록 진실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니 그 또한 거역하기 힘든 진실이다.

꿈길을 걷고 있는 그들은 모르지만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허상을 짐작한다. 최소한 1년만 지나면 백성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이명박 정부의 앞날도 예견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후진'으로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그:#대통령사면, #특권층, #비정규직,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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