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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옛날 이름은 메뚜기였다. / 기선의 옛날 이름은 소금쟁이였다. / 기차의 옛날 이름은 지네였다. / 자동차의 옛날 이름은 바퀴벌레였다. / 자전거의 옛날 이름은 뭐였지? / 참. 쇠똥구리였구나. / 그런데 메뚜기의 옛날 이름은, 소금쟁이의 옛날 이름은, 지네의 옛날 이름은, 바퀴벌레의 옛날 이름은, 쇠똥구리의 옛날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메뚜기와 소금쟁이와 지네와 바퀴벌레와 쇠똥구리의 옛날 이름이 있기는 있었던 걸까? / 내가 알기로는 그들에게 이름이 없었다. / 메뚜기와 소금쟁이와 지네와 바퀴벌레와 쇠똥구리들은 지금 자기들이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지 알지도 못한다."

- 188~189쪽 '옛날 이름' 모두

 

그리스에 <이솝우화>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명수우화>가 있다?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이솝은 노예이자 뛰어난 입담꾼이었다. 지금 경기도 안산에서 살고 있는 시인 김명수는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타고 난 이야기꾼이다. <이솝우화>가 짤막하면서도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면 <명수우화>는 짤막하면서도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이야기다.

 

비행기의 옛날 이름이 메뚜기였다니? 기선의 옛날 이름이 소금쟁이였다니? 기차의 옛날 이름이 지네였다니? 그리고 자동차의 옛날 이름은 바퀴벌레, 자전거의 옛날 이름은 쇠똥구리였다구? 그렇다면 이 글을 쓴 김명수는 옛날에 무슨 이름을 가졌을까. 혹 김명수의 옛날 이름은 이솝이 아니었을까.

 

엉뚱하다. 대체 이런 기막힌 생각, 사고를 아예 뒤집어 엎어버리는 독특한 생각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이미 나이 예순하고도 셋이나 더 먹은 중진시인이 어떻게 십대 같은 발상 전환을 할 수 있었을까. 글쓴이가 시인 김명수의 옛날 이름이 뛰어난 이야기꾼 이솝이었다고 감히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통로는 스스로 찾아내는 자에게 열려 있다

 

"그림이 말한다. / 내가 실물일 때가 있었다. / 나는 원래 그림이 아니었다. / 나는 실물이었다. / 화가가 나를 그림으로 그렸다. / 화가가 실물이었던 나를 보고 그림으로 만들었다. / 사람들이 나를 보고 감탄한다. / "와! 위대한 예술작품이야." / 내가 실물이었을 때는 사람들이 전혀 감탄하지 않았다. / 사람들은 실물이었을 때는 나를 그냥 보며 지나쳤다."

- 64~65쪽 '그림이 말한다' 몇 토막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김명수(63)가 생각하는 동화 <비행기의 옛날 이름은 메뚜기였다>(바보새 펴냄)를 펴냈다. <이솝우화>가 옛날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동화였다면 김명수가 이번에 펴낸 동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과 발상의 전환을 거듭하게 하는 <명수우화>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짤막짤막한 동화가 모두 5장에 걸쳐 각 장마다 12편~16편씩, 생각하는 그림과 함께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여져 있다. '코 없는 코끼리', '새들의 양말', '지렁이의 자', '돼지가 낳은 달걀', '문어들의 잔치', '새가 논다', '젖소가 알을 낳았다고', '그림자 없는 고목나무', '고구마는 종달새가 되고 싶지만', '구구단이 구구단을 외운다', '움직이는 나무', '미꾸라지의 여의주', '구두가 신은 구두' 등 72편이 그것.

 

김명수는 "훌쩍 넘겨버린 일상과 상상의 세계 사이에는 많은 통로가 있다. 그 통로는 때로는 좁고 때로는 아주 넓으며, 어떤 경우에는 아득한 절벽처럼 차단되어 있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이어 "그 통로는 스스로 찾아내는 자에게 열려 있다. 그 통로를 자유롭게 통행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사물과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그만의 놀라운 경험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지렁이와 아들 지렁이 통해 보수와 진보를 말하다

 

"농부가 땅을 파고 배추씨를 뿌렸다. / 채소밭에 배추가 무성하게 자랐다. / 거둘 때가 되자 배추는 집체만큼 커졌다. / 배추를 뽑아보니 배추 뿌리 자리에 전봇대만한 커다란 무도 달려있었다. / 농부는 그 배추를 '무추'라고 불렀다. // 이웃마을 농부가 땅을 파고 배추씨를 뿌렸다. / 채소밭에 배추가 무성하게 자랐다.

 

거둘 때가 되자 배추는 집체만큼 커졌다 / 배추를 뽑아보니 배추 뿌리 자리에 전봇대만한

커다란 무도 달려 있었다. / 이웃마을 농부는 그 배추를 '추무'라고 불렀다. // 그때부터 세

상에는 배추가 없어졌다. / 그때부터 세상에는 무가 사라졌다. / 그리고 무추와 추무가 생겨났다."

- 10~11쪽, '배추와 무가 없어지던 날' 모두

 

생각하는 동화. 나는 이 동화 같지 않은 동화를 숨 가쁘게 읽으면서 <이솝우화>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다시 차분하게 이 짤막한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뜻을 넓이와 깊이로 새기며 읽자 스스로 발상의 전환을 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김명수 문학, 그 뿌리를 더듬을 수 있었다.

  

아들 지렁이와 아버지 지렁이가 자를 찾고 있었다. / 아버지 지렁이는 보수적이고. 아들 지렁이는 진취적이다. / 아버지 지렁이는 축축한 흙 속을 벗어나지 않는다. 축축한 흙 속에서 자를 찾는다. / 아버지 지렁이가 축축한 흙 속에서 자를 찾다가 굼벵이를 만났다. / 굼벵이가 물었다. 느릿하지만 묵직한 목소리다.

 

"뭘 찾니?"

"자."

아버지 지렁이가 대답했다.

"자를 찾니? 네 몸이 자가 아니냐?" - 35~36쪽, '지렁이의 자' 몇 토막

 

김명수가 이솝을 뛰어넘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은 '지렁이의 자'에서도 어김없이 확인된다. 김 시인은 아버지 지렁이와 아들 지렁이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이야기한다. 굼뱅이는 보수와 진보를 바라보는 국민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렁이가 찾고 있는 자는 곧 지렁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통해 '신발을 들고 신발을 찾고 있는' 권력자를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 짤막한 동화를 더 깊숙이 들춰보자. 굼뱅이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보수적인 아버지 지렁이는 몸만 한번 꿈틀거린다. "아버지 지렁이는 굼벵이가 축축한 흙속에서 제 몸무게를 저울에 달아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굼뱅이는 아버지 지렁이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다시 묻는다.

 

"자를 찾는 지는 얼마나 됐니. 7년은 됐니?"라고. 그러자 아버지 지렁이는 "7년은 안되었고 1년째"라며 흙만 파헤친다. 그때 진보적인 아들 지렁이가 마른 땅에서 자를 애타게 찾고 있자 풀잎 위에 있던 달팽이가 보드랍지만 축축한 목소리로 묻는다. "뭘 하니?"라고. 아들 지렁이는 자를 찾는다고 대꾸한다.

 

달팽이도 굼뱅이처럼 아들 지렁이에게 "자를 찾니? 네 몸이 자가 아니냐?"라고 말한다. 아들 지렁이는 그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기며 은근슬쩍 어두운 눈으로 제 몸을 살펴본다. "설마 자기 몸이 자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때 달팽이가 아들 지렁이에게 다시 묻는다. "자를 찾는 지는 얼마나 됐니?" 그러자 아들 지렁이는 "999년째야. 998년은 넘은 게 분명해"라고 대답하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매듭 없는 기막힌 매듭으로 끝나는 생각하는 동화

 

김명수 동화를 생각하는 동화라고 이름 붙인 것도 이러한 매듭 없는 기막힌 매듭 때문이다. 김 시인의 이 같은 발상의 전환, 사고의 전환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세상살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헤치고 비꼬는 내용은 "돼지가 낳은 달걀"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닭이 닭장에서 알 낳는 걸 돼지가 보았다. / 알 낳는 닭은 <거울 보는 닭>이었다. / 주인이 알 낳는 그 닭을 칭찬했다. / 돼지가 주물공장을 찾아갔다. / 주물 공장 안에는 쇳물이 펄펄 끓고 있었고, 형틀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 "몸에 꽉 끼는 쇠 옷을 만들어 주세요. 엉덩이 부근에 도넛 크기만 한 구멍을 뚫어주세요"

 

돼지는 다진 모래 속에 들어가서 형틀을 만들었고 주물공장 사장은 형틀에 쇳물을 부어 돼지의 쇠옷을 만들었다. / 돼지는 다음날 주물공장 사장님이 만든 옷을 찾아와 입었다. / 돼지는 살이 쪘다. / 엉덩이 부근에 뚫어 놓은 구멍으로 돼지의 살이 삐어져 나왔다. / 알 낳는 닭을 칭찬하던 주인이 돼지고기를 먹고 싶을 때면 구멍 밖으로 삐어져 나오는 살을  잘라 먹었다.

 

돼지는 엉덩이에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오래 오래 살았다. / 당신도 돼지고기를 먹을 때 조심해서 살펴보아라! / 당신이 먹는 고기가, 돼지가 엉덩이 구멍 밖으로 밀어낸 살인지도 모른다. / 아니, 돼지가 낳은 달걀인지도 모른다.

 

-67~68쪽, '돼지가 낳은 달걀' 모두

 

이 이야기를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읽으면 돼지가 낳은 달걀은 그저 돼지의 엉덩이 부근에

뚫어 놓은 구멍으로 삐져나오는 돼지의 살이다. 하지만 생각을 깊이 하며 다시 읽으면 구멍으로 삐져나오는 돼지 살을 잘라먹는 주인, 알 낳는 닭을 칭찬하던 그 주인이 볼 때에는 돼지 살은 곧 돼지가 매일 낳는 달걀이나 다름없다.

 

김명수가 쓴 생각하는 동화가 주는 매력이 여기에 있다. 때문에 김명수 동화는 동화이기도

하고 우화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생각, 기막힌 발상의 전환을 낳게 하는 동화이기도 하지만 일정한 사고와 관념, 그 틀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어른들에게는 자신을 찬찬히 돌이켜 보게 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주는 어른동화이다.   

 

 

젖소가 알을 낳았다고?

                        

남도 땅 어느 농가에서 기르던 젖소가 알을 낳았다. / 알은 거위 알과 비슷했고 빛깔은 검은 색이 났다. / 젖소 주인이 사람들께 설명했다.

 

"집에서 기르는 젖소는 세 마리인데 그중 작은 젖소가 알을 낳았어요. 우리는 젖소를 한 우리에 가둬 놓았지만 중간에 차단막을 설치해 놓아요. 닷새 전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남편과 우유를 짜러 나갔더니 작은 젖소 엉덩이 밑에 거무스레하고 동그란 알이 있었어요. 알을 처음 발견했을 때, 알은 따끈따끈했고 알 표면을 말랑말랑했습니다. 이틀이 지나니까 이렇게 껍질이 딱딱해졌고 알은 좀 가벼워졌어요. 알을 낳고 난 이후로 젖소는 사료도 잘 먹고 건강해졌습니다." -144~145쪽 '젖소가 알을 낳았다고?' 몇 토막

 

이 소식이 나라 곳곳에 퍼지자 텔레비전 방송국 기자들이 달려온다. 마을 사람들도 몰려와 암소가 낳은 알을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때 젖소 주인이 "보다시피 우리 집이 한적한 곳에 있잖아요. 집에는 암소 세 마리와 집 지키는 개 한 마리밖에 없고 그날 밤 우리가 소 우리 문을 잘 잠가서 다른 동물이 들어가지 않았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농촌지도소 학예연구관이 달려와 젖소가 낳은 알을 살펴보고 있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노인이 한마디 거든다. "말랑말랑하다가 딱딱해졌다고? 똥이 뭉쳐서 나왔겠지. 마르니까 가벼워졌고. 젖소가 똥을 눈 모양이구나. 숙변 말이야. 젖소가 변비에 걸렸던 모양이네"라고. 하지만 아무도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재미있다. 과연 젖소가 낳은 알, 말랑말랑하다가 딱딱해진 그 알은 노인의 말처럼 젖소가 싼 숙변일까. 아니면 진짜 젖소가 거위처럼 알을 낳은 것일까. 이 이야기 포인트는 "거무스

레하고 동그란 알"에 있다. 김명수는 젖소가 낳은 알을 "거무스레하고 동그란 알"이라고 씀

으로서 숙변이냐, 알이냐에 대해 읽는 이들에게 숙제로 남기고 있다. 

 

문학평론가 최영호(해사교수)는 '김명수 동화의 힘과 진실'이란 해설에서 "<이솝우화>가 지난 날의 동화였다면, 현실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놓침 없이 동화의 세계로 끌어들인 김명수의 동화는 <21세기형 이솝우화>가 아닐 수 없다. 흔히들 동화라고 하면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정은 많은 것을 놓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김명수는 개념적 정의도 쉽지 않은 현실의 문제들을 과감히 동화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작은 것의 아름다움, 삶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잃지 않도록 할 인문적 사고와 지혜를 전해준다"라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안다지만 그래서 모두가 모르는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동화"라고 평했다.

 

다음은 <비행기의 옛날 이름은 메뚜기였다>를 펴낸 김명수 시인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에 펴낸 동화는 그동안 우리 문학이 보여준 형식과는 아주 다른 독특한 형식과 내용

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동화의 포인트는?

"이번 동화는 짤막짤막하게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체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이는 우리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만나는 '상황 속 문제'들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어도 좋은 이번 동화는 새로운 사물과 교감하게 하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일상을 규명하고 그 실체를 터득하게 만드는 데 있다."

 

- 이번 동화는 작가의 상상이 빚어낸 산물인가? 아니면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는가?

"일상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은 일상만이 그들의 세상이라 단정하지 않는다. 그

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지닌 사람이며 스스로 통로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번 동화를 통해 독자들을 일상과 상상 사이에 있는 통로로 이끌어내고 싶었다."

 

- 현실과 상상, 그 중간에 있는 세계가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낸다는 뜻인가?

"상상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게 만든다. 독자들은 상상에서 아주 신비스러운 세상을 접하게 된다. 양말을 신은 새들, 거인과 난장이가 함께 사는 섬, 알을 낳는 돼지, 하늘을 나는 고기 등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 또한 허문다. 따라서 상상은 일상과 상상의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 이번 동화에서 다루고자 했던 내용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바탕을 이루는, 현실 사회 가치 다양성 진실 공존 편견 자기 합리 집단 고독 실존 양심 욕망 이기 권리 순수 허상 소망 동경 좌절 도덕 신(神) 운명 등이다."

 

- 그러한 주제를 동화가 한꺼번에 다 담아내기에는 어렵지 않은가?

"그 때문에 생각하는 동화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나는 이번 동화를 <이솝우화>에 나오는 교훈 따위를 감추고, 짤막짤막한 단편을 통해 독자 스스로 그 뜻을 찾아가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번 동화집은 '철학동화' 혹은 '명수우화'라 불러도 좋다." 

 

- 교훈을 감추었다지만 이번 동화집에는 '교훈이 없는 교훈'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교훈이 없는 교훈이 담긴 동화야말로 우리 아동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뿐만 아니라 우리

문학의 넓이와 깊이를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문학의 곳간이라 생각한다."

 

- 이번 동화에 담긴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배추와 무가 없어지던 날'은 과학문명의 발달로 야기되는 대량생산과 소비시대의 가치관 상실, 구가치와 신가치의 모습을 담았다. '이카루트 나라의 고양이'는 고양이로 상징되는 인간의 본성 혹은 선과 악의 갈등과 생존의 딜레마를 담았다. '코 없는 코끼리'는 잠재심리 속에 감춰진 인간 열등감의 실체를, '보름달 크기'는 사물을 바라보는 기준과 관점의 차이에 대한 사색, 서정성 등을 담았다.

 

- 다른 동화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산과 바다'는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목적에 대한 다양성 혹은 허구를, '들쥐들의 이야기'는 적으로부터 얻는 교훈과 먹이사슬의 의미, 공존성을, '새들의 양말'은 진실에 대한 오해, 무이해, 선각자의 고독을, '감나무와 배나무'는 인간의 편견, 자기 합리화를, '파란 과일 붉은 과일'은 이념의 폭력성을, '토끼와 코끼리'는 자기본위의 가치관의 허상을 담았다. 

 

'맹인들의 가로등'에서는 슬픔을 지닌 자의 따뜻함을, '지렁이의 자'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거울 보는 닭'은 인간의 심층에 깔린 불안을, '수박과 호박'은 인생의 의외성을, '또 다른 수박과 호박 이야기'는 삶의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집단화의 모습을 담았다. 이쯤 소개하는 걸로 마무리하자. 작가가 설명을 다해 버리면 독자의 몫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김명수는 194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월식> <하급반 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 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등이 있으며, 동시집 <산속 어린 새> <마지막 전철>이 있다.

 

동화집으로는 <해바라기 피는 계절> <달님과 다람쥐> <엄마 닭은 엄마가 없어요> <바위 밑에서 온 나우리> <마음이 커지는 이야기> <꽃들의 봄날>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신동엽 창작상', '만해문학상', '해양문학상'을 받았다. 그린 이 김정명은 부산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비행기의 옛날 이름은 메뚜기였다 - 생각하는 동화

김명수 지음, 김정명 그림, 바보새(2008)


태그:#김명수, #비행기의 옛날 이름은 메뚜기였다, #바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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