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 등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긴급한 도정수행"을 명목으로 모두 16차례나 소방헬기를 이용해 7000여ℓ의 유류를 소비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경기도소방본부와 <뉴시스>에 따르면 김 지사는 총 6969ℓ의 연료를 사용했으며 현재 항공연료(면세 JET유)가 1ℓ당 1200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840여만원 어치에 이른다. 소방헬기를 1번 탈 때마다 435ℓ의 연료(52만여원)가 공중에서 소모되고 있는 셈이다.
<뉴시스>는 김 지사가 이처럼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근거리는 물론 주말 등 휴일에도 민간행사 참석을 이유로 소방헬기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1월 1일과 9일 순수 민간단체의 행사인 부천, 김포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것 등은 이런 규칙에 맞는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또 6월 12일과 일요일인 15일 평택과 안산, 화성 등 경기남부 근거리를 헬기로 이동한 것은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14일엔 소방헬기가 낮 12시45분 김 지사 일행을 가평에 내려주기 위해 1시간 가량 비행한 뒤 의왕 백운산에서 발생한 인명구조를 위해 오후 2시55분 투입되고 긴박한 구조활동을 마친 뒤 오후 3시55분, 다시 김 지사 일행을 태우러 간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도지사가 소방헬기를 탄 것으로 인해 소방활동이 차질을 빚은 적이 없다"면서 "면적이 넓고 교통체증이 심한 도내 상황을 감안하면 도정을 위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해명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네티즌 "전철 안다니는 곳이 있던가요?"물론 경기도항공대운행규칙 5조에는 "긴급한 도정수행과 행사지원, 기타 도지사가 명한 사항 등에는 소방헬기를 활동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시간절약을 이유로 소방헬기를 자주 이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이에 대해 네티즌 오은주씨는 김문수 지사실 홈페이지(방문자 한마디)에 올린 글에서 "전철이 안다니는 곳이 있던가요? 몸소 실천하면서 직원들에게, 국민들에게 따라오라고 해야 하는 위치 아니신가요? 이래저래 변명하시지 마시고 실천으로 보여주세요"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의회 L 의원도 4일 전화통화에서 "뉴스를 보고 알았다, 소방헬기는 구급활동과 화재진압에 사용하는 것이 주 목적이고 도지사 공무에도 이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고유가시대에 헬기 이용을 자제하고 에너지절약에 솔선수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임인 손학규 지사도 소방헬기를 '도정업무수행'이라는 명목으로 2005년 1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무려 41차례나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균 13일에 1번꼴로 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이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본부가 보유한 소방헬기는 모두 3대로 미국제 Beel 206L-3(7인승), 프랑스제 유로콥터사 AS-365N3 더어핀(14인승), 러시아제 KA-32T 카모프(18인승) 등이며 김문수 지사는 AS-365N3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방항공대 임무를 명시한 운영규칙 5조1항에는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이 1순위인 반면, 긴급한 도정수행이 6번째, 행사지원과 기타 도지사가 명한 사항은 10번째다.
도지사가 급한 용무를 내세워 마치 소방헬기를 도지사 전용헬기인 것처럼 착각하고 전용한다면 이는 도지사의 교통수단용 헬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진정 소방헬기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