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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오마이뉴스> 인턴기자가 되어 정신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는데, 인턴 중에 오마이스쿨에서 열리는 '청소년 기자학교' 교사를 뽑는다고 하였다. 남자 중에 한 명이 가야 하는 상황. 남자 인턴 중 두 명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님들인데다 이미 오마이스쿨을 다녀온 적이 있고, 동갑인 김정욱 군은 연애전선에 초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욱이의 애처로운 눈빛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손을 들고 지원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제 막 인턴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여지기도 한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이들을 통솔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요즘 아이들 말 안 듣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강화도에서 아이들을 접하면서 한순간에 사라졌다.

 

너무나 평화로운 아이들

 

청소년 기자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은 해남, 제주, 강릉 등 땅끝에서부터 온 학생부터 '동북아평화연대'의 프로그램으로 오마이스쿨에 온 연해주, 연변의 동포학생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나는 중학생반을 맡아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출신지에 상관없이 다들 쑥스러워 하면서도 당당하게 할 말은 다 하였다.

 

"저는 서울에서 온 중학교 2학년 김구라고 하고 예쁜 여자를 좋아 합니다."

"창원에서 온 16살 황선구이고 앞으로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는 중학교 때 보충수업과 학원을 다니며 방학을 보낸 기억이 나서 아이들에게 "방학 때 학원 다니느라 힘들지?"라고 질문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 안 다니는데요"라고 답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평화롭게 자라는 아이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학생들(아마 <오마이뉴스> 독자이실) 부모님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이 부모님들을 실망시켜드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을 바짝하게 되었다.

 

<TIME> 조성수 기자의 '전쟁과 평화'

 

첫 날인 28일에는 <TIME> 조성수 사진기자의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이라크 전'에 맞춰져 있어서 학생들이 느끼기에는 무겁고 어렵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래도 꽤 인상적인 감상을 남긴 친구가 있었다.

 

조성수 선생님의 이라크전 사진인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전에 제가 알고있던 이라크전 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느껴졌어요. 저는 이라크전은 아주 신사적인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보고서는 생각이 싹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 장금화(18) 학생의 블로그中

 

반면에 조성수 기자의 분위기에 압도된 학생도 있었는데 아래의 블로그 내용을 보자.

 

강화군에 있는 <오마이스쿨>에 26명의 아이들이 입소하여 조성수씨의 이라크 전시의 상황 설명을 그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들었다. 학생들은 순간 문 열고 들어오는 먹구름을 보고 기겁하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는 신이 보낸 사진가였다. 이라크 전에 종군 기자로 가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중 어떤 사진은 월드 프레스 포토라는 상을 받았다. 아이들은 그의 경력에 감탄하여 질문시간에 말 한 마디 못하였다. - 서재현(16) 학생의 블로그 中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 뿐 아니라 조성수 기자의 무서운 인상에서도 겁을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성수 기자 사진 밑에 '땀으로 만들어진 하트표 이쁘다'라는 댓글이 달려 있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조성수 기자의 현장사진이었는데 티셔츠가 땀으로 젖은 부분이 마치 하트표랑 똑같이 생겼다고 적어놓은 것이었다. 이걸 보고 역시 아이들답게 천진난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연변과 연해주에서 온 '평화의 전령'

 

앞서 말했듯이, 이번 청소년 기자학교에는 '동북아평화연대' 프로그램으로 오마이스쿨에 오게 된 동포학생들이 있었다. 그 중에 다니엘 헤니 같은 큰 키와 외모를 자랑하던 연해주에서 온 강스타니슬라브(17) 학생이 쓴 블로그가 눈에 띈다.

 

26 июля я отчалил из росийского порта Зарубино

(러시아 자루비나라고 하는곳에서 출발했어요)

и на следующийдень прибыл в порт города Сокчо

(다음날 한국 속초에 도착했어요)

В течении 8 часов мы добирались в другой конец страны на автобусе иметро.

(8시간 동안 버스로 속초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것처럼 먼 시간을 이동했습니다)

Пока мы ехали я любовался природой и архитектурой Кореи...

(길가에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멋진 건물을 보았습니다)

 

 

강스타니슬라브(줄여서 스타드라고 불렀음) 학생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블로그와 디카수업에는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연변에서는 조선족 학생 다섯 명이 왔는데, 이 학생들을 이끌고 온 '동북아평화연대' 렴춘삼(24) 선생님을 인터뷰 해보았다.

 

- 어제 연길에서 공항이 있는 심양까지 기차로 15시간이나 이동했다고 들었다. 오마이스쿨은 편안하신가?

"시설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서 정말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폐교를 개조했다고 하는데 참 특이하면서도 예쁜 것 같다. 학생들도 만족해하고 있다."

 

- 동북아평화연대 소속으로 오셨는데, 그 단체에 대해서 설명 좀 부탁드린다.

"동북아평화연대는 1996년도에 한국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으로 시작해서 그간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동포 돕기, 중국 조선족 동포 사기피해 문제해결 등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동북아의 오랜 냉전과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구현하자는 모토 아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내가 있는 중국 사무국에서는 한국기업 KTF의 지원을 받아 10개 학교 25명의 조선족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한 명 당 한 달에 300원씩 지원되는데 이는 한 달 내내 아이들이 식비로 쓸 수 있는 돈이다."

 

- 오마이스쿨 청소년기자학교는 어떻게 오게 된 건가?

"한국, 중국, 연해주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며 우애를 다진다. 지난, 겨울이 연해주 방문이었고, 이번 여름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였다. 프로그램이 '기자학교', '역사캠프', '연극체험' 이렇게 세 개로 이루어졌는데, 한국에 와서 강화도에 있는 기자학교로 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연변에도 인터넷언론이 있나?

"생각나는 건 '동북아신문', '연변인터넷방송', '연배일보' 등이다. 근데 아직 다들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 

 

- 한국에 처음 오셨다고 들었는데, 직접 와서 만나본 한국사람들 이미지는 어떤가?

"아직까지 나쁜 이미지의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여기 오연호 대표님을 비롯한 <오마이뉴스> 식구들은 모두 친절하고 착한 사람들 같다. 그리고 한국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연변 학생들은 아직까지 자기 감정 표현에 서투르고 쑥스러워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밝고 적극적이어서 참 부럽다."

 

- 연변학생들도 자랑할 만한 게 있지 않나?

"(잠시 생각을 하다가) 3개의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거? 조선어(한국어)는 기본적으로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습득하게 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중국어를 교육받는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영어도 거의 할 줄 알게 된다. 여기 온 학생들도 대부분 3개 언어를 구사한다." 

 

- 그럼 조선족들이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조선족들이 국적은 중국이지만, 핏줄로는 한국·북한과 같은 민족이고 해서 중간에서 매개자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북한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데, 지금도 많은 조선족들이 탈북한 북한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평화를 인터뷰해요

 

학생들은 둘째 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인터뷰 강의를 듣고 직접 실습에 나섰다. 교사들이 일부러 다른 국적 학생들끼리 짝을 지어주었는데, 역시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듯 했다.

 

이명박 정부의 굴욕외교가 연일 언론 헤드라인을 달구고 있다. 그러나 민간 부문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패착과 상관없이 활발한 친화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오마이스쿨 청소년 기자학교였지만,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과 꿈을 향한 열정을 보면서 나 자신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앞으로의 희망까지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다시 상암으로 돌아가 남은 여름을 기자로서의 삶으로 뜨겁게 불태워 볼까 한다.

 

덧붙이는 글 | 윤서한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오마이스쿨, #청소년기자학교, #윤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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