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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섭 민변 변호사가 토론회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토론회의 모습 권두섭 민변 변호사가 토론회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윤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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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최로 ‘집회의 자유의 내용과 한계 관련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에서는 오동석 아주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권두섭 민변 변호사, 이관희 경찰대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에서는 요즘 촛불집회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집회원천차단과 같은 집시법 전반에 관한 많은 토론이 오고 갔다. 오동석 아주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집회 시위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국민의 표현방법인데 이것마저 제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 집시법의 개정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관희 경찰대 교수는 "우리나라만큼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곳이 없다"며 집시법 개정에 반대했다. 반면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야간촛불집회는 사실상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표현하는 의미를 지니므로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포함한 현행법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집시법을 바라보는 시선의 현격한 차이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오동석 교수 "사전신고제는 집회의 자유 침해"

오동석 교수는 집회개최 자유를 위해서 사전신고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과,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오로지 '폭력성'이 기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또한 "공간적인 집회금지 범위를 주요 도로 등으로 넓게 확정하는 것은 집회개최장소 접근권에 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사전신고제는 집회를 개최하기 하루 전까지 신고해야 불법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집회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측면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집시법은 입법목적에서부터 집회 및 시위를 위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헌법적 원칙은 사라지고 집시법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집회 및 시위 권리'는 '공공 안녕질서'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 아니라 헌법32조에 근거해 전시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의 발제에 대해 이관희 경찰대 교수가 반박하기 시작했다. "오 교수의 논문이 뜨거운 마음으로 쓰여진 것은 알겠다. 하지만 적절한 증거 자료가 하나도 없다"며 논문 자체를 비판했다. 또한 "광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전경도 수 백 명 다쳤다. 이럴 때는 시민의 폭력이 없어야 원천봉쇄에 대한 금지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권, 영업권도 중요하다"며 최근 "광화문·삼청동 일대의 주민들이 집회의 피해로 소송을 건 상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민변 소속 권두섭 변호사는 "법률이 ‘자유로운 집회 보장’을 위해서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금지통고를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는 법률 제12조의 예를 들어 “이 조항은 모든 시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10조의 '일출시간 전과 일몰시간 후에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의 전제조건을 예로 들었다. 이것은 '부득이하게 미리 신고하는 경우 질서 유지 위한 조건을 붙여 옥외 집회를 허용 하겠다‘는 전제조건인데, "미리 신고했을 때 허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며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고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법을 통보 제도로 바꾸게 하고, 통보하지 않을 시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으로 운영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대책을 제시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법의 목적은 시민의 권리 보장이어야 한다"며 "촛불집회에 나타난 ‘민주주의적 요소’를 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발적으로 열리는 집회의 정의를 법에 포함시켜야 하고 미신고 집회에 대한 집회금지가 아니라 신고제에 걸맞게 사후 과태료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는 "이를 가로막는 경찰을 포함한 행정력에 대한 제재장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리고 "요즘 촛불집회를 보면 미란다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전의경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민의 불법은 안 되고 경찰은 불법을 저질러도 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루탄 사용도 검토해야" vs "인권에 대한 인식이 있긴 한 건가"

각자의 발언을 마친 뒤 토론자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특히 이관희 교수와 명숙 활동가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관희 교수는 "경찰이 시민에게 두들겨 맞는 곳은 우리  나라 밖에 없다. 현재 전의경은 가장 인간적인 방식인 '몸으로 막기'로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강압적으로 진압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차벽에 대해서는 경찰이 시민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경찰과의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 촛불시위는 처음과 다르게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최루탄의 사용을 검토해야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가 최루탄 사용과 공안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가 최루탄 사용과 공안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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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명숙 활동가는 "이 교수님은 법치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고민이 전혀 없으신 것 같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있기는 한 거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 선진국의 절차를 밟아야지, 다른 나라가 진압이 더 심하기 때문에 우리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맞받아쳤다.

토론 말미에 이관희 경찰대 교수는 일본의 집회 허가제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서울청에 시범적으로 공안위원회를 만들어서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금지 여부를 심사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보다 더 강압적인 방안을 추가적으로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명숙 활동가가 반발하는 등 토론회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그는 "분위기가 너무 뜨거우니 내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시를 낭독하며 마치겠다"며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낭독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윤서한, 이보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집시법, #집회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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