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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 빛 능소화가 곱네.”

언제 저렇게 예쁘게 피어났을까? 찾는 이가 별로 없는 시골의 담벼락 사이에 활짝 피어나 있는 꽃이 손짓하고 있다. 어찌나 눈이 부신지, 마음을 모두 다 빼앗기고 만다. 꽃은 한 송이만이 덩그렇게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더기로 피어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꽃들의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다.

향
▲ 능소화 향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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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내려앉아 있는 공간에서 환하게 핀 꽃을 바라보면서 지난날의 영광을 떠올린다. 집에 사람들로 북적였을 때에는 많은 시선들이 꽃을 찬양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텅 빈 집에서는 이제 인기척을 찾을 수 없다. 나그네의 시선만이 꽃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외로움과 쓸쓸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이 꽃을 양반화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양반집의 담장에서 자라나 꽃을 피워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 그런 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물론 지금 세상에 양반이란 신분이 존재하지 않으니, 아무런 가치도 없다. 꽃을 그냥 꽃으로 보면 되는 일이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찌 그런가?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어떤 마음으로 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꽃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능소화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임금님의 성은을 입은 처녀가 사모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끝내 임금이 자기를 찾지 않아서 죽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담장 밑에 심어졌고 거기에서 고운 꽃이 피어났다는 것이다.

슬픈
▲ 전설 슬픈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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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사랑은 언제나 슬프다. 그 사연이 어떠하든 간에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고통이 큰 것이다. 그래서 이루어진 사랑보다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욱 더 서러워지는 것이다. 이루어진 사랑은 쉽게 잊히지만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전설이 되어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미화되기도 한다.

텅 빈 집의 담장에 환하게 피어나 있는 능소화에서는 진한 향이 배어나고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화고 바뀌어도 능소화의 향만큼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사랑은 아프고 고통이지만, 그것이 더욱 더 아름다워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던가? 사랑에 고통이 없다면 사랑할 가치가 반감될 수도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사랑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똑똑한 사람과 바보의 차이는 간단하다. 바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은 늘 다른 실수를 하는 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바보가 아닌가? 인간이 출현한 이래로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행복
▲ 사랑 행복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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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바라보면서 사랑을 생각해 본다. 사랑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바보가 되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의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여 사랑을 시작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진정한 바보가 아닐까? 사랑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것이다.

능소화의 전설을 통해 사랑의 위대함을 확인하게 된다. 사랑하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장미에 가시가 있다고 하여 장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꽃의 아름다움에 빠지면서 사랑의 위대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내일 당장 죽을지라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꽃이 우뚝하였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진안에서



태그:#능소화, #전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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