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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성숙한 민주주의 정착방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안형환 의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디지털 시대의 성숙한 민주주의 정착방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안형환 의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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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의 익명성은 무조건 '악'이기만 한가?" vs "실명제 의무화가 곧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인가?"

23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인터넷상의 소통 규제를 놓고 격론이 붙었다. 정부가 전날 내놓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이 도화선이 됐다.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명예훼손성 글에 대해 당사자가 요청하면 즉각 삭제해야 하는 '임시조치', 그리고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침 등이 쟁점이 됐다.

이날 토론회는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안형환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한국의 민주주의- 디지털 시대의 성숙한 민주주의 정착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안형환 의원이 사회를 보고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토론자로 이병선 <오마이뉴스> 부국장, 윤성이 경희대 교수,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 최정호 경찰대 교수, 변희재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이 참가했다.

"인터넷 익명성의 순기능 인정해야... 활발한 소통 밑거름"

이병선 <오마이뉴스> 부국장(정치·경제 데스크)
 이병선 <오마이뉴스> 부국장(정치·경제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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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참석한 이병선 <오마이뉴스> 부국장(정치·경제 데스크)은 정부 대책과 관련해,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에는 순기능도 있다"며 "닉네임을 사용해 가벼운 글쓰기가 가능해지고 의사표출이 자유로워지면서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지고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국장은 "익명에 가려진 폭력이나 명예훼손 등의 부작용은 없애야 하지만, 그렇다고 익명의 글쓰기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 "익명성이 담보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순기능을 부정하는 정책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국장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국장은 "이미 형법에서 모욕죄를 처벌하도록 돼있는데 '사이버 모욕죄'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인터넷 실명제 적용 사이트도 현재 37개에서 250여개로 늘어나는데 이 사이트를 모두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나 인력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도 "여러 연구 결과를 봐도 실명제가 결코 수준높은 토론이나 성숙한 디지털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실명제 확대 방침을 비판했다.

윤 교수는 또 "인터넷상에 떠도는 왜곡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법·제도로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정확하고 합리적인 정보로 대처해야 한다"며 인터넷상에서 정보가 자율적으로 유통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윤 교수는 "욕설·비방도 법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올바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온라인 토론 (환경)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대방 명예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해달라고 해선 안돼"

최정호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
 최정호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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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익명성을 규제하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얘기하는데 그 부분만 봐선 안 된다"며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 논설위원은 "실명제라고 해서 무조건 본인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본인 확인을 거친 후에 '아줌마1' '아줌마2' 등 (닉네임을) 써서 글을 쓰면 상관 없다"며 "실명제를 곧 엄청난 규제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논설위원은 '쇠고기 촛불집회'를 통해 나타난 디지털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나타난 것처럼 보는 시각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대의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한 현실을 직시해야지 무조건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은 일부 '냄비' 같은 정치학자들이나 정치인들의 말할 수 없는 가벼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최정호 경찰대 교수는 '사이버 모욕죄'와 관련해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형법에서 규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현실 사회에서는 처벌되지 않을 발언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법적인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직 경찰관이기도 한 최 교수는 다만 "인터넷에서의 모욕은 급속도로 전파가 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인터넷상의 익명성은 비대면성과 전파성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상 소통 방식 개선, 사회적 합의가 중요"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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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를 맡은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 80%가 인터넷실명제에 찬성한다는 한국법제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언급하며 "실명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과도하게 확대했을 때 침해되는 표현의 자유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사회적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인터넷상의 정보 신속성과 쌍방향성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 책임제를 강화시키는 방안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회를 주최한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한국이 가진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물꼬를 잘 터준다면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인터넷정보보호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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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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