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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경주 안압지 나들이
 부모님과 함께 한 경주 안압지 나들이
ⓒ 손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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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어릴 땐 부모님과 함께 했던 여행이 많았습니다. 가족끼리의 여행이라든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친척들끼리의 여행 등 말입니다. 그 때는 동생과 저를 떼어놓고 홀가분하게 다니시려고, 우리가 잘 때까지 기다렸다가 부모님이 몰래 나가신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 또한 지지않고, 자는 척 하며 실눈 뜨고 있다가 부모님을 미행(?)한 기억도 있습니다.

"엄마!! 나 계속 따라왔다! 몰랐지? 헤헤- "
"아이구! 위험한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시면, 어쩔 도리없이 미행을 포기하고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정작 밤에 도착한 친척집에선 자기 바빴지만, 매번 놀라시는 부모님과 첩보작전을 펼치는 게 즐거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업힐 수 있는 따뜻하고 넓은 아빠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행복입니다.

언젠가부터 가족보다 친구들과의 여행이 더 좋았습니다. 가족들과의 오붓한 연휴를 보내기 보단, 하룻밤 친구집에서 자도록 허락해 달라고 조르기 바빴습니다. 걱정으로 허락해 주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목소리는 '친구들과의 하룻밤 올나이트(all night)'를 외치는 제 목소리에 묻히곤 했습니다.

은어낚시를 위해 미끼를 낚시바늘에 끼우고 있는 동생은, 미끼의 작은 크기를 탓하며 늘 힘들어한다.
 은어낚시를 위해 미끼를 낚시바늘에 끼우고 있는 동생은, 미끼의 작은 크기를 탓하며 늘 힘들어한다.
ⓒ 손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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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틈이 나면 부모님과 외출을 자주합니다. 함께 나가자고 권유하는 쪽은 이젠 부모님입니다. 매 주말마다 낚시를 하러 나가시는 부모님을 따라 가 보기도 하고, 설거지를 귀찮아하시는 엄마를 위한 외출도 예전보다 잦습니다. 혹 거절할까 조심스럽게 의사를 묻는 부모님을 흔쾌히 따라나서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릅니다. '효도가 뭐 따로 있어, 이런 게 효도지' 하며 자화자찬 하는 저같은 자식들은, 부모님 사랑을 쫓기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근데 엄만 생각해보면, 예전엔 우리랑 같이 나가는 것 싫어했잖아? "
"그때야 손이 많이 가는 나이였으니까 그렇지. 지금은 너희들이 따라가야 재미도 있고, 힘들어도 더 돌아보고 오잖아. "

'결혼을 해서 딸을 낳는다면 아무데도 못 돌아다니게 해야지'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하는 걸 깨달으며, 청개구리처럼 말썽만 피우던 저를 길러낸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지 짐작합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은, 세상의 모든 부모님에게 참 잔인한 말입니다. 어쩌면 내리사랑을 받는 자식들의 자기 합리화적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고혜정씨의 <친정엄마>라는 책을 봤습니다. 읽진 못하고 친구 집에서 첫 장의 시만 훑었으니, '봤다'고 하는 말 조차 부끄럽습니다. 시를 옮기며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 엄마, 아빠- 결혼하기 전까지 좋은 곳 구경 많이 가요. 효도 못해서 너무 죄송하지만, 앞으로 예쁜 딸 될게요.'

- 친정엄마  (고혜정)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 자주 보여드리지 못해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고 남편이랑 자서 미안해
엄마의 허리 디스크를 보고만 있어서 미안해
괜찮다는 엄마 말 100퍼센트 믿어서 미안해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잘나서 행복한 줄 알아서 미안해
늘 미안한 것 투성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미안한건
엄마, 엄마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태그:#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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