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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17일까지 울산에서는 '신화 속의 울산고래, 부활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제15회 울산 고래축제'가 태화강과 장생포 행사장 2곳으로 나눠 열렸다. 하지만 고래의 역사와 생태에 대해 학습할 행사를 마련하는 한편, 고래고기 전문가를 초청하고 고래요리 장터를 세우는 등의 모순된 프로그램을 구성해 환경운동가들의 빈축을 샀다.

 

국내 유일의 고래체험 '장생포 고래박물관'

 

울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래박물관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사시대의 포경 모습이 새겨진 반구대암각화 또한 유명하다. 때문에 올해로 15회를 맞이하는 울산 고래축제는 집약된 고래연구의 성과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장생포에 위치한 고래박물관에서는 범고래, 귀신고래 등 십여 종의 고래 골격을 볼 수 있고, 포경의 역사와 고래의 생태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또 귀신고래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고래퍼즐 등을 배치한 생태학습실을 방문할 수 있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고래생명축제'인가, '고래고기축제'인가

 

하지만 고래요리를 파는 부스를 곳곳에 배치하고 고래요리 전문가를 초빙해 시식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은, 고래생태관광을 추진하는 노력과 반대되었다. 울산환경운동연합회는 "한쪽은 꿈과 희망 그리고 경이로운 장관의 주제인데, 한쪽은 식문화 운운의 먹을거리 재료에 불과하다. 얼마나 모순된 상황인가?"라며 성명서를 냈다.

 

 

현재 한국은 1985년 12월에 고시된 포경 금지 규정과 유엔의 신사협정을 수용해, 현존하는 83종의 모든 고래를 포획 금지하고 있다. 울산의 장생포에 위치한 많은 수의 고래고기 음식점은 그물에 걸려 죽은 것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불법적 포경이 이루어지고 있고,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가 일부 음식점에 유통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법 포획을 근절시키는 것과 함께 고래문화 관광특구를 겨냥해, 지난달 28일 울산 남구청은 '6월에 열릴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솎아내기 식 포경'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남구청이 밝힌 '솎아내기 식 포경', '제한적 포경'의 목적은 고래떼의 급증에 따른 어장 황폐화와 생태계 교란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울산환경운동연합회는 고래생태계가 회복되었다는 근거는 아무 데도 없고, 일부 어민들의 주관적인 진술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생태계가 아무리 피식과 포식의 관계이긴 하지만, 멸종위기의 동물을 잡아 죽여서 식문화를 계승하자는 것은 울산시민을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해서 질병에 시달리는 전근대적인 백성쯤으로 여기는 천박한 발상일 따름이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제한적 포경'이 아닌 '해양 생태계 복원'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다채롭고 유익한 4일간의 행사였는데도 환경운동가들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오로지 고래관광사업 추진만을 위한 식견에서 비롯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미래. 울산이 한국을 대표하는 고래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결과물에 현혹되지 말고, 미래의 자손들과 함께 공유할 지속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태그:#울산고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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