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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할 우리의 땅이다.
▲ 독도. 우리가 지켜야할 우리의 땅이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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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기어온다. 조금씩 조금씩 스며든다. 작은 틈만 있어도 가차없이 파고드는 기민함도 있다. 누굴까. 염치없는 것 보니 영락없이 일본이란 나라다. 일본이라는 나라, 생각해 보면 참 고약한 나라다.

또 독도 들고 나온 일본 정부

난데없는 폭염으로 진이 빠져 있는 요즘 일본은 또 독도를 들고 나왔다. 광복절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또 염장질이다.

독도의 역사적 사실은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가사를 보면 다 나오니 언급하는 것도 새삼스럽다. 그 노래는 1980년 초에 나왔다. 전두환 군부정권에 의해 반일 감정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그 노래는 한때 국민가요 반열에 올랐다. 독도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 14일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했다. 진실이야 곧 가려지겠지만 지난 8일 도야코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그 사실을 전했다고 하니 당당하다.

"우리나라와 한국과의 사이에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 해설서 수록 내용

독도에 대한 주장이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슬그머니 주장하는 일본이다. 일본은 이날 독도뿐 아니라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북방 영토 4개 섬도 자국 영토임을 확실히 했다.

독도 중 동도.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섬이다.
▲ 동도. 독도 중 동도.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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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대한민국의 동쪽 땅끝임을 명기해 놓았다.
▲ 대한민국 동쪽 땅끝. 독도가 대한민국의 동쪽 땅끝임을 명기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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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2월 23일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는 명백한 일본 땅" 이라는 망언을 시작으로 그해 3월 자민당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상이 국회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로 학습지도요령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3년만의 일이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나라 일본, 우리는?

3년 동안 준비한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것을 말로만 떠드는 수준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을사늑약을 체결하기 전에도 일본은 그러한 작전으로 열강들을 밀어내고 대한제국을 점령,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36년 동안의 식민통치. 대륙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그 시기 대한제국은 일본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 당했다. 제 힘으로 해방을 맞지 못한 탓인가. 나라는 두 동강이 났고, 해방된 지 63년이나 흘렀건만 굴욕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동안 독도와 관련해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끊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허구의 역사를 역사적 진실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아니 그것이 진실이라며 역사적 방점을 찍었다.

일본이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 불행히도 한 게 없다. 가끔씩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는 문건이나 지도를 공개했을 뿐 한 일이 없다.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이 확실해도 정부는 지금껏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는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일본이 망언(실은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을 할 때만 "그게 무슨 소리냐"며 화들짝 놀라곤 했을 뿐이다.

그동안 어느 정권은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부러 독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또 어느 정권은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으니 모른 척 넘어가기도 했다. 그야말로 일본에 등 기대고 먹고 살아야 하니 억지로 참았다는 정권도 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독도가 자국의 영토임을 대내외에 차근차근 알렸다. 국제법상으로 따져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준비한 결과물인 것이다.

독도엔 괭이 갈매기가 많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았다 하여 괭이갈매기다.
▲ 동도와 갈매기. 독도엔 괭이 갈매기가 많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았다 하여 괭이갈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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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한때 본적 옮기기 운동이 펼쳐져 독도가 본적인 인구가 2천 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경찰이 상주하면서 독도를 지키고 있지만 일본은 '대신 지켜주어 고맙'단다. 이런 후안무치가 또 어디 있을까.

일장기 태우며 규탄하지만 국내용으로 끝나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된 독도는 자연유산의 보고로 알려져있다. 파도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접안조차 힘든 섬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이루어졌으며 대한민국 영토의 동쪽 끝이다.

지난 2005년 잇따른 망언으로 대한민국은 일본을 규탄하느라 한 해를 다 보냈다. 그러나 규탄만 했지 일본이 들고 나올 카드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았다. 당해도 싸다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오는 이유다.

2005년 많은 국민들이 독도를 찾았다. 독도 열풍이 불던 시절, 많은 국민들이 울렁거리는 배를 타고 독도로 갔다. 파도가 높아 부두에 접안도 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으나 국민들은 독도를 보며 감탄했고, 금단의 땅인 독도를 먼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너나 없이 독도를 찾아가던 시기, 기자도 100여 명이 넘는 문화예술인들과 독도에 갔다. 이름하여 '대한민국 독도 문화예술축전'. 독도가 우리 땅임을 문학적으로 승화하겠다는 게 목적이었으나 일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독도는 동도만 출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수비대가 있다.
▲ 독도수비대. 독도는 동도만 출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수비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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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 동도. 독도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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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4일 오후 4시. 문화예술인을 가득 태운 배는 용케도 부두에 접안을 했고, 예술인들은 태극기를 펼쳐들고 독도에 발을 디뎠다. 시인들은 각자 비감한 얼굴로 "독도여, 독도여!"하며 노래했다. 차마 독도를 볼 수 없어 물결에 일렁이는 배에서 몰래 독도를 지켜 보았던 이흔복 시인도 있었고, 동도와 서도를 가로지르는 물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시인도 있었다.

다시 돌아온다던 일본, 이미 턱 밑까지 왔다

고은 시인은 독도를 "내 조상의 담낭"이라고 했고, 북녘 시인 장혜명은 "독도는 신성한 우리 땅이다!"라고 일갈했다. 또 신경림 시인은 독도를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꿈"이라고 했고, 백무산 시인은 "독도 더러 오라 말고 독도 더라 와서 국토가 되라 말고 순결한 마음으로 우리가 가자"고 노래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언젠가 일본은 올 거라고
반드시 조선땅을 짓밟을 거라고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던 날
우리는 일장기를 불태우면서 광분했지만
아니지. 일본은 이미 우리들 가슴속에 들어와 있었지
내 아이들이 꾹꾹 눌러 쓰는 미쓰비시 연필에
내 아내가 김치를 썰 때 사용하는 주방용 식칼에
가끔 내 턱수염을 밀어내는 나쇼날 자동면도기에
벗들과 어울리는 로바다야끼 술집에
일본은 이미 상륙했지

글쎄, 돌 맞을 얘기일지 모르지만
내 마음속의 일본을 지우지 않는 한
독도는 없고
다케시마만 남을지 몰라
아니지. 독도만 남고
제주도는 사이슈또가 되고
한국은 강꼬꾸가 되어 있을지 몰라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육십년 전, 일본은 물러나면서
기다려라. 우린 반드시 돌아온다, 라고 말했다 했었지
- 김수열 시 '어머니 말씀' 전문

제주도에 사는 김수열 시인은 그날 어머니의 말씀을 빌어 이런 날이 오리라 예견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오늘 날의 일을 예견하지 못했다. 일본은 3년 전 독도를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하겠다고 예고편을 날렸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부. 본때 좋게 출발했지만 곳곳에 암초만 나타나는 형국이다. 금강산에서는 북한군의 총격으로 국민이 죽음을 맞았고,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교과서에까지 실었다.

굳이 국민들이 하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를 시험에 들게 들게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명박 정부도 여느 정권처럼 강경 대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뿐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정치인들도 앞 다투어 독도를 향했지만 독도가 몸을 쉽게 열어 줄까 싶다.

몇 년 전처럼 일장기 태우며 목소리 높여 보았자 일본이라는 나라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 이 현실을 어찌 풀어야 할지 난감하다. 1945년. 기다려라, 우린 반드시 돌아온다고 떠난 그들이 턱 밑까지 다가오고 있는데, 친일파 후손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거리엔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를 연발하는 한국인들이 오늘도 공공연히 "일제가 최고"라며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2006년 문화예술인들 독도를 찾았다.
▲ 독도만세! 2006년 문화예술인들 독도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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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독도망언, #독도,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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