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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명박 정권 하에서의 새로운 기독교 운동'을 논하는 세기연(세계와 기독교 변혁 연구소) MT 모임에서 어느 한 목사님께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 바 있다. 이명박 정권과 미국이라는 제국의 모습도 끔찍하지만 사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기독교'라는 이름의 제국이 훨씬 더 무섭고 본질적인 끔찍함을 지녔다고 얘기한 바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나는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천 년 동안 역사상 기독교가 로마제국 하에서 공인되면서 서구 문명의 주류 세력들이 되어 왔었고, 이들이 자행하며 저질러 왔던 범죄들은 너무나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팍스크리스티아'의 실체를 온전히 파악하는 기독교인들은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번 쇠고기 파동의 촛불집회도 살펴 보면 희한하게도 주류 보수 기독교의 경우들은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성격이 강했었다. 언론에서도 촛불집회에 반대했던 목사들로 보도되었던 오정현, 조용기, 김홍도, 추부길, 서경석 등 이런 자들의 주장은 우리 사회의 보수 이데올로기를 잘 대변할 뿐만 아니라 수구적인 우익의 주장들과도 대체로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미 정권을 잡은 이명박 대통령부터가 한 때 대한민구의 서울시를 봉헌하겠다고 했던 장로가 아니었던가. 주류 보수 기독교 집단을 대표하는 한기총도 역시 촛불집회를 그만두길 바라고 있다. 흥미롭게도 한국 개신교는 대부분이 보수 근본주의 집단이면서도 동시에 반공이데올로기와도 매우 친화성을 띠고 있는데,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자들의 주장들에도 보면 꼭 무슨 좌파빨갱이 어쩌구 하는 레퍼토리가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이 최근 또하나 관심하고 있는 것이 이번 SBS 교양프로로 방송된 <신의 길 인간의 길>에 대한 방송프로그램이다. 이번 SBS 교양프로는 다양한 관점들의 차원에서 볼 때 사실 그다지 문제될 지점이 아님에도 보수 기독교 진영을 곧잘 대변하고 있는 한기총과 한국교회언론회에서는 이번 SBS방송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전체 4부작에서 2부까지만 방송했는데도 실제로 많은 한국 개신교인들은 SBS의 그 프로그램에 대해 비난들을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촛불집회 반대와 SBS 교양프로 반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 개신교인들이 저지르는 촛불집회 반대와 SBS 교양프로 반대 사이에 도대체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엔 양자는 거의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이라도 깊이 보수 기독교인들의 뇌리를 들여다 볼 경우 그 관련성은 금방 짐작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보수 기독교인들의 인식 속에는 그 어떤 것을 수호하면서 가능하면 뭔가 바뀌기를 두려워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즉, 보수 기독교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난 이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그 기독교 교리가 절대 바뀌기를 원치 않고서 수호해왔던 것처럼 그러한 신념들이 우리 사회로 드러날 때에도 우리 사회와 그 보수적 이념들 역시 변화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교리적 신앙을 수호하는 데서 기인하는 혁신적 변화와 다양성에 대한 두려움들이 면면이 녹아 있다.

 

(*사실 이것은 좀 더 깊이 분석해 들어가면 세상을 보는 형이상학적 관점, 예컨대 절대적이고 위계적이며 관념적인 이원론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데, 애초부터 기독교 교리라는 체계가 당시의 관념적인 헬라철학의 영향을 받아서 축조된 거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바다. 이미 철학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듯이 역사적으로도 관념론 진영은 당대의 지배이데올로기와 매우 친화적 행태로 나타났었잖은가.)

 

교리를 수호하려는 신념에는 이미 자기 오류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완결의 가능성을 이미 전제하고 있다. 즉, 이미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는 완전무결하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변화란 곧 변질에 해당하기에 변화를 결코 수용하기가 힘이 들 뿐더러, 자기 종교의 완전무결성을 이미 전제로 하고 있기에 이를 위협하는 것에는 극렬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교리적 신념이 사회적 행태로 드러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이념과도 매우 친화성을 띠는 쪽으로 드러난다. 한국 개신교의 경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정치 참여를 반대하였다. 그럼으로써 잘못된 독재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하기보단 오히려 은연 중에라도 친화적으로 잘 따랐으며, 보수 교계의 지도자들은 한편으로는 조찬기도회 등을 통해서 오히려 군사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후에 다양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로선 오히려 노골적으로 정치 세력화를 지향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물론 게 중에는 부분적으로 혹은 말로는 개혁을 외칠지는 모르나 실상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는 세대에 속한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보수 기독교인들이 지닌 신앙적 사유 체계에는 사실 다양한 변화들과 새로움으로의 혁신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사고 구조가 깊게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종종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변화를 갈망하는 세대들과는 뿌리 깊은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수의 삶과 오늘날의 기독교는 왜 그리도 다른 것인가?

 

만일 신앙이란 것이 다양성과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종교 신앙이라면 그것은 이미 그 자체로 죽은 것이며, 창조적인 미래에 대한 반역일 따름이다. 흥미롭게도 예수는 당대의 유대교 신앙을 비판했던 혁신적 사상가였고 구약성서를 창조적으로 해석하였으며, 그 사회의 소외자들과 늘 함께 했던 민중운동가였다는 점에서 이것은 오늘날의 주류 보수 기독교의 신앙과 그 행태가 너무나도 다르다고 본다.

 

바로 이점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한국 기독교가 과연 예수의 기독교인가를 분명하게 되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교회는 예수의 역사적 삶을 믿고 따르기보다는 '예수에 관한 교리'를 믿을 따름이다. 이렇게 예수의 신성이 강조되고 신격화되다 보니 한국교인들에게 예수를 믿는 것은 가능한데 예수의 삶을 닮고 따르는 것은 불가능해져버리게 되었다.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예수의 인성이란 그저 예수가 비역사적 존재로 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최소한의 안전판 같은 딱지로만 붙어 있을 따름이지, 이들이 믿는 예수는 오히려 세상을 통치할 왕 같은 천상의 예수상이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낡은 기독교에서 이제는 예수의 삶과 정신에 기반한 기독교로

 

나는 소위 말하는 진보 기독교 진영이 행하는 싸움이라는 것도 늘상 사회적 정책들 차원의 투쟁들만 있지 '기독교'라는 제국과 본질적으로 싸우거나 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본다. 단적으로 대운하 반대나 촛불집회 참석에는 극렬하게 나오지만 이번 SBS 방송 프로에 대해선 한기총에 맞서 진보 기독교 진영에선 SBS 방송 지지 성명 하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존의 진보 기독교인들이 지닌 인식의 한계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행여 이 지점에서 안티들이 또 끼어들까봐 그러는데 나는 안티기독교 입장은 아니며,

내가 보는 안티기독교의 한계에 대해선 http://freeview.org/bbs/tb.php/b001/63 참조)

 

나는 제대로 된 진보 기독교라고 한다면, 촛불 집회를 통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싸움뿐만 아니라 이번 SBS 교양프로인 신의 길 인간의 길 방송에 대한 싸움에 있어서도 분명하게 지지해주는 데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적어도 예수의 삶과 정신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자들을 기독교인이라고 봐선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① 성서문자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가르치는 기독교

②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전투적이고 배타적인 기독교

③ 여성안수를 반대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기독교

④ 이웃의 생명들이 죽어가는 데도 방관하거나 동조하는 기독교

⑤ 전통문화를 경시하고 서구문화를 동경하는 기독교

⑥ 반민주 반평화를 말하는 기독교

⑦ 국가보안법 및 노동악법 같은 불의한 제도에 찬성하는 기독교

⑧ 민중을 억압하는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기독교

⑨ 잘못된 신비와 영성 및 기적체험을 강조하는 기독교

⑩ 교회를 세습하고 교인수, 교권에만 탐닉하는 기독교

(출처 :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 http://freeview.org )

 

물론 이외에도 더 있을 수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말하면 위와 같다. 현재의 한국 기독교 현실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이들은 기독운동의 '선교대상'으로 삼아야지 무슨 에큐메니칼의 대상으로 삼아선 곤란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해두는 바이다. 한국교회 자체가 구원받아야 할 대상이며, 선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을 더 이상 자꾸만 외면해선 안되는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주류 보수 개신교 집단을 대변하는 한기총과 다르게 이번 SBS교양프로인 <신의 길 인간의 길>을 적극 지지하며, 동시에 앞으로는 '예수의 기독교'라는 탈을 쓰고 있는 '제국의 기독교'에 대해서도 분명한 투쟁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같은 제국의 기독교와의 본질적인 싸움을 간과하는 한, 저들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사회의 변화와 혁신의 흐름들에도 반대할 것이며, 이번 촛불시위 반대 집회에서도 곧잘 목격되었듯이 그 속에서 온갖 찬송가와 기도들을 불러 제낄 것이다. 그런 제국의 기독교 현장이야말로 실상은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가 욕먹으며 말살되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http://freeview.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기독교, #SBS, #예수, #한기총, #세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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