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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권력 기관이 국민들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조중동과 보수 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은 전방위적이고 군사작전을 전개하듯 일사불란하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도 없이 진행되는 특급 작전인 것이다.

 

정권의 명운을 건 특급작전 선발대는 '보수단체'와 '조중동'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의 행동이 이토록 요란해졌을까. 그 사이 어떤 상황이 있었기에 이들이 이토록 당당하게 국민을 협박할 수 있을까.

 

이들이 행동 통일을 이루기 시작한 시점은 이명박 정부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을 다녀온 이후부터다. 이에 대한 준비는 추가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수십만 개의 촛불이 훨훨 타오르고 있는 중에도 대반격의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수십만 개의 촛불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사실인 듯하다. 그는 아마도 촛불 든 시민들이 '아침이슬' 노래를 목청껏 부를 때 '저 많은 촛불을 무슨 방법으로 끌까' 이런 생각에 골몰했던 듯싶다.

 

그게 6월 10일이었으니, 그 즈음 청와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밀어붙이기 대책회의'를 열었던 모양이다. 국민의 소리를 차단한 '명박산성'으로 한 고비 넘겼다는 판단인 것이다. 국민은 권력이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거꾸로 비폭력 무저항으로는 절대 권력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마침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수도 예전만큼 못했다. 기회였다. 기회를 가장 먼저 잡은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신문들. 이명박 대통령에게 '촛불 민심을 읽으라'고 충고까지 했던 신문들이 갑작스럽게 논조를 바꾸어 '이젠 촛불을 끄라'고 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 신문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홍위병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야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수 신문들이 방울 달기를 주저하지 앉자 여기저기서도 방울을 달기 위해 나섰다. 추가협상을 끝낸 후에는 방울을 내던지고 아예 고양이 잡기에 나섰다. 이번엔 검찰과 경찰이 앞장섰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라는 속설을 확인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고양이 잡기의 신호탄은 이명박 대통령이 추가협상에 대한 기자회견이었다.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 게 아니고 마이크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는 날, 국민에 대한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반격의 선발대는 역시 권력 기관이었다. 검찰은 <PD수첩>에서 지난 4월 29일 방영한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프로그램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켰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한 술 더 떠 검찰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이 벌이고 있는 조중동 구독 거부 운동과 조중동에 광고를 낸 기업의 상품불매운동을 범죄 행위라며 수사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 특급작전 선발대 '지원업체'로 전락

 

이에 발맞춰 뛰는 경찰은 촛불 집회에 배후 세력이 있다며 불법 시위에 대한 엄벌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지난 5월의 엄벌 의지와는 다른 기회주의적 엄벌의지인 터라 지켜보는 것도 혼란스럽다.

 

지난 21일에 있었던 촛불집회 현장에서 있었던, 이른바 '경찰 확성기녀'라고 불리우는 여경의 선무방송은 협박 수준을 넘어 촛불 든 국민을 희롱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경찰은 심지어 벌건 대낮에 촛불 든 사람들을 향해 각목으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반촛불단체들의 행위엔 침묵하는 용단(?)도 보여 주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세월 '국민의 검찰' 혹은 '국민의 경찰'이 되겠다며 몇 번이고 맹세와 다짐을 했던 권력 기관이었다.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외쳤던 두 기관이 우스꽝스럽게도 앞 다투어 정치 권력의 그늘로 기어들어간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하고 난 후 한결 당당해졌다. 여론의 눈치만 보던 조중동과 검찰, 경찰이 앞장서서 나서주니 기분이 좋기는 했나보다. 오늘(24일)은 불법 시위를 엄단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그렇게 말하는 이 대통령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의 원인을 제공한 이가 이명박 대통령이고 보면 생뚱 맞은 측면이 있다. 옛말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청와대의 정보 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정보 라인이 엉망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를 이 대통령에게 제공했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눈빛이 번뜩이는지 국민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수를 잘못 읽었다. 정보라인에서 올라 온 정보를 기초로 했다면 그 정보는 이미 낡은 정보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두 번 다시 어리석지 않을 것이고 그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부가 잘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촛불의 수가 몇 개 줄어 들었다고 국민을 협박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더 큰 저항을 불러 올 것입니다'라는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전통 보수들이야 잔뜩 움츠렸다가 작은 틈만 보이면 삐집고 나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본능인 것이다.

 

 

고시 강행 하는 이명박 정부, 국민과 소통한다는 말은 이번에도 '실수?'

 

국민들은 지금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있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 보다는 국민의 몰이해를 걱정한다. 적반하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추가협상 이후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엔 홍보가 덜 되어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보 독점의 시대도 아닌데, 괴담이 나라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진실을 다 알고 있는데, 진실을 감추기 위해 홍보에 온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위민보다는 우민에만 열을 올리는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국민의 의식 수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품질마크에 불과한 것은 들고 온 김종훈 본부장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QSA'를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 듯 싶다.

 

좋은 상품은 설명을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 김종훈 본부장이 백날 품질이 어쩌고 자율이 어쩌고 해도, 변하지 않는 진실은 광우병 위험 물질인 내장과 등뼈 등이 수입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은 말이 대국민 홍보이지 대국민 협박과 다르지 않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한데 병든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는 배짱이다. 돌이켜 보면 그 배짱은 여전하다. 잘못 꿴 단추를 스스로 풀 자신이 없으니 그런 배짱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정부는 장관 고시를 미루려던 계획까지 없던 일로 하고 고시 강행을 선언했다. 여론이고 뭐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마이크에 대고 '죄송합니다'라고 고개 숙인지 며칠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21세기 국민과 19세기 권력과의 승부

 

닭서리를 위해 물 끓이는 김에 젖은 옷까지 말리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계산이 많으면 곧 들통난다는 것쯤은 상식. 추가협상에 대한 협상문도 공개하지 않고서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협상문 전문에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서두를 일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문제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모든 것을 덮고 싶겠지만 국민들은 이제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촛불 정국의 반전을 노리는 이명박 정부의 '특급작전'은 이미 상당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의 명운이 걸렸으니 그 반격의 강도도 높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촛불은 물론 광우병 파동도 종결된다. 그러나 작전이 실패하면 이명박 정부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국민이 승리할 것인가. 19세기 정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승리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는 요즘이다.


태그:#반격, #모사꾼,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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