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지난 2004년 3월1일부터 걸어서 전국을 순례하고 있는 '생평평화탁발순례단'(단장 도법 스님)이 경기북부지역 순례에 나섰다.

순례단은 2004년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해서 바다 건너 제주도를 시작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걷고, 북쪽으로 올라와 충청도와 강원도를 걸었다. 지난 4년의 세월동안 순레단은 서울·경기를 제외한 남한 땅 2만8천리를 오직 두 발로 걸으며 얻어 먹고 얻어 자는 탁발 여행을 해왔다.

순례단이 지금까지 4년간 전국을 도보로 순례하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7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만난 사람들은 제자이기도 하고 스승이기도 했다. 남도의 들녘에서 만난 절망에 찬 농민들, 한치 앞도 못 보는 경제논리로 생명의 터전을 마구 헤집는 개발론자들, 그중에서 주요한 만남은 과거 6·25전쟁 당시 좌우갈등 속에 희생된 영령과 해소되지 않은 통한을 안고 살아가는 현재의 사람들이다.

순례단은 길을 걷다 마주친 화두를 두고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다양한 갈래로 흐르지만, 결국엔 순례의 주제인 생명, 그리고 평화의 줄기로 모인다.

순례단은 아직 길 위에 있으며 그들은 이제 한반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개발논리로 생태계가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있는 분단 지역인 경기북부지역에 와 있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양평, 남양주를 시작으로 구리, 가평을 지나 15일 포천에 머물렀다. 그들이 머문 포천시 군내면 직두리는 골프장 건설로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1년여 넘게 투쟁하고 있는 곳이다.

기자는 15일 순례단을 만나기 위해 동두천에서 1시간여 동안 차를 몰고 이들이 머물고 있는 포천시 군내면 직두리 실상사로 향했다. 기자가 살상사에 도착해 순례단을 수소문 했지만 이들은 벌써 일정에 맞처 오후 2시에 탁발순례를 떠났다. 순례단은 살상사를 떠나 골프장이 들어서는 수원산 정상을 거쳐 다시 살상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순례에 나섰다.

수원산은 포천시 군내면과 화현면 경계에 있다. 왕숙천이 처음 흘러내리는 산으로 높이가 720m에 이르며 글자 그대로 왕숙천의 발원지가 되므로 산 이름도 '수원산(水源山)'이다. 이런 아름다운 산에 70만평 규모에 27홀 정도의 골프장이 허가가 나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순례단의 일정에 맞추지 못한 탓에 거꾸로 순례단이 수원산 정상을 거쳐 실상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향해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자가 산 초입에 도착하자마자 '생명평화결사'라는 가운을 두른 일행들이 산을 내려오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을 포함해 15명 정도였다.

이들은 순례를 마친 후 실상상에 내려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절에서 마을주민들과 신도들이 마련한 수박을 먹은 후 곧바로 서로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절 100배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생명평화의 실천 사항과 그것을 다짐하는 말에 맞춰 1배를 올렸다.

포천시의 생명평화탁발순례에는 지역에서 직두3리 한창동 리장님과 실상사 주지인 혜련 스님, 나눔의 집 오상운 신부님이 함께 했다.

한편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은 17일부터 연천 태풍전망대를 시작으로 19일에는 동두천 미2사단과 신천, 21일에는 양주 고 강수현양 살해현장, 고읍동 신도시 개발현장 등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