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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쇠고기 파문에 따른 민심이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주변 핵심인사들 사이에선 책임론 공방과 함께 권력투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청와대 특정인사들을 거론하면서 정면으로 비판하자, 해당 인사가 "인격살인"이라며 격하게 반박하는 등 이전투구의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7일 정 의원이 'B 비서관'으로 언급하며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데 명수"라고 꼬집었던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8일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발매된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정 의원의 주장을 두고 "인격살인"이자, "비열한 짓"이라고 맹비난 했다.

 

박 비서관에 이어 A수석, C비서관, D국회의원, 그리고 A·B씨가 "합작해" 대통령에게 천거했다고 언급된 "어느 고위공직자" 쪽 반응도 주목된다. 이 '고위 공직자'들로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김백준 총무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이 거론된다.

 

정두언 "A수석은 민비, B비서관은 음해·모략의 명수"... 공개비판

 

정두언 의원은 지난 7일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국정혼란을 겪게 된 진원지로 A수석, B비서관, C비서관, D국회의원을 꼽았다.

 

"한나라당이 막 고지(대통령 선거)를 점령한 뒤 몇 명이 자기 혼자 전리품(인사)을 독식하려고 전쟁에 참가했던 동료들을 발로 막 차서 고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한 것"이라며 "청와대의 세 명, 국회의원 한 명"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A수석을 "민비(명성황후)"에 비유했다. "흥선대원군이 세도정치 없애겠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앉혀놓은 인물인데 나중에 대원군을 쫓아내고 또다른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또 B비서관을 두고는 "A수석보다 더 문제있는 사람이 B씨"라며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안희정`이광재(李光宰)씨를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그는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데 명수이다,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그런 분야에서는 정말 '엑설런트'하다"며 "B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C비서관이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B비서관을 대통령에게 천거한 것을 두고는 "바보짓 한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D국회의원과 관련해서는 "(A·B·C씨와) 관계 있다"며 "그런데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내 아들도 내 마음대로 못 하네'라는 답만 돌아온다, 그 분은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 전에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도 상황을 설명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펄쩍 뛰시더라"며 "대통령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자신이 언급한 인물들을 향해 "역대에도 그런 간신들은 다 기회가 되면 정리됐다"고 사실상 '경고'하기도 했다.

 

박영준 "정 의원 주장은 인격살인이자 비열한 짓... 사실과 다르다"

 

정 의원의 인터뷰가 보도되자마자 파문이 일었다.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박 비서관은 정 의원이 'B비서관'으로 언급한 인물이 자신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박 비서관은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강부자' '고소영' 내각을 내 책임으로 돌리면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거론한 대목은 인격살인에 해당한다, 비열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어느 고위 공직자가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 이러더라, 이런 사람을 A·B(박 비서관을 지칭함)씨가 합작해 고위직에 임명했다"고 언급한 인물이 박미석 수석이란 뜻이다.

 

정 의원이 장·차관 인사를 박 비서관이 주도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 장·차관의 중요성은 대통령께서 누구보다 잘 안다, 대통령이 주의깊게 인선했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박 수석은 정 의원이 자신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한 대목도 "정 의원이 나를 대통령에게 천거했다고 주장하는데, 정 의원을 천거한 사람은 나"라고 반박했다.

 

박 비서관은 MB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를 이끈 '개국공신' 중 한명이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이기도 한 그는 정부 초기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말이 돌면서 '왕 비서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두언 의원과도 가까운 사이였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말 <중앙일보>가 펴낸 <이명박 핵심 인맥 핵심 브레인>에서도 '친한 사람'을 "정두언 의원"이라고 밝혔다.

 

<중앙SUNDAY>는 박 비서관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박 비서관은 자신의 말이 기사화되는 것을 거부했으나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발언의 일부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정 의원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인터뷰를 하면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인터뷰로 표출된 권부 핵심의 암투...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정 의원과 박 비서관의 갈등은 권력 핵심의 암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 의원은 한때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이자 '핵심 측근'으로 불렸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대통령에게서 멀어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를 대통령에게 진언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 의원의 견제를 받았다는 말도 돌았다.

 

공교롭게도 현재 청와대의 핵심에는 이 의원의 측근들이 들어가 있다. 박영준 비서관은 이 의원의 오랜 보좌관이었고,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은 이 의원이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 의원도 이번 인터뷰에서 인수위 직후 내각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을 검증하고 크로스체크도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내가 배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배경 설명을 곁들였다.

 

"제가 앞서 말한 국회의원 한 분이 한번은 저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너는 왜 내가 추천한 사람은 안 쓰고 '빨갱이'만 데려다 쓰려느냐. 제가 다음 대통령 되려고 자기 사람 심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대통령께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뒷전으로 빠지자 '공직자 중에 정두언과 관계 있는 ×들은 뿌리를 뽑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어요. 아니, 세상에 왜 뿌리를 뽑습니까. 이러니 저뿐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 뛴 주변 사람들이 너무 기분이 나빠진 거예요."

 

"대통령은 제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분이죠. 저러다 정두언이가 다치겠다 싶어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는 손을 떼고 당의 일만 맡으라고(했어)요."

 

불거진 '인적 쇄신론'... 대통령의 결정은?

 

관심이 집중되는 건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이다. 여당에서조차 정권 초기 부적절한 인사에서부터 최근 '쇠고기 정국'까지 그간 쌓인 국정난맥상의 책임을 묻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태다. 거기다 자신의 최측근 의원까지 청와대 인사들의 행태를 공개 비판했다. 고민이 될 만한 상황이다.

 

정 의원은 자신의 인터뷰가 보도된 뒤 따로 입장문을 내어 "최근 특히 언론으로부터 '왜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류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많은 원인과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대통령주변 일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로 표현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를 아직 아무도 꺼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며 "이 어두운 얘기가 빨리 공개돼 바로잡히는 것이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얘기를 꺼낸 것"이라고 인터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제부터 보수의 자기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덧붙였다.


태그:#정두언, #박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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