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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검역주권도 포기하고, 가뜩이나 사료 값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 국내 축산농가도 외면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협상 타결했다. 그 이후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나는 그동안 촛불시위에 매번 참석하지는 못했다. 촛불시위에 참가한 이유는 나 자신이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때문이었다. 이것 말고 또 다른 이유는 중고등학생들이 어떻게 시위를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교적 규모가 큰 집회가 있는 날에는 다른 일들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동안 내가 참가 해본 촛불시위에선 중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초등학생, 20, 30대 그리고 어른들을 이끌었다. 이들은 사전에 시위를 세밀하게 준비하지도 않았고 세련되게 진행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런 점들이 오히려 순수하고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톡톡 튀는 재기발랄함과 거침없는 자유로운 표현 등이 너무도 신선했다.

나는 이러한 모습에 반해서 주위의 친구들이나 어른들한테 촛불시위에 참가 해 보라고 권유하고 다녔다. 내가 어른들한테 촛불시위에 참가 해 보라는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는 그곳에 있는 학생들에게 뭘 좀 배우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즉 학생들이 주장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 어른들에 의해서 얼마나 오염되었는가를 깨닫고, 또 요즘 젊은이들이 어떻게 소통하며 어떻게 젊음을 구가하는지를 어른들은 보고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5월 14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 초등학생도 촛불을 들었다 5월 14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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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고등학생 위주로 진행되던 촛불시위가 25일부터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단다. 많은 이들이 새벽까지 시위를 했고 일부는 가두행진을 벌이며 청와대로 향하다가 연행됐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그러던 차에 어제(26일) 나는 저녁 7시 세종문화회관을 거쳐 광화문 교보빌딩 쪽으로 갔다. 세종문화회관 전철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전철역 입구에서부터 인도 가득히 전경들이 줄지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어라, 오래 전에 보았던 낮익은 광경이다. 마치 5공 전두환정권 시절과 같은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보니 이명박 정권도 5년 유지될까? 과연 5년이 순탄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요즘 이명박 정권은 광우병쇠고기 수입에서부터 시작해서 교육문제, 이영희 장관 발언을 통한 노동법 후퇴,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의료보험 등 계속해서 서민들을 불안하고 어렵게 만드는 발언과 정책을 쏟아낸다. 그러니 이명박정권 내내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은 계속 될 것이다. 5공 때 보았던 광경을 5년 내내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또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많이 들어야 하는가 생각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세종문화회관 옆길 인도를 전경이 차지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옆길 인도를 전경이 차지하고 있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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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보빌딩 뒷골목 어느 술집으로 가서 친구 둘과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술이 약간 취한 우리는 청계광장으로 향했다. 청계광장에는 많지 않은 사람들만 모여 정리 집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곧장 종각 앞으로 갔다. 종각 앞에 사람들이 많다고 하기에... 종각 앞에는이미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광화문 방향으로 향하려 하고 경찰은 이를 막으려고 하고 있었다.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맨몸으로 밀고 들어가면 경찰들은 앞에 선 사람들의 사지를 들어 경찰차에 던져 넣었다.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중단하라고 울부짖는 시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중단하라고 울부짖는 시민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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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소통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요?
 국민과의 소통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요?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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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도 지난 5공 시절 참으로 많이 겪었다. 나는 1980년 당시 청계피복노동조합 간부였었다. 청계피복노조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의 분신 항거 사건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노조로서 70년대 자주적인 노조의 대표였다. 이러한 노조를 전두환 정권이 1980년 12월에 불법부당한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 해산시켰었다. 이 때 우리는 전두환정권의 탄압에 맞서 농성투쟁하다 한 밤중에 농성장의 벽을 뚫고 쳐들어온 경찰한테 질질 끌려가 오늘 이 사람들처럼 닭장차에 내 던져졌었다. 

새벽 1시쯤 되자, 해산을 요구하던 경찰 방송차에서 페퍼포그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후 진압경찰이 앞뒤에서 공격을 하더니, 순식간에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고 다치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난 페퍼포그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에 이제는 싸움다운 싸움이 벌어지겠구나 생각 했는데 소리만 들리지 터지지는 않는다. 아마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 쪽에서 효과음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시위대 중 30대 남자한테 “만약 최루탄을 쏘면 어떻게 할 겁니까?” 하고 넌지시 물었더니그 사람은 주저함이 없이 “최루탄 쏘면 우리도 돌멩이도 있고 다른 것들을 다 동원 해야죠”라고 했다.

119구급대가 부상자를 응급처치한다
 119구급대가 부상자를 응급처치한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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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 돌멩이,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1984년 당시 나는 청계피복노조 위원장이었다. 당시 우리는 5공정권이 강제로 파괴한 노조를 우리 스스로 복구해서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전개 했다. 그랬더니 전두환 정권은 복구된 청계피복노조가 불법노조라면서 탄압해 왔다. 이에 우리는 당시 대학생들과 연대해서 “청계피복노조 합법성 쟁취투쟁”을 연속적으로 전개 했다. 이른바 노학연대투쟁이었다.

1차 노학연대투쟁은 84년 9월19일, 2차는 같은 해 10월 12일, 3차는 85년 4월 12일, 4차는 같은 해 11월 13일 등이었다. 당시에는 집회 자체가 원천봉쇄 됐다. 또 사전에 집회장 주변 2,3km는 최루탄, 페퍼포그, 사과탄, 방패 등으로 무장한 전경이 막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을 뚫고 초동시위가 잘 형성되면 그 초동을 중심으로 그날 시위는 잘 되지만, 만약 초동이 실패하면 연행자만 많아지고 시위는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당시 이러한 상황을 우리한테 유리하게 만들어 내기 위해 1차 시위 때에는 청계천 7가 고가차도로 올라가서 초동을 떴다. 당시 우리의 가투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2차 때에도 을지로 6가 로타리에서 이뤄졌는데 이때 초동을 맡은 사람들이 중부시장 사람들 틈에 섞여 있다가 정해진 시간에 순식간에 도로로 튀쳐 나가 초동을 형성해서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었다. 3차 역시 경찰한테 거짓정보를 던져 주어 그들이 대비하는 것을 분석해 허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이용해서 성공 했었다.

당시 우리의 가투는 치밀한 사전 계획과 결연한 각오 그리고 참가자들의 헌신성으로 이뤄졌었다. 시위 하루 전날 밤에는 송곳으로 보도블럭을 한 번씩 들먹여 놓았다. 시위 때 쉽게 짱돌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늘의 시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과거 우리처럼 치밀하게 조직된 시위대도 아니고, 사전에 세밀하게 준비된 시위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시위 참가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 휴대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정보교환을 자유롭게 하고, 쉽게 공감대를 이뤄내는 것 같다.

공통된 점이 있다면 불의에 대해 분연히 일어나고, 스스로를 희생 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행동이 아닌가 생각 한다. 촛불시위대는 21세기를 달려가고 있는데, 촛불시위를 막는 정권의 생각이나 방식은 20세기 구닥다리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까 새로운 것은 낡은 것을 이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 역사는 끝내 진보 하니까.

이 아기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오늘 우리는 이렇게 외치고 있는가 보다
▲ 아기를 안고 시위에 나선 엄마 이 아기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오늘 우리는 이렇게 외치고 있는가 보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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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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