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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이 설립한 구례자연드림파크가 오랜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에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를 지낸 민종덕님의 의견 글을 싣습니다. 이와 관련한 찬반 논쟁글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구례자연드림파크 전경
 구례자연드림파크 전경
ⓒ 구례자연드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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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0월 9일 낮 12시 30분]

나는 아내와 함께 2011년 초에 전남 구례로 귀촌했다. 서울에서 사람한테 지치고 돈에 쫓겨서 이곳 지리산 자락에 온 것이다. 그해 가을경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으로부터 구례에 아이쿱 생협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와 인연이 많은 아이쿱 생협이 이곳에 들어온다니 매우 반가웠다.

아이쿱 생협은 내가 서울에 살 때 거래했던 협동조합이고, 그 출발부터 지켜봐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아이쿱 생협은 1997년 경인지역 생협연대로 출발해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으로는 국내 최대 조직으로 성장했다(2018년 현재 조합원 25만 명, 지역생협 98개). 아이쿱은 '윤리적 소비'를 내세운다.

아이쿱은 구례생산단지를 '구례자연드림파크'로 이름 짓고 2014년 4월 그랜드 오픈했다. 나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이쿱 신성식 CEO 등의 제안으로 자연드림파크를 찾은 방문자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게 됐다. 안내를 하려면 협동조합에 대한 이론과 아이쿱 정책을 알아야 해서 '이사(理事) 코스' 교육을 받고 시험까지 합격해야 했다.

그러던 차에 2017년 7월경 자연드림파크에 노조가 생겼다는 말을 풍문으로 듣게 됐다. '그래, 이곳도 노동자가 500명이 넘는 곳이니 노조가 생길 법도 하지'하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자연드림파크에서 노조가 생기게 된 계기는 '식자재 점간이동 정책'에서 시작된 노사 갈등 때문이었다. 식자재 점간이동은 아이쿱 지역 매장에서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을 자연드림파크 식당에서 받아 선별해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식당 매니저였던 이순규는 점간이동 정책을 바꾸려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7년 3월경부터 이순규 매니저는 당시 문화서비스 담당 문석호 팀장을 비롯한 몇몇 동료들에게 노조 설립을 제안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은 7월 12일 노조 결성식을 마쳤다.

노조 결성은 당연한 것임에도 사건이 되고 말이 되었다. 우리 안내자들과 문석호 노조 지회장은 사무실을 함께 썼는데, 문 지회장은 날마다 불려나가는 것 같았다. 어떤 때는 정직을 당해 나오지 않다가, 또 청소 파트로 발령이 나거나, 또 사라지고 또 나타나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일들이 노조 결성 이후 계속됐다. 사측은 징계를 내리고 노조 측은 부당징계라며 구제신청을 하고, 그러면 복직시키고 다시 징계를 내리는 식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비어락에서 피자를 굽던 20대 여성 노동자가 일을 마친 후 사우나에서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로 나왔는데 어떤 남자가 탈의실 입구에서 빤히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남자는 한 팀장의 고등학생 아들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재발방지 제안을 무시하고 금전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며 분노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아이쿱 사태가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노조 결성 후 가입자에 대한 사측의 개별면담이 이뤄져 43명 중 13명이 탈퇴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켰다. 점심시간 때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 사측의 팀장 아들이 여성 사우나를 몰래 훔쳐보는 성추행이 발생했음에도, 해당 팀장은 해당 피해자에게 50만 원 권 상품권을 주는 등 회유하고 무마하려고 했다. 15건의 산재가 있음에도 4건만 처리했고, 나머지는 공상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이쿱 생협 조합원 대표단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노조가 결성된 곳은 소비자인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아이쿱 생협이 아닌, 물품을 생산하는 공방들과 이를 지원하는 회사인 구례클러스터로 구성된 '구례자연드림파크'로, 아이쿱과 구례자연드림은 분리되어야 한다'며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이후 아이쿱 사업연합회와 구례클러스터는 노조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사측은 다시 항소했지만 최근 고등법원에서도 '기각' 판결을 받았다.

사측의 이러한 모습에 나는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결국 2017년 11월 17일 팀장에게 이런 카톡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부터 저한테 안내 일정 배치하지 마십시오. 전 앞으로 안내를 하지 않겠습니다. 안내 멘트에 '노동을 중시한다'는 내용이 매우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아이쿱에 노조가 생긴 이후 지켜보면서 협동조합은 뭔가 다르겠거니 기대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앞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반 사기업에서 노조를 대응하는 것과 똑같거나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쪽이 잘하고 어느 쪽이 잘못하고는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노조는 약자인데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심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사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자 구례민주단체연합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구례민주단체연합은 농민회, 노조, 환경단체 등이 모여 지난 촛불정국에서 박근혜 탄핵에 앞장섰다. 구례민주단체연합은 아이쿱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현수막 게시 전 아이쿱 사측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사측은 대화를 거부했다. 구례지역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자 아이쿱은 구례민주단체연합을 고소 고발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자연드림파크에 갔다가 식당 건물에 걸린 어마어마하게 큰 현수막을 보게 됐다. 거기에는 구례자연드림파크 입주자 협의회 명의로 "사기-횡령 비호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냐"고 적혀 있었다. 그 현수막을 보는 순간 나는 잠시 이성을 잃었다. 40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한 나였지만 그렇게 저열한 노조비방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그 현수막을 본 노조원들과 노조원 어머니는 그 현수막에 목을 매 죽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는 말을 나중에까지 들었다.

그러던 4월 21일 노조와 사측이 상생협약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노사 양측이 한 달간 상호 비방하지 않고 성실하게 협상해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구례군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것도 사측의 꼼수였다. 4월 21일 구례자연드림파크 4주년 행사를 앞두고 노조가 맞대응 집회를 계획하자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사측은 상생협약 후 채 열흘도 되지 않아 대기발령자 5명에게 괴산 발령을 거론했다. 그리고 상생 기간이 끝나는 5월 22일까지는 별 대화를 하지 않다가 협약이 종료되자마자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고 5월 31일 자로 노조원 5명을 충북 괴산 냉동창고로 발령냈다.

구례에서 괴산이 어디란 말인가! 거리가 왕복 500km가 넘어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발령 대상자 중에는 베트남에서 시집와 7살, 9살짜리 아기가 있는 노동자도 있었다. 이런 사람에게 가족을 버리고 연고도 없는 괴산으로 가란 말인가?

구례주민들도 공분했다. 구례민주단체연합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구례군민의 괴산 발령 철회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아이쿱 생협이 해도 너무한다는 여론이었다. 아이쿱 지역생협 조합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체에 릴레이 기고를 하고 노조를 초청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반면, 일부 활동가 연합회원들은 최근 아이쿱 노조 탄압 사태를 자세히 보도한 한국일보사 앞에서 허위보도라며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중순경 사측은 이른바 '진실과 상생위원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사측은 자신들이 진실을 밝혀 달라고 고소까지 해 법적으로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비리문제는 간단하다. 노(勞)든 사(使)든 누구라도 형사문제가 있으면 고소해서 처벌받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측은 말로만 노조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비리가 있으면 법적으로 처리하면 된다.

지난 8월 25일 사측은 구례자연드림파크 락페스티벌을 앞두고 급하게 협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잠정합의까지 갔지만 결국 노조 활동을 보장받을 핵심사항이 빠졌다는 지적에 따라 최종적인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바로 잡습니다
앞서 "노조결성 이후 괴롭힘으로 산재판정을 받은 문석호 지회장에게 비방금지 가처분신청을 해 비방 한 건당 5천만 원을 물리겠다고 한다"고 전한 바 있으나 잘못돼 문 지회장에 대한 비방 금지 가처분 신청 금액을 건당 500만원으로 바로잡습니다.
이후에도 사측은 연속적으로 징계를 하고, 노조결성 이후 괴롭힘으로 산재판정을 받은 문석호 지회장에게 비방금지 가처분신청을 해 비방 한 건당 500만 원을 물리겠다고 한다. 또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임금 미지급으로 사측을 검찰에 송치하자 광주전남지역 일자리 창출 투자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아이쿱 생협은 소비자 협동조합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최대 규모로 성장한 것에 맞는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러 질적 성장 요소에는 노사문제가 있을 것이다. 혹자는 협동조합은 소유를 독점하지 않고, 노동의 성격도 소유노동이며, 근로조건도 일반 기업에 비해 좋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과연 맞는 말일까?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이번에 불거진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사갈등을 지방에서 벌어진 사소한 갈등으로 봉합하려 한다면 협동조합의 이름을 앞세운 일개 유통회사 자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논쟁②]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주인이 전한다... 상식있는 노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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