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의 언론에 대한 태도가 5공화국 때와 다를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기사)쓰지 말아달라' '(기사)빼달라' '(기사)바꿔달라'가 청와대의 3대 언론정책이라는 비아냥까지 있다.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그동안 청와대가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소개한다. <편집자주>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관련 이명박 정부가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청와대는 '사전 보도 금지(엠바고)' 명문화 등을 골자로 한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규정'을 마련해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청와대 출입기자의 등록 여부를 "대변인이 기자의 보도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규정한 부분이다. 대변인이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기자의 출입 여부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또 청와대는 주1회 이상 기자실에 나오지 않는 기자를 등록 취소하는 등 편의적인 잣대를 내세워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활동을 봉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오해 소지 없앤다"면서 포괄적·일방적 엠바고 장치 마련

 

최근 청와대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청와대가 만든 '출입기자 등록규정'을 새롭게 개정하면서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제한하는 상당수의 독소 조항을 신설했다. 개정된 출입기자 등록규정은 지난 26일부터 적용됐다.

 

우선 청와대는 '출입기자 등록규정' 제12조(사전보도 금지 등) 2항에 "대변인은 기자실 운영위원회와 협의하여 보도자료에 특정 시점까지 보도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전 보도 금지를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어 3항에서는 "출입기자는 보도자료에 사전 보도 금지가 설정된 경우에는 이를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엠바고 결정을 관습과 관례에 따라 하는 것이 맞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정으로 명문화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전 보도 금지, 즉 엠바고(news embargo)는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미루어달라는 대변인의 요청에 기자들이 합의해 주는 것을 말한다. 단 한 명의 기자라도 이를 거부할 경우 엠바고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와대는 '출입기자 등록규정'에 엠바고 관련 내용을 명문화하면서 대변인의 일방적인 엠바고 설정을 가능하게 했다.

 

엠바고 결정권이 기자들로부터 이동관 대변인에게로 넘어간 셈이다.

 

'기자실 운영위원회와 협의하여'라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엠바고의 특성상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방송사, 중앙신문사, 지역신문사 등의 간사(대표 기자)로 구성돼 있는 '기자실 운영위원회'에는 인터넷 매체 간사가 참석하지 못한다. 인터넷 매체 기자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대변인이 일방적으로 엠바고를 강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엠바고의 범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엠바고는 국가 안보나 국익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 또는 특정인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 등에 대해 기자들이 의견을 모아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외부 행사의 시기와 장소, 어린이 유괴 사건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보도자료'라고만 명시했을 뿐, 어떤 내용의 보도자료인지 규정하지 않아 엠바고 범위를 무한대로 넓혔다.

 

이미 청와대는 국익과 상관없는 내용에 대해 무분별하게 엠바고·비보도를 남발해 물의를 빚어왔다. 청와대는 엠바고 관련 규정의 명문화로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청와대의 입맛에 따라 엠바고를 남발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고, 이를 제지할 장치마저 사라졌다. 최근 언론계에서는 엠바고에 대해 취재 편의주의와 취재대상 봐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축소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청와대만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셈이다.

 

"주 1회 이상 출입하지 않으면 등록 취소"... 출석체크

 

노무현 청와대 때 지적됐던 '독소' 조항은 그대로 유지했다. 규정 제13조(등록취소 등) 1항에서 "제12조(사전보도금지) 규정 위반, 명백한 오보 또는 현저하게 공정성이 결여된 보도를 하거나 기타 출입기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 출입기자 등록취소, 기자실 출입정지 또는 출입기자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방적으로 사전 보도 금지 요청을 해놓고 이를 어겼다고 해서 출입기자 등록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명백한 '보도 통제'다. 오보나 보도의 공정성 문제 역시 언론중재위 제소 등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청와대가 직접 기자의 취재 활동을 제약함으로서 기사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청와대는 특히 "대변인은 출입기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주 1회 이상 청와대 출입 취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소속 언론사에 통보 조치하고 통보가 3회 누적될 때에는 출입기자 등록취소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13조 2항)는 조항을 신설했다. 청와대측은 "기자실 공간이 한정 돼 있고 협소하다"며 "활동하지 않는 '유령 언론사'에 소속된 출입기자들이 너무 많아 이들을 정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청와대측의 설명대로라면 기자들은 주 1회 이상 청와대에 와서 '출석체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기자는 사안을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취재 여부를 결정한다. 이동관 대변인이 뻔한 내용의 브리핑만 할 경우, 대변인이 아닌 더 중요한 취재원이나 사안을 찾아가 취재할 수도 있다.

 

지난해 노무현 정부도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총리훈령)을 만들면서 엠바고를 어긴 언론사에 대해 일정기간 보도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했다. 정례 브리핑 참석률이 저조한 언론사 역시 불이익을 받게 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보름도 안돼 삭제됐다. 기자협회나 언론사 등이 "정부가 취재활동을 감시하고, 일방적으로 엠바고를 정해 불이익을 주는 조처는 전형적 보도 통제"라며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청와대는 또 "공간의 협소함"을 내세워 "대변인이 출입경력, 출입률, 보도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록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청와대측은 '보도상황'에 대해 "오랫동안 (청와대 관련) 기사를 쓰지 않거나, 연합뉴스 기사로 대체하는 언론사는 등록을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도상황'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논조를 가진 언론사나 비파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의 등록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청와대는 기사작성실 이용 등에 관한 규정(제5조)도 신설했다. 기사작성실 이용 역시 대변인이 상주기자 중 청와대 출입경력, 보도상황 등을 고려해 조정하도록 했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 4월 청와대 춘추관 내 기사작성실의 좌석(공간) 배치를 조정했다.

 

기사작성실은 모두 4곳이다. '기자실1'은 주로 중앙신문사, 방송사 펜기자들이 상주해 있고, '기자실2, 기자실3'은 각각 사진·영상 기자들과 지방신문사 기자들만이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기자실4'라는 별도의 기사작성실을 만들어 '기자실1'과 '기자실3'에 있던 인터넷매체 기자들을 모두 뽑아와 따로 분리시켰다.

 

규정에 있는 기준과는 전혀 무관하게 매체의 성격에 따라 분리한 셈이어서, '정보 소외'의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이동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은 채 '기자실1'에서만 '백그라운드 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을 하는 일이 잦아, 인터넷매체 기자들을 정보로부터 배제시키고 있다.

 

인터넷매체는 기존 신문·방송 매체보다 엠바고 요청 등 정보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불공정한 정보 소통을 통해 정권에 우호적인 특정 매체만 지원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합법을 가장한 새로운 통제 조치는 잘못"

 

김경호 기자협회 회장은 "기자실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기자들이 정보를 접근하기 위한 공적영역이고, 이는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라며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권력과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한 '프레스 프렌들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경호 회장은 이어 "권력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보도하는 매체만 가까이 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며 "그 정점에 있는 대변인이 자의적 판단으로 출입기자 등록규정을 결정하고 엠바고를 거는 것은 특정 비판 언론에 대한 입막음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와대 출입기자가 많고 공간이 협소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지만 자칫 인터넷매체, 특히 신생매체에 대한 통제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어떤 의도에서든 합법을 가장한 새로운 통제 조치는 잘못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공 시절 군부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기자협회 회장도 "대변인 마음대로 취재기자를 등록시키고 엠바고를 남발하는 것은 (조·중·동 등) 자기들과 친한 언론에게만 정보를 주고, 비판적인 언론은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보공개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주언 전 회장은 또 "단지 청와대 출입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언론사의 문제"라며 "이명박 정부는 작은 언론사에는 정보를 주지 않고, 브리핑도 못 받게 하고, 등록도 시키지 않는다. 신문, 방송 등 주류 언론과만 상대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태그:#이명박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출입기자등록규정, #청와대, #출입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