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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의 언론에 대한 태도가 5공화국 때와 다를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기사)쓰지 말아달라' '(기사)빼달라' '(기사)바꿔달라'가 청와대의 3대 언론정책이라는 비아냥까지 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그동안 청와대가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명박 청와대의 언론 통제가 도를 넘어섰다.

 

'국익'을 빙자해 엠바고·비보도를 남발하는가 하면, 언론사를 압박해 기사 삭제를 시도하고, 대변인은 실명 대신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 뒤에 숨어 여론을 호도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에 대해 특정 방송사에만 취재를 독점토록 하고, 인터넷 방송사 등의 취재는 원천봉쇄하는 등 언론 통제 정책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대통령은 '소통' 강조, 청와대는 '통제' 주력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성난 민심을 향해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시인하고 사과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자주 쓰는 '반성문'의 연장선이다. 다음달 초에는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과의 대화'를 할 예정이다. '소통 확산'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대국민 담화 발표 현장에서 벌어진 청와대 측의 언론 통제는 '소통'과 거리가 멀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KBS·MBC·SBS 등 거대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동아닷컴> <오마이TV> 등 인터넷 방송사의 동영상 취재는 철저히 불허했다.

 

배용수 청와대 부대변인(춘추관장)은 "청와대에 등록된 방송사 외에는 동영상 취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마이TV> 등은 "생중계를 허가해줄 수 없다면 '녹화 취재'라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와대측은 "절대 불가"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이고, 일부 방송사에서는 생중계까지 하는 공개된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내세워 인터넷 매체의 취재 자체를 금지한 채, 특정 언론사에만 정보(영상)를 독점토록 한 것이다. 이전 정권이 사전에 신청만 하면 취재 허가를 해주던 것과는 상반된 조치다.

 

'돌발영상'에서 이동관 대변인이 사라진 까닭은?

 

청와대는 심지어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까지 언론 통제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조찬 회동이 끝난 직후, 이동관 대변인이 회동 내용을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동영상 취재를 하려고 하자, 청와대 측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당시 김좌열 청와대 춘추관 수석행정관은 "대변인 브리핑의 영상 취재는 청와대에 등록된 방송사만 할 수 있다"며 <오마이뉴스> 기자의 취재를 방해했다.

 

특히 청와대에 등록된 방송사라고 해서 항상 대변인의 브리핑을 취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시 브리핑룸에는 30여개 언론사의 '펜기자'가 참석해 취재를 하고 있었지만, ENG 카메라를 든 방송사 기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청와대에는 KBS를 비롯해 5~6개 방송사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들 방송사가 동시에 대변인 브리핑을 취재할 수 없도록 통제했다. 대신 이들 중 한 개 방송사만 브리핑룸에 들어와 대변인 브리핑을 취재한 뒤, 나중에 다른 방송사와 취재 영상을 공유하도록 했다. 결국 모든 방송사에서 보도하는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은 한 대의 카메라로 찍은 똑같은 장면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배용수 부대변인은 "대변인 브리핑은 민감한 내용이 많고, 실수 같은 것을 할 수도 있다"며 "펜기자들이 기사로 쓸 때는 이런 것이 정제가 되지만, 영상으로 찍어서 여과없이 방송될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소 인력만 취재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부대변인은 또 "최근에는 신문사 사진기자들도 인터넷에 올리기 위해 캠코더로 영상을 찍겠다고 해서 막고 있다"며 "이를 허용할 경우 (인터넷방송의) 6㎜ 카메라 기자들이 대거 몰려와 통제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민감한 내용이라고 해도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은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실제 신문사 펜기자들의 취재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결국 배 부대변인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방송사들이 취재 영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동관 대변인의 '뜻하지 않은 실수'가 방송되지 않도록 사전에 영상을 검열하고 있는 셈이다. 5공화국 시절 군사정권에 의해 자행됐던 '기사 검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돌발영상'으로 유명한 YTN에 대변인 브리핑 영상을 공급할 경우에는 "돌발영상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YTN으로부터 받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단골처럼 등장했던 YTN의 '돌발영상'에 언제부턴가 이동관 대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 떡값' 인사 폭로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미리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고 나선 이동관 대변인을 꼬집은 YTN의 '돌발영상'이 청와대의 항의로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전 정권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KTV가 촬영해 '국정브리핑' 사이트에서 실시간 생중계했다. 이에 대해 배용수 부대변인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참여정부 시절 브리핑을 생중계하던) KTV 담당 인력을 모두 내보냈다"며 "정권이 바뀐 만큼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대변인의 브리핑을 생중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언론 통제, #광우병 쇠고기, #동영상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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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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