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왔다. 내 동생 제욱(22)이에게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남자들의 로망. 군 입대 날이 찾아온 것이다. 녀석은 일하시는 부모님과 게으름뱅이 형을 위해 밥짓기와 가정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 청년. 게다가 마음씨까지 따뜻한 천사표 였다.
그런 동생의 입대니 만큼 형인 내 입장에서 걱정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군 입대를 하루 앞둔 25일, 자기 걱정하기도 바쁜 시간에 동생은 내 걱정을 먼저 했다. 귀찮아서 밥을 잘 안 해먹는 내가 신경쓰인 모양이다.
"형, 나 군대가면 밥 안해먹을꺼지? 밥 짓는 법 인수인계 해야하는데, 하여튼 밥 굶지 말고 꼬박꼬박 챙겨먹어"
"글쎄다. 너 휴가나올때까지 점심은 굶을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동생 녀석의 그런 걱정을 듣고 있으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미안하고, 안쓰럽고 걱정되는 마음. 동생의 말에 감동했기 때문인지, 나는 입대를 앞두고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잔뜩 사주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횟집, 고기 뷔페는 물론 소주,맥주,와인 3종세트까지. 내 용돈을 탈탈 털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린다. 왜일까? 아마 우리가 형제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형제란 이유 하나로, 힘든 일을 앞두면 괜히 걱정되고 그러는 것이니깐,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 법이니깐 말이다. 정말 요즘은 동생 때문에 눈물이라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감동적인 분위기를 와장창 깨는 동생의 한마디!
동생: 형 근데 나 형한테 고백할 것 있어.
나 : 뭔데?
동생: 처음에 형 입대할때 나 솔직히 입대라는 것 별 것 아닌 줄 알았어.
나 : 엥?
동생: 근데 막상 내가 닥치니깐 너무 걱정되고 그래.
나 : 짜식! 그럴수가!
동생: 형, 미안. 그런데 나 지금 떨려죽겠어. 잘 해낼 수 있겠지?
나 : 야! 당연하지! 어리버리한 나도 버텼는데!
동생의 충격고백에도 불구하고 나는 녀석에게 기합을 잔뜩 불어준다. 어리버리한 나도 버텼는데 너같이 멋진애가 못 버티겠느냐는 달콤한 칭찬도 함께 곁들인다. 그제야 동생의 표정도 한결 풀려간다. 뭔가 해내야 겠다는 다짐같은 게 얼굴에서 묻어나는 것 같다. 그런 동생을 보니 나 역시 이제야 조금 마음이 풀린다. 그렇게 동생의 입대 전날 밤은 다짐과 긴장을 함께 간직하고 흘러갔다.
입대를 눈앞에 둔 동생의 솔직토크
그리고 드디어 짜쟌, 군 입대날이 밝아왔다. 동생의 입대일인 26일, 우리 가족은 동생의 입대장소인 진주 교육사령부 훈련소로 향했다. 훈련소에 도착하니 동생은 어제보다도 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걱정이란 것을 모르던 동생의 약한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마음이 안쓰러워진다. 이렇게 긴장한 채로 동생이 입대 하면 왠지 모르게 내 마음에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동생의 긴장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독특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입대를 30분 앞둔 동생 '전격 인터뷰' 였다. 나는 얼른 수첩이랑 펜을 꺼내서 녀석에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 곽제욱씨! 군입대를 30분 앞둔 기분은?"
"뭐야! 형. 장난칠 기분 아니야. 나 떨려죽겠어"
"자자. 어서 말해보세요"
"아......"
동생은 인터뷰하기 싫은 표정이었지만 형의 계속되는 부탁 때문인지 그제야 인터뷰하는 시늉을 낸다. (이런, 착하기도 하지)
"네. 사실 걱정되기도 하고 두려워요. 하지만 젊은이라면 누구나 하는 국방의 의무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아 말꼬였어. 형. 다시할래. 그냥 멋지게 잘 해내고 오겠다고 요약해줘"
"네! 알겠습니다. 곽제욱씨! 멋진 건투를 기원하겠습니다"
"형! 왜 자꾸 존댓말이야? 하여튼 응. 알겠어"
동생은 내가 장난스레 존댓말을 한다고 툴툴댄다. 하지만 나는 동생의 뾰로통함에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녀석을 한 번 안아줬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동생 녀석도 감동한 모양이다. 형, 나 잘 다녀올께 라고 울먹이다. 아, 나도 마음이 아리지만 꾹 참는다. 인터뷰하는 기자에겐 사적인 감정(?)이란 있어선 안되겠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거린다.
그런데 갑작스런 나름 특종(?) 사진 하나, 어머니께서 달려오시더니 동생을 껴안고 우시는 것이다. 동생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아들, 사랑해. 잘 다녀와"
"응. 엄마! 나 잘해낼께. 다녀올게요"
그렇게 동생은 뜨거운 포옹을 마치고 입대 장병들이 모여있는 연병장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는 동생은 방금 전까지 눈물이 글썽이던 그 녀석이 아닌 것 같다. 동생의 뒤모습에서는 왠지 모르게 늠름함 느껴졌기 때문이다. 울컥한 나는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크게 소리쳤다.
"야! 사나이 곽제욱!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기고 가라!"
나의 목소리에 늠름해진 동생이 문득 뒤돌아보면서 외친 한마디.
"엄마! 아빠! 형! 누나! 정말정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입대한 동생의 뜨거운 고백이 나의 마음에, 그리고 우리 가족의 마음에,
못된 녀석, 잘 버티던 내 눈에도 눈물을 고이게 했다. 그렇게 동생의 사랑해라는 말. 우리 가족 마음 속에 빛나는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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